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극장가는 어느 때보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천만 영화는 ‘파묘’, ‘범죄도시4’ 단 두 편에 불과했다. 여기에 올해 흥행순위 5위인 ‘파일럿’ 누적관객수는 470만이다. 흥행 1위와 5위 사이 관객수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손익분기점을 넘기며 26일 기준 연말 최대 흥행 타이틀을 거머쥐고 있는 ‘소방관’도 누적관객이 290만이다. 천만 규모의 ‘초대박’이 아니면 3~400만 인근까지 가는 것조차 힘들어진 것을 체감할 수 있다.
이른바 네임드 배우들이 주연을 맡은 작품들은 줄지어 흥행에 참패했다. 전도연·임지연·지창욱 주연의 ‘리볼버’(누적 24만 9천), 김윤석·이승기 주연 ‘대가족’(누적 30만), 송강호·박정민 ‘1승’(31만 8천), 윤여정·유해진 주연 ‘도그데이즈’(36만 7천), 류승룡·진선규 주연 ‘아마존 활명수’(60만), 탕웨이·수지·박보검·정유미·최우식 주연 ‘원더랜드’(62만 5천), 설경구·장동건·김희애·수현 주연 ‘보통의 가족’(65만), 조정석·이선균·유재명 주연 ‘행복의 나라’(71만), 김고은·노상현 주연 ‘대도시의 사랑법’(87만 9천)으로 100만 문턱도 밟지 못했다. 톱스타나 멀티 캐스팅, 대작이 흥행을 보증하던 시대는 지났다는 이야기다.
반면 외화는 훨훨 날았다. 흥행 10위권에 외화가 5편이다. ‘인사이드 아웃2’, ‘웡카’, ‘모아나2’, ‘듄: 파트2’가 그 주인공. ‘화제작’이라는 타이틀도 대부분 외화로 돌아갔다. ‘와일드 로봇’, 존 오브 인터레스트’, ‘퍼펙트 데이즈’ 그리고 연말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서브스턴스’까지 무난하게 기대치를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극장들도 수익 개선을 위해 여러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실황 영화가 대표적이다. 2024년 한해 god, 에스파, 에픽하이, 이승윤, BTS 슈가, 김준수, 볼빨간사춘기, 영탁, 블랙핑크, 세븐틴, 실리카겔, 임영웅, 남진, NCT 태용, 하이라이트, 아이브, 플레이브, 백현 등 가수는 물론이고 박은빈, 이준호가 팬콘서트 실황으로 스크린을 장식했다. 2023년 13편이었던 실황 영화가 1년새 21편으로 대폭 늘어났다.
재개봉 영화 붐도 같은 맥락이다. ‘매트릭스’, ‘포레스트 검프’ ‘이터널 선샤인’ ‘아키라’ ‘공각기동대’ ‘색, 계’ ‘해바라기’ ‘비긴 어게인’ ‘타인의 삶’ 등 비교적 과거의 작품들은 물론이고 ‘극장판 주술회전 0’ ‘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존 오브 인터레스트’ ‘퍼펙트 데이즈’ 등 팬덤이 두터운 최근작들도 다시 극장에 걸렸다.
문제는 이런 기류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이 이미 기정사실화 됐다는 점이다.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5대 배급사조차 영화 개봉을 목표로 한 작품의 투자 편수 및 투자금이 줄어들고 있다. 당장 2025년에는 극장에 걸 작품이 없다는 이야기가 현실화될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