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부터 직장인까지 독서를 통해 인생의 갈피를 찾고 싶은 청년들이 독서모임 ‘청년살롱 북갈피’에 모였다. 투데이신문 청년플러스 독서모임 ‘북갈피’는 청년과 여러 분야의 책들을 읽고 소통하며 풍부한 인사이트를 얻고자 개설됐다.
북갈피의 여섯 번째 책은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이다. 책을 읽은 청년들이 서로 어떠한 생각을 나눴는지 지금부터 소개한다. 다만, 자유로운 토의를 위해 실명 대신 가명을 사용했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길 원한단다 먼저 가신 임들을 위해 다 같이 묵념합시다, 먼저 가신 임들을 따라 끝까지 싸웁시다 그러니까…… 우리는 고귀하니까.”_「소년이 온다」中
소설 「소년이 온다」를 펴는 순간 독자는 투명한 영혼을 지닌 여섯 명의 5·18 민주화운동 당사자가 될 수 있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계엄군에 친구를 잃어버린 중학생이 되고 죽임당한 어린 영혼이 되며 살아남아 현실과 지옥을 넘나드는 생존자들이 된다. 독자는 독서를 통해 수감 생활을 전전하며 고문받게 되고 가족을 잃으며 인간의 존엄을 잃는 경험을 얻는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폭력적이고 잔혹한 면을 여지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이 소설은 독자에게 선명한 고통을 선사한다. 그러나 한강 작가는 “이 소설을 통과하지 않고는 어디로도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소년이 온다」는 1980년 군중에 실재했던 누군가의 삶이자, 우리가 될 수 있었던 한 소년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현 시대 민주주의는 그 시절 허물어진 민중의 희생 위에 축조됐기 때문이다.
역사가 없는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고들 말한다. 2024년 대한민국 하반기, 민주주의가 붕괴될 위기 속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이겨냈던 과거’를 촛불로 비추며 미래를 향한 희망을 되찾았다. ‘과거가 현재를 도울 수 있는가, 죽은 자가 산 자를 구할 수 있는가’. 한강 작가가 던진 전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는 질문에 현재의 우리는 감히 답한다. ‘그렇다’고.
청년 ‘하이디’는 「소년이 온다」를 11월의 서적으로 추천한 이유에 대해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한강 작가의 소설을 다 함께 읽고 대화해 보고 싶었다”면서 “북갈피의 청년들이 한강 작가의 독특한 문체에 빠져보길 바랐다”고 말했다.
변치 않는 민주주의의 주역, 청년이 말하는 「소년이 온다」
독서모임장인 하이디(24·여)는 이번 독서모임으로 오랫동안 좋아해 온 한강 작가의 책을 모임 구성원들과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눌 기회를 갖게 된 데 기쁨을 표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에 드러난 한강의 문체에 대해 “시적이고 한국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읽다 괴로워 관둔 전적이 있던 책을 끝까지 다 읽었으니 앞으로도 쭉 잊지 못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일라이(26·남)는 “이 책은 단순히 과거의 비극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우리가 오늘날 그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반성해야 하는지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설을 읽으며 가장 깊이 다가왔던 것은 기억과 증언의 중요성”이라며 “억압된 역사가 잊히지 않도록 되살리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꼭 꾸준히 이야기해 줘야 한다는 메시지는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고도 말했다.
이브(23·여)는 “글만 읽어도 투쟁 속에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졌다”면서 “나라의 민주성을 찾는 과정에서 사랑하는 이들을 떠나보내야 하는 서글픔도 느낄 수 있었다”고 호평했다.
엘사(25·여)는 “옛날에 읽었던 책이었음에도 다시금 읽어보니 또다른 감상들이 피어올랐다”며 “초독에는 광주민주화 운동의 잔혹함을 서술한 작가의 문체들에 감탄했다면, 이번엔 해당 사건을 두고 다양한 입장의 여러 인물들을 배치한 표현력에 감탄했다”고 감상했다.
또 “인간을 넘어 동물에게까지 가해지는 폭력성을 관찰한 시선들이 유독 와닿았다”면서 “그를 보여주기 위한 소재가 광주 민주화 운동이었을 뿐, 결국 이 소설은 양심과 잔인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인간에 대한 탐구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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