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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비밀이야’ 배동렬, 숨겨둔 맛집을 넘어 미식 문화의 비밀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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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렬 HNB다이닝 대표. 배 대표는 유튜브 '비밀이야'로도 유명한 맛집 블로거다. 현재 트러플, 캐비어 등을 유통하는 업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배동렬 HNB다이닝 대표. 배 대표는 유튜브 ‘비밀이야’로도 유명한 맛집 블로거다. 현재 트러플, 캐비어 등을 유통하는 업체 대표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상훈 기자

누구나 마음속 깊이 간직하고 싶은 비밀 맛집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곳이 더 알려져서 잘 되길 바라면서도, 너무 유명해지면 정작 자신이 가지 못할까 걱정되는 묘한 심정과 함께. 그래서 우리는 이 소중한 비밀을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만 살짝 털어놓곤 한다. 물론, “너무 유명해지면 못 간다”는 핑계로 입단속을 부탁하며 말이다.

이러한 자신만의 비밀을 무려 20년째 공유해 온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유튜버 ‘비밀이야’로도 유명한 배동렬 HNB 다이닝 대표다. 맛집 블로거로 시작한 그는 2014년부터 인스타그램, 2019년부터는 유튜브로 활동 영역을 확장하며 더 많은 사람들과 맛있는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올해 12월 기준으로 그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48만명을 넘어섰다. 구독자가 많다 보니 ‘재밌는’ 부작용도 생겼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비밀’이라고 당부한 곳들은 더 이상 비밀일 수 없게 됐다.

오랜 시간 활동하다 보니 그가 다루는 장르도 다양하다. 배 대표의 첫 게시글은 강원도 속초의 조그마한 식당의 곰치국. 여전히 이곳은 그의 소울 푸드로 남아 있다. 지금은 미슐랭 3스타 파인다이닝도 심심찮게 볼 수 있지만 그의 미식은 때론 간단하다. 한 병에 수천만원을 호가하는 와인과 스테이크를 즐기는 모습만이 다가 아니다. 소주 한 잔에 국밥을 즐기는 것도 엄연히 미식이다. 그가 저서로 해장국 열전을 낸 이유에도 소소한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중요시 한 이유에서가 아닐까.

캐비아와 트러플 등 고급 식자재 사업을 하게 된 이유도 사실 거창한 이유로 시작한 것은 아니다. 미식을 위해 수많은 명소들을 다니다 보니 국내에서 쓰이는 자재들이 품질에 비해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을 알고 나서 열게 됐다. 처음엔 알고 지내는 몇몇 셰프들의 부탁으로 시작을 했다가 이젠 규모가 커져 거의 대부분의 한국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그의 물건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올해 열풍을 일으켰던 ‘흑백요리사’에서 최현석 셰프가 미션 도중 급하게 캐비아를 수급 받은 곳도 바로 배 대표로부터다. 내년엔 송이버섯, 올리브오일 등 그 취급 범위를 넓힐 계획이기도 하다.

HNB 다이닝이 수입하는 캐비어. /박상훈 기자
HNB 다이닝이 수입하는 캐비어. /박상훈 기자

다만, 오랜 시간 미식의 세계를 탐구해 온 그에게도 아쉬움은 남아 있었다. 맛있는 음식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지고 있지만, 정작 제대로 된 ‘전문가’는 드물다는 점이다. 특히 비평가와 맛집 칼럼니스트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유독 날카롭다. 정보를 전달하는 직업일수록 철저한 사실 확인이 최소한의 도리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잘못된 정보가 한 번 퍼지기 시작하면 이를 바로잡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문제도 그는 지적했다.

그렇다 보니 배 대표는 자신을 전문가 혹은 비평가라고 부르는 것이 다소 쑥스럽다. 그 무게를 알기 때문이다. 포스팅한 식당만 5000여개가 훌쩍 넘어감에도 겸손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은 무궁무진한 음식의 세계에 대한 존중이기도 하다. 그는 번듯한 직함 대신 오히려 그저 맛있는 음식을 잘 즐길 줄 아는 사람으로 기억되는 것이 더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도 소박한 바람이 있다. 한국 미식과 오랜 시간 함께해 온 만큼, 미식 문화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특히 그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부분 중 하나는 캐비아의 가격을 프랑스와 똑같은 수준으로 낮춘 것이다. 배 대표는 재료 외에도 미식 문화 발전을 위해서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이젠 단순히 자신의 ‘비밀 맛집’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 뛰어난 식재료, 문화 등 세계적인 미식 선진국들의 ‘비밀’을 전달하는 것, 배 대표의 새로운 목표 중 하나다.

HNB 다이닝 사무실 전경. /박상훈 기자
HNB 다이닝 사무실 전경. /박상훈 기자

―간략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20년째 맛집, 여행에 대해서 블로그를 운영하고, 10년째 인스타그램, 5년째 유튜버로 활동하고 있는 일명 ‘비밀이야’ 배동렬이다. 식자재 유통 업체 HNB 다이닝을 운영 중이기도 하다.”

―HNB 다이닝은 어떤 곳인가.

“트러플, 모렐 버섯, 캐비아 등 고급 식자재를 유통하고 있다. 2018년 트러플 수입을 시작해서 2021년에는 캐비아를 들여오기 시작했다. 내년에는 송이버섯, 올리브오일 등 다른 재료들도 취급할 생각이다. ‘비밀이야 부티크’란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HNB 다이닝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오랜 기간 블로그 등을 운영하다 보니 먼저 셰프들과 교류할 기회가 많아졌다. 먼저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쉬는 시기에 우연히 셰프들이 우리나라 식자재에 대해 아쉬운 말을 하는 것을 듣게 됐다. 특히 식자재 종류가 적을뿐더러 가격도 4~5배 비싸다는 게 문제였다. 때마침 중국 쪽 지인이 트러플을 보내줬는데, 이를 아는 셰프들에게 보내봤다. 그 이후 내게 정식으로 판매하면 안되겠냐는 부탁을 받았던 것이 지금에까지 이르게 됐다. 캐비아도 마찬가지다.”

―HNB 다이닝의 목표가 궁금하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 전세계를 다니다 보니, 한국 셰프들의 테크닉은 어딜 가도 뒤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재료의 한계는 느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식 도시들과 한국이 경쟁하기 위해선 먼저 좋은 재료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경영 철학은 ‘질 좋은 재료를 값싸게 팔자’다. 과거부터 해외 식자재와 국내 식자재를 비교하면 많이 아쉽다는 생각을 해왔다. 이 간극을 줄이고 싶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의심 없는 회사가 되고 싶다. 어떤 재료를 취급하더라도 우리가 가져오면 최고급이라는 믿음 말이다.”

―유통하고 있는 트러플은 어떤 종류가 있는가.

“트러플은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등 4개 국가에서 들여오고 있다. 이 외에도 9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는 중국 것도 취급하고 있고, 호주 트러플은 6~8월에 구입할 수 있다. 먼저 3월에서 9월까지 나는 트러플을 ‘섬머 트러플 (Summer Truffle)’이라고 한다. 겉은 까맣고 안은 하얗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황토색 또는 갈색으로 진해진다. 9월부터 12월까지는 가을 트러플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겉은 까만색, 속은 갈색에서 고동색이다. 블랙 트러플 중에서 가장 좋은 것 중 하나가 ‘뻬리고(Perigord)’ 트러플인데 이르면 11월 말에서 3월 말까지 볼 수 있다. 섬머와 가을 트러플은 비교적 저렴한 대신 향이 조금 약하고 맛은 생밤에 가깝다. 빼리고 트러플은 과일이나 꽃 향이 강하면서 젖은 버섯의 맛이 나는 게 특징이다. 이 외에도 화이트 트러플, 모렐 버섯 등 다른 종류도 취급하고 있다.”

―취급하고 있는 캐비아에 대해서도 설명해달라.

“4가지 종류인 트랜스 몬타누스, 오세트라, 크리스탈, 벨루가 캐비아를 취급하고 있다. 트랜스 몬타누스는 캘리포니아 인근 태평양이 원산지인 철갑상어다. 이어 가장 대중적인 오세트라 캐비아도 판매 중이다. 크리스탈은 제조사에서 붙인 이름인데, 중국 흑룡강의 토착 철갑상어와 생산성이 좋은 철갑상어를 배합해 만든 종으로 현재 가장 인기 있으며 업체마다 부르는 이름이 다르다. 마지막으로 벨루가는 양식이 가장 어렵고 크기도 커 평균적으로 단가가 4~5배 정도 높다.”

―현재 협업 중인 레스토랑이나 업체 등이 궁금하다.

“미슐랭 별을 받은 레스토랑 중에선 5군데 빼고 전부 거래 관계에 있다. 국내 호텔 중에서는 신라, 조선, JW 메리어트 등등과도 협업 중이다. 체감상으로 국내 파인다이닝 업체 70%와는 관계를 맺고 있는 것 같다. 납품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요청도 들어주고 있다. 가령 특정 재료가 필요하다고 하면 찾아서 구해준다든지 말이다.”

배동렬 HNB 다이닝 대표가 수입하는 트러플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박상훈 기자
배동렬 HNB 다이닝 대표가 수입하는 트러플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박상훈 기자

―실적은 어떠한가.

“2018년 말에 1인 기업으로 시작했다. 당시엔 한 매출 1억원 남짓이었다. 이어 19년엔 3억원으로 늘었다. 20년엔 7억원, 21년 말부터는 캐비아가 들어오면서 15억원, 22년도 40억원으로 늘었다. 2023년엔 50억원 정도 매출을 올렸고 올해 역시 비슷할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직원은 나 포함 10명 정도다. 올해 초엔 6명이었으나 내년 새로운 사업을 위해 수를 늘렸다.”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맛집 블로거로 활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건설업 쪽에 종사하다가 워낙 음식을 좋아해 블로그를 시작하게 됐다. 시기는 한 2004년쯤이다. 처음엔 가볍게 정보만 올리다가 사람들이 사진도 올려달라 하더라. 핸드폰으로 찍으니 사진기를 바꾸라 해서 점차 그 요구사항을 들어다 주다 보니 더 발전했다. 사실 블로그에 놀러 오는 분들이 키운 셈이다.”

―자신만의 미식을 정의하자면.

“난 나 자신을 미식가로 칭하는 것이 살짝 두렵다. 그렇지만 음식에 대한 관심을 늘리고 기호를 찾아가고, 그런 과정을 통해 음식을 이해하는 것이 미식이 아닐까 싶다. 나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이지 비평이나 평론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단순히 많이, 오래 즐긴 한 사람의 소비자다. 또 미식가라고 하면 뭔가 많이 알아야 할 것 같은 부담스러움도 있다. 사실 확고한 취향이 없다. 그래서 두루두루 먹는 것 같다.”

―그럼 블로그 글, 영상은 어떤 기준으로 올리는가.

“이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식당에 대해서 굳이 비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이 외에 납득할 수 없는 가격, 맛 등을 제공하는 식당이라면 미식가, 평론가가 아니라 누구라도 비판할 수 있다. 또한 현재 식자재 유통 사업을 하고 있어 조심스러운 면도 있다. 너무 비판을 하게 되면 도의적으로 옳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만 맛없는 것을 맛있다고는 안 한다.”

HNB 다이닝이 수입하는 트러플. /박상훈 기자
HNB 다이닝이 수입하는 트러플. /박상훈 기자

―한국 사회에 전문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했는데.

“그렇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비판하고, 제대로 전하는 전문가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런 분들이 많아져야 올바른 지식들을 사람들이 접할 수 있다. 요즈음 SNS를 보게 되면 정보가 너무 많은데, 믿을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 광고도 많고 틀린 정보도 수두룩하다. 문화가 더 발전하기 위해서 개선돼야 할 문제다.”

―캐비아와 트러플을 즐길 수 있는 팁을 공유해 줄 수 있나.

“사실 트러플과 캐비아를 활용한 요리법을 망라한 각각의 책을 썼다. 국내 유명한 셰프님들이 참여해 줘서 고마웠다. 이 맨 마지막을 보면 나만의 방법이 공유돼 있다. 캐비아를 맛있게 먹는 나만의 최고의 방법은 바로 군고구마다. 전형적인 단맛과 짠맛의 조합이다. 마찬가지로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올려먹어도 맛있다. 트러플은 계란 요리에 먹는 게 잘 어울린다.”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맛집이 있는가.

“당연히 집에서 가까운 곳을 많이 간다. 그러나 안 가면 생각나는 곳들은 있다. 속초에 위치한 춘선네. 곰치국을 파는 곳이다. 초밥은 소수헌을 가는 편이다. 가볍게 아침 해장하려 미성옥, 영동설렁탕도 간다. 또 매년 마지막 날 점심에는 남한강 민물매운탕을 들리는 것도 하나의 습관이 됐다.”

―마지막 날에 먹을 하루 세끼 식단이 궁금하다.

“인생 마지막 식사를 고르라고 하면 속초의 춘선네다. 또 좋아하는 음식은 양념갈비와 김치찌개다. 세끼를 고르라고 하면 이 세 가지로 가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린다.

“유튜버 활동이 5년이 넘어가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좀 더 계획적으로, 노력을 기울여서 영상을 만들고자 한다. 취급하는 식자재도 넓히려고 하고 있다. 애정을 갖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다. 꼭 기억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한국 미식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 나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돈을 추구하기보다는 문화가 보다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기억해 주고, 또 기여한 바가 있다고 생각해 주면 감사하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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