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돌아온 넷플릭스 오리지널(자체 제작) 드라마 ‘오징어 게임 시즌 2′는 ‘러시안룰렛’으로 문을 연다. 회전식 연발 권총에 단 하나의 총알을 넣고 돌아가며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방식의 생존 게임이다.
‘게임을 멈춰야겠다’는 주인공 성기훈(이정재 분)은 자신의 목숨을 운에 맡긴 채 이 극단적 게임에 뛰어든다. 번갈아 한 발씩 권총을 겨눌 때마다 뇌신경 세포의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폭발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 건 피할 수 없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된 ‘오징어게임 2′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의 콘텐츠 순위를 집계하는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2는 국내뿐 아니라 집계 대상에 포함되는 93개국에서 모두 정상에 올랐다.
오징어게임 2는 전작과 같은 생존 게임 방식을 택하고 있다. 대신 새로운 자극을 주기 위한 캐릭터가 대거 투입됐다. 임신부가 게임에 참가하고, 가상화폐로 빚더미에 올랐거나 마약에 취한 채 행동하는 캐릭터가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동요 ‘둥글게 둥글게’에 맞춰 놀이공원 회전목마를 연상시키는 대형 원판 위에서 주어진 인원수에 맞춰 짝을 짓는 게임은 거듭 진행될 때마다 피로 흥건해지는 등 괴기한 느낌을 준다(위 이미지 참조). 전작에 이은 날 것 그대로의 장기 적출 장면이나 무려 4분에 걸쳐 펼쳐지는 참가자 간의 난투극은 가장 잔인한 장면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상 역대 최고 시청시간, 시청자 수로 새로운 기록을 쓰고 있는 ‘가족계획’의 잔인함도 오징어게임2 못지 않다.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엄마(배두나)가 가족들과 합심해 악당(빌런)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그린 가족계획은 초반부터 엄마가 범죄자의 허벅지에서 1㎏의 살점을 도려내는 장면으로 충격을 선사한다.
총 6부작인 가족계획은 회를 거듭할수록 더 강력한 악당이 얼굴을 드러내는데, 귀를 자르거나 십자가에 못 박는 등의 잔혹한 장면이 쏟아져 나온다. 캐릭터의 고통을 극대화해 악인을 강하게 응징하고 시청자로 하여금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려는 목적이다. 폭력을 통해 유대감을 키우고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것도 특징이다. 이런 설정은 고문처럼 묘사되는 폭력이 미화되거나 시청자의 심리적 불안을 도리어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즈니+가 ‘제2의 무빙’을 목표로 지난 연말 내놓은 ‘조명가게’도 손톱이 손바닥에 붙어 있는 여자, 키가 끝없이 커지는 팔 척 귀신 등 비정상적으로 변형된 신체를 지닌 귀신을 등장시켜 시청자들을 놀라게 한다. 스스로 목을 매는 것부터 이 과정에서 버둥거리다 손톱이 다 빠지는 장면도 자극적이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공포물의 형식으로 풀어낸 조명가게는 입소문을 타며 공개 한 달이 넘은 현재까지도 디즈니+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어려운 정치·경제적 상황에서 자극적인 콘텐츠를 찾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일시적으로 도파민을 분비시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즐거움을 찾기 위해서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자극적이고 잔인해 보이기는 하지만, 암울한 현실과 대입해 보면서 공감하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은 것”이라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적기에 내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수위, 표현에 제한이 없는 OTT의 대중화와 유튜브 알고리즘 등을 통해 자극적 콘텐츠가 더 많이 노출되고 있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일각에선 폭력성 그 자체보다는 그 이면의 메시지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OTT는 스스로 선택해서 돈을 내고 본다는 진입장벽이 있는 만큼 대중적인 지상파 채널에서 담아내지 못했던 성매매, 마약, 학교폭력 같은 범죄를 수면 위로 끄집어냈다”면서 “폭력 수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통해 표현하려는 이야기가 제대로 담겼는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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