최근 몇 년 사이 대한민국을 강타한 새로운 트렌드가 있다. 바로 ‘할매니얼’이 그 주인공이다. 할매니얼이란 할머니와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말로, 할머니와 같이 윗세대들이 선호할 것만 같은 옛날 것들을 재연출해 즐기는 젊은 층을 뜻한다.
할매니얼 트렌드는 복고 열풍이 들이닥쳤던 패션 업계를 시작으로 최근 몇 년 사이 음식 소비문화에도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그렇다면 음식 소비문화에서 할매니얼 트렌드를 이끈 주역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약과
할매니얼 음식 소비문화 트렌드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약과다. 약과는 밀가루, 기름, 꿀, 조청 등으로 만들어진 과자의 한 종류다.
제사상에 어육 대신 과자를 올리기 시작했던 고려 시대 때 발달했다. 당시에는 약과의 주 재료 밀가루와 꿀, 조청 등이 귀해 나라가 주관하는 잔치 때나 먹을 수 있었던 귀한 과자였다. 만드는 방법 역시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반죽이 질어도 안 되고 기름의 온도와 시간도 맞추기 어려워 조금만 어긋나도 쉽게 타거나 설익는다. 때문에 약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약과는 주로 제사상에 올랐던 음식이다 보니 오늘날 우리가 즐겨 먹는 케이크, 티라미수 등과 같이 달콤한 디저트들과는 다소 거리 먼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그러나 할매니얼이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로 자리 잡으면서 약과의 이미지 변신이 시작됐다.
약과 특유의 쫀득쫀득한 식감과 달콤함이 점차 어른 입맛을 가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SNS를 통해 유행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약과가 유행하고부터는 편의점에서 약과를 이용한 각종 신제품들이 우후죽순 출시되기도 했으며 디저트 가게에서는 케이크, 도넛 등과 약과를 곁들여 판매하기도 했다.
약과의 모양새 역시 다시금 재주목 받았다. 흔히 디저트 하면 떠오르는 알록달록하고 아기자기한 생김새는 아니지만 둥근 꽃 모양의 고유 형태에서 한국의 멋이 느껴진다는 반응이 많다. 이렇듯 약과는 반전된 이미지 덕분에 선물세트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꿀떡
꿀떡은 할매니얼이 주요 트렌드로 자리 잡기 전에도 꾸준히 인기가 많았던 음식이다. 많은 이들의 대표적인 명절 디저트로도 사랑받아 왔다.
최근 해외에서 꿀떡 시리얼이라는 새로운 조합의 음식이 유행을 타기 시작하면서 국내외에 걸쳐 다시금 꿀떡 붐이 일기 시작했다. 틱톡 등 SNS에 꿀떡 시리얼을 검색하면 관련 콘텐츠만 수백만 개를 넘어서는 등 그야말로 폭발적인 유행을 탔다.
꿀떡 속에 들어간 꿀의 달콤함과 우유 특유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뤄 해외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특히 꿀떡은 쑥색, 분홍색, 흰색 등 다양한 색이 존재해 비주얼적으로도 주목받았다.
약과와 꿀떡 등과 같이 과거의 음식이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되며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형성하고 있다.
약과와 꿀떡은 전통적인 조리법과 감각을 유지하면서도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변모하고 있다. 할매니얼 문화는 단순히 과거를 회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거의 가치를 현대적으로 되살리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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