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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한바퀴’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한식당→재외동포 무용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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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 바퀴’ 300번째 특별한 여정은 타슈켄트로 떠나본다

가게 앞 입간판에 크게 적힌 익숙한 한글에 홀린 듯이 들어간 내부에는 포슬포슬 ‘오색경단’에 ‘바나나 빵’까지 진열돼 있다. 이제는 ‘추억’이라고 불릴 법한 빵과 떡을 만드는 박인혜(53) 씨가 이곳의 주인이다. 현지인 이웃이 전해준 수제 쿠키를 맛본 것이 계기가 되어 빵집을 열었다는 인혜 씨. 가게를 운영하며 억울하게 재판을 받는 등 고난도 많았지만, 한국 빵과 우즈베키스탄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버텼다. 

동서양 무역과 교류의 거점, 실크로드의 중심에 우즈베키스탄이 있었다. ‘네 개의 물길이 만나는 교차로’라는 뜻의 초르수 바자르(Chorsu Bazaar)는 중앙아시아 최대 규모 시장으로, 각지에서 찾아온 사람들과 진귀한 물건들이 오가던 중요한 장소다. 웅장하고 푸른 돔 아래는 언제나 상인들과 손님으로 빼곡하다. 신선한 과일부터 식감 좋은 견과류, 현지인들의 주식인 빵까지 없는 게 없는 이곳은 인심마저 후하다. 서툰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상인들의 친절함을 따라 시장이 품은 오랜 역사를 향유해본다.

학교 주변을 걷다 한복을 입은 채 장구를 멘 학생들을 만났다. 궁금함에 그들을 따라간 곳에서 ‘아리랑’이 들려온다. 노래에 맞춰 우리의 전통춤을 추는 무용단 ‘모란봉 앙상블’과, 단장인 고려인 4세 진 따치아나(36) 씨를 만났다. 언어부터 학교 이름을 짓는 방식까지 전부 다르지만 ‘아리랑’에 맞춰 모두 함께 춤출 수 있는 건 한국을 생각하는 재외동포 따치아나 씨의 마음 덕분일 테다.

국민의 약 90%가 이슬람교인 우즈베키스탄에서 돼지갈비로 이름을 떨친 가게가 있다. 남편 김제현(47) 씨와 아내 곽효선(42) 씨가 운영하는 한식당. 돼지갈비와 만두전골을 주력으로 내세운 이 가게는 제현 씨의 아버지 때부터 찾아주신 단골손님들로 이어져 온 오래된 맛집이다. 

‘태-권!’ 익숙하고 우렁찬 기합에 발걸음이 저절로 향한다. 소리의 근원지에서 마주한 건 태권도 도복을 입은 채 열 맞춰 선 우즈베키스탄 학생들과 그들을 지휘하는 이슬람(31) 씨. 태권도의 인성 교육과 아름다운 동작의 매력에 빠져 그 길로 태권도를 배운 지 약 15년째. 이제는 훌륭한 사범이 된 그는 한국에서 태권도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자신과 같은 꿈을 꾸는 학생들에게 한국어를 가르쳐줄 정도로 진심이 되었다. 

관광객들 너나 할 것 없이 사진 삼매경인 장소에 도착한 동네지기. 도대체 무슨 영문인지 살펴보니 눈앞의 광경이 놀랍다. 우리나라의 가마솥보다 족히 열 배는 커 보이는 초대형 솥에 쌀이 가득하다. 음식의 정체는 바로 우즈베키스탄 전통음식 플로프(Plov)다. 양고기와 소고기, 갖은 야채와 쌀을 기름에 볶아 만드는 플로프는 우즈베키스탄 대소사에 빠지지 않는 현지인이 사랑하는 음식이다. 장장 7시간을 날아온 동네지기가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한 숟갈 푸짐하게 떠서 이국의 맛을 느껴본다.

1937년 고려인 강제 이주 후 척박했던 땅을 집단 농장으로 일구어 고려인들의 생활을 풍족하게 가꾼 재외동포의 뿌리, 황만금. 그의 역사를 간직한 박물관을 찾아 고려인분들께 존경을 표한다. 한편 과거 집단 농장이 있던 자리에 아직 거주하며 지금도 민족의 뿌리를 잊지 않고 사는 고려인 어르신 세 분을 찾았다. 과거를 품에 안고, 이제는 기쁨을 노래하며 사는 어르신들.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떠나 만나지 못하는 자식들이 단 하나의 슬픔이라는 어르신들을 위해 일일 아들을 자처한 동네지기. 직접 끓인 떡국을 대접하며 그들의 그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드린다.

다가오는 새해가 반가운 것은 머나먼 타국에서도 통하는 우리네 정이 있다는 걸 알아서일까. 변치 않는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 행복했던 여정은 12월 28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300화 재외동포 특집 2부작 – 중앙아시아를 가다, 두 번째 이야기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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