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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배다리로 떠나는 감성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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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 맛집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노을 맛집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투어코리아=조성란 기자] 지하철 타고 가볍게 떠나고 싶다면 인천 동구로 가보자. 수도권 전철 1호선 도원역에서 내리면 근대역사문화를 품고 있는 배다리 골목 투어부터 헌책방투어, 카페, 막걸리, 바닷가 노을까지 알찬 하루 여행을 만끽할 수 있다. 골목골목 오래된 것들이 풍기는 특유의 레트로 감성에 취해 백년 역사의 흔적을 발견하는 재미 누리며 특별한 추억을 쌓으러 출발!

# 배다리 ‘애환의 역사’ 예술문화로 꽃피우다!

일제강점기, 1883년 ‘개항장’으로 지정되면서 도시가 형성되기 시작한 ‘인천’. 개항장하면 인천 중구를 먼저 떠올리겠지만, 인천 동구도 빼놓을 수 없다.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은 일본인들에게 개항장 일대 삶의 터전을 넘겨주고 떠밀려 온 조선인 노동자들이 모여 새로운 삶을 일군 곳이다.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그리고 개항과 함께 급속도로 진행된 산업화. 금곡동과 창영동 일대 배다리에는 도쿄시바우라전기, 조선기계제작소, 동일방직, 삼화제분, 성냥, 간장, 술 공장이 들어섰다. 격동의 시기, 배를 곯지 않고 악착같이 살아내야 했던 조선인 노동자들은 이 곳 공장에서 일을 해야 했다. 개항 전 한적했던 인천은 일자리를 찾아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였고, 싼 방을 구하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여인숙 골목이 형성됐다.

또 6·25 전쟁을 거치면서 피난민들이 둥지를 틀었던 곳 역시 배다리마을이다. 이처럼 배다리마을은 시대적 아픔을 고스란히 견뎌낸 서민들의 애환을 그대로 품고 있다.

그 애환의 역사 흔적을 고스란히 살리며, 도시재생과 현대적인 감각이 더해진 복합문화공간들이 배다리에 들어서 여행객들의 발길을 끌어당긴다.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빨래터카페, 헌책방거리 등은 레트로 한 분위기 가득한 감성 인증샷 핫플로, 드라마·영화 촬영장소로도 사랑받고 있다.

다양한 역사적 유적지와 문화재가 많아 그 자체로 역사 박물관인 배다리마을. 동네 한 바퀴 느릿느릿 걸으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특유의 매력을 발산하는 배다리의 감성에 푹 빠져보자.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로 들어가는 골목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로 들어가는 골목

#여인숙 골목에서 예술·감성 공간으로 재탄생

도원역에서 내려 가장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은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이 들어선 좁은 골목길. 일제강점기, 일자리를 구하러 온 노동자들의 머물던 여인숙 골목이었던 곳이다. 비밀의 공간에 들어가듯 좁은 아치형 입구로 들어서니 다닥다닥 건물들이 붙어있는 좁은 골목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100여 년간 동인천 배다리 골목을 지켜온 터주대감 ‘진도여인숙’은 예술공간 ‘잇다작은미술관’으로 거듭났고, 쌈지문화공원, 빨래터카페 등도 골목에서 만날 수 있다.

빨래터카페
빨래터카페

미술관의 기둥들은 한 칸 한 칸마다 다 방이었던 여인숙의 역사를 담아냈다. 빨래터카페 역시 실제 빨래를 하던 곳에 자리 잡았던 역사를 카페 이름에 고스란히 녹여냈다. 카페 내 초록 화분 밑을 잘 살펴보며 빨래터였던 흔적도 살펴볼 수 있다.

옛 것에 새로움을 덧씌운 골목길은 아늑하고 정겹다. 번잡한 일상 속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조용히 머물다 가면 힐링이 될 듯 하다.

도원역과 헌책방거리 사이에 ‘창영철로변 어울림갤러리’도 있으니 예술작품을 감상하며 산책을 즐겨도 좋다.

창영철로변 어울림갤러리
창영철로변 어울림갤러리

#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

한때 ‘성냥’은 최고의 집들이 선물이었다. 또 성냥갑은 서민들의 부업거리였다. 이러한 성냥 역사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곳이 바로 ‘배다리성냥마을박물관’이다.

박물관은 1917년 금곡동에 우리나라 최초의 성냥공장인 ‘조선인촌주식회사’였던 자리에 들어섰다. 불을 얻기 힘든 그 시절, 한 번의 마찰로 손쉽게 불이 일어나는 성냥불 모습이 ‘도깨비불’처럼 보여서 ‘인촌’이라고 불렸다고.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

신박한 발명품은 전 국민의 필수템이 됐다. 그 덕에 조선인촌은 신의주, 평양까지 지점을 확대하면서 1930년대에는 공장 직공이 800명, 부업 종사자가 2천800명에 달했을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 활황의 그림자였을까. 하루 13시간 1만개의 성녕개비를 성냥갑에 담아야 하는 살인적인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던 노동자들이 파업을 했고, 1920년내 노동운동의 도화선이 되기도 했다.

6.26 전쟁 이후 조선인촌 노동자들의 기술이 퍼져나가면서 대한성냥, 고려성냥, 인촌성냥 등이 생겨나기도 했다. 한때 핫템이었던 성냥은 라이터의 등장과 함께 쇠락의 길을 걷게 된다.

박물관 한편에서는 배다리 근처에서 실제로 운영됐던 금곡다방을 그대로 재현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박물관에서는 성냥갑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다.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

# 영화·드라마 속 장면과 비교하는 재미 가득

시간이 멈춘 듯 낡고 오래된 특유의 분위기는 영상 속에서도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배다리마을에선 영화·드라마 촬영지 찾는 재미, 실제 모습과 영상 속 모습을 비교하는 재미가 가득하다.

그중 대표적인 곳이 배다리 헌책방 거리.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유명해진 곳이다. 헌책방거리는 책을 수레에 싣고 다니던 책장수들이 이 곳에 정착, 책방을 열면서 형성된 곳이다. 60~70년대 헌책방이 40여 곳에 달했고, 문학 고서부터 미술, 음악, 한방 등까지 모든 서적을 총망라했다.

아벨서점
아벨서점

그 중 대표적인 곳은 ‘아벨서점’이다. 1973년 문을 연후 50년째 이어온 곳으로, 배다리 헌책방거리의 터줏대감이다. 오랜 시간 만큼 켜켜이 쌓인 헌책들,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한다. 또 노란 서점 ‘한미서점’도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깨비에서 김신과 은탁이 서로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심쿵씬을 완성했던 곳으로, 인증샷 남기기 좋다.

영화 ‘극한직업’’의 치킨 가게 촬영장소도 있다. 누군가가 알려주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 기게 되는 평범한 일상공간의 상가, 그것도 치킨을 전혀 떠올리기 힘든 ‘아울렛 팬시’라는 간편을 달고 있다.

한편, 헌책방거리 특색을 살린 책 연계 프로그램으로 구성된 ‘배다리축제’가 10월 헌책방거리에서 열려 다채로운 볼거리,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한미서점
한미서점

# 백년의 시간 품은 배다리근대문화길 탐방

시곗바늘을 거꾸로 되감은 듯한 배다리 곳곳은 역사의 현장이자 유적지다. 한국 최초의 철도발원지이자 인천 최초의 공립소학교가 들어선 곳이고 1919년 인천 3.1운동의 발상지다. 인천 구 여선교사 합숙소, 창영감리교회도 붉은 벽돌 건물이 인상적이다.

배다리 책방거리에서 인천양조장·창영초등학교·인천세무서에 이르는 쐬뿔고개 ‘창영동’을 걷다 보면 그동안 알지 못했던 역사의 현장을 마주하는 감회가 남다르다.

창영동은 쇠뿔처럼 휘어진 고개라고 해서 옛날 우각리(牛角里)로 불렸던 곳으로, 한국철도 발원지다. 미국인 제임스 모스가 고종황제로부터 한국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 철도부설권을 받아 1897년 3월 22일 우각동에서 기공식을 가졌다. 1899년 9월 13일 개통 당시 개통된 역은 제물포·축현(동인천역)·우각동·부평·소사·오류동·노량진이었으나, 우각동은 여객 수요가 거의 없어 1906년 폐지됐다.

창영초등학교는 인천 최초의 공립보통학교로 1907년 12월 9일 설립돼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곳으로, 인천 3.1독립만세운동의 발상지다. 학생들이 투옥되는 등 격동의 역사를 품은 곳으로, 인천광역시 유형문화유산 제16호로 지정돼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사립학교 인천영화초등학교 구본관도 창영동에서 만날 수 있다. 이외에도 인천 구 여선교사 합숙소는 근세 르네상스 양식의 건축물로, 19세기 미국 감리교화가 보낸 선교사들의 합숙소였던 곳이다.

창영동에는 이런 역사와 배다리 사람들의 옛 모습과 생활 등이 담긴 사진들이 전시돼 있어 여행자의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 막걸리 빚고 술술 한잔 추억 새겨볼까

지역마다 전통주, 탁주 하나씩은 있다. 인천도 마찬가지. 인천 탁주의 발생지 ‘구 인천양조장’이 있다. 인천양조주식회사는 1926년 황해도 출신 최병두가 세운 회사로, 인천의 옛 지명인 소성을 내세운 ‘소성주’를 선보였다.

인천문화양조장
인천문화양조장

그러나 막걸리 주요 원료인 ‘지하수’ 맛이 변하자 1996년 공장을 옮겼다. 옛 양조장은 양조장 시설 등을 그대로 둔 채 문화공간 ‘인천문화양조장’으로 변신했다. ‘인천문화양조장’ 입구에선 양철 로봇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품질’이라는 글씨가 써진 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간이 멈춘듯한 공간에 전시된 작품들도 이색적이다.

인천문화양조장에 들르니 탁주 한잔이 절로 생각난다. 직접 막걸리를 빚고 맛보고 배다리만의 로컬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꿀주당’에 제격이다.

나윤경 술작가가 먹걸리 빚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좌측). 꿀주당에서 막걸리 빚기 및 시음 체험 모습.
나윤경 술작가가 먹걸리 빚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좌측). 꿀주당에서 막걸리 빚기 및 시음 체험 모습.

아픈 아들을 위해 천연 발효 식초에 대해 배우다 발효 식품 막걸리의 매력에 푹 빠졌다는 나윤경 술작가는 국내 쌀과 물, 누룩 등 3가지만을 사용해 빚은 순곡주 ‘금창막걸리’를 선보이고 있다. 인천 동구 유일의 양조장인 꿀주당은 양조장과 체험공간, 펍으로 구성돼 있어, 직접 막걸리 빚기 체험을 하고 시음도 해볼 수 있다.

# 개항의 역사 살아 숨 쉬는 ‘화도진’

인천 동구에서 역사적인 장소 화도진공원도 빼놓을 수 없다. 이 곳은 본래 구한말 인천 앞바다 외세 침략을 경계를 위해 설치된 곳이다. 고종이 무리하게 개항을 요구하는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진과 포대를 설치토록 하면서 1879년 지어졌으나, 갑오개혁 당시 군대 개편으로 불타게 된다. 화도진에서는 1882년 일본 견제를 위한 한미수호 통상조약이 체결됐다. 한미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불탔던 화도진은 1982년 복원됐다.

화도진
화도진

화도진은 4개 마당(동헌마당·내사안마당·내사큰마당·사랑채), 병영 11동, 유물 전시관, 포대 등으로 구성돼 있고,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각종 유물들도 만나볼 수 있다.

격동의 역사를 뒤로 한 채 지금은 평온하기만 하다. 현대에서 조선시대로 타임슬립 한 듯 한옥 건물들 사이를 거닐며 도심 속 휴식을 취하기에도 좋다.

매년 5월 철쭉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룰 때면 군영축제 ‘화도진축제’도 열린다. 축제에선 역사를 살린 어영대장 축성행렬, 화도진 성곽 쌓기 체험 등 다양한 볼거리, 즐길거리를 선사한다.

# 노을 맛집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산책

해질 무렵엔 ‘만석화수 해안산책로’로 가보자. 바다 위로 주홍빛으로 시시각각 물드는 석양이 일품이다.

일제강점기인 1930년대부더 해안가를 본격 매립, 조성한 공장들이 들어섰던 곳으로, 만석부두와 화수부두 모두 1970년대까지 인천 대표 어항으로 활기 넘쳤으나, 1973년 연안부두가 조성되면서 어선들이 본거지 옮기며 한산해졌다.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공장 및 군부대로 접근이 단절된 곳을 관광객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총 길이 2.42km 구간에 파도를 형상화한 웨이브데크, 군사초소를 활용한 전망대, 범선 형상의 포토존 등으로 꾸며졌다.

해안 풍경 담으며 감성 인증샷 찍고 산책을 즐기기 좋은 친수공간으로 거듭난 것. 인천 앞바다, 물치도, 영종도를 눈에 담으며 해안 산책 즐기고, 노을빛에 물든 나만의 감성샷 추억을 남겨보자.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특색있는 아늑한 카페에서 쉬고 싶다면 ‘참새당’을 추천한다. 밀가루 대신 소화가 잘되는 ‘쌀’로 만든 다양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시그니처 메뉴는 쌀라떼, 쌀쿠키슈, 쌀에그타르트 등이다. 건강한 디저트에 맛은 물론 분위기도 좋다.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만석화수 해안산책로

# 배다리 매력 100% 즐기는 법

인천 동구는 배다리길을 중심으로 ‘스탬프 투어’를 진행한다. 성냥마을박물관에서 쿠폰북을 받아 배다리 성냥마을박물관, 배다리 아트스테이 1930, 스페이스 빔, 인천창영초등학교, 배다리 로드갤러리, 여선교사기숙사 중 5곳을 방문해 스탬프를 모아 오면 커피 쿠폰을 지급한다.

인천 동구는 2025년 노동자의 길과 예술로 동구길까지 스탬프투어를 확대, 더욱 풍성한 관광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또 ‘막걸리빚기 체험’, ‘댕기키링 만들기 체험’등 체험거리를 늘려 재미를 더할 계획이다.

인천 동구는 배다리 스템프 투어를 운영한다.
인천 동구는 배다리 스템프 투어를 운영한다.
투어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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