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뢰를 맞고 죽음의 문턱에서 기적처럼 살아난 고등학교 국어 교사가 병원에 1000만 원을 기부한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일상을 되찾기까지 노력해준 많은 의료진에게 고마움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2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낙뢰를 맞고 살아난 고등학교 국어 교사 김관행과 전남대 응급의학과 조용수 교수가 등장했다.
사고 당시 상황은 이랬다. 당시 김관행 교사는 1급 정교사로 올라가기 위해 조선대에서 연수를 받다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초코우유를 먹고 나왔다. 이후 그는 낙뢰를 맞은 나무를 지나다 바로 쓰러졌다고. 낙뢰를 맞고 바로 심정지가 왔으나, 사고 약 1분 후 사범대 조교들이 그를 발견해 119에 신고한 후 돌아가며 심폐소생술을 했다.
그는 조선대 응급의학과로 이송됐고 심폐소생술은 40분간 지속됐다. 다행히 심장은 돌아왔으나 상태가 악화되면서 그는 다시 전남대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이곳은 전국 유일하게 응급의학과에서 에크모(ECMO, 피를 몸 밖으로 꺼낸 뒤 피에 산소를 주입해서 몸을 순환시키는 기계) 치료가 가능한 곳이었다.
조용수 교수는 당시 그의 상태에 대해 “처음에 심폐소생술을 40분 넘게 해서 심장이 멎은 시간이 너무 길어서의식도 전혀 없었고, 혈압 올리는 약을 최대한 농도로 다 썼음에도 혈압이 정상인의 절반도 유지가 되지 않았다. 인공호흡기 썼는데도 저산소증이 심해 1~2시간 이내 사망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면서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밤새도록 처치했다. 너무 좌절스러웠고, 관행 씨 부모님이 상태를 물어볼 때마다 마주치는 게 불편했다. 부모한테 자식이 죽을 것 같다고 말하기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토로했다.
놀랍게도 김관행 교사는 치료 이틀째 에크모를 뗄 수 있을 만큼 호전됐다. 조용수 교수는 “생존 확률이 사실 1%라고 하는데, 더 낮았다고 생각한다. 낙뢰를 맞고 심장이 멎은 사람은 30분 이상 심폐소생술을 안 하고 사망선고를 내린다. 개인적으로 회복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혼자 이겨낸 것”이라며 “하늘이 도왔고 본인의 의지가 강해서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환자보다 먼저 의사가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김관행 교사는 전남대 병원에 1000만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그는 “보통 자신이 응급의학과에 갈 거라는 생각은 안 하고 살지 않냐. 그래서 내가 그런 혜택을 볼 줄 몰랐는데, 아버지의 친구분이자 지금은 돌아가신 윤학덕 응급의학과 교수가 있었기 때문에 전국적으로 심폐소생술 등 응급 처치 교육이 잘 이뤄졌다고 생각한다. 의료진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있어 기부하게 됐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그러면서 “사고 후 주변에서 ‘복권을 사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도 “사본 적은 없다. 이것 자체가 로또인 것 같고, 이미 (생환만으로도 최고의 행운을) 다 쓴 것 같다. 동생이 나중에 제일 재수 없는 사람 중에 내가 제일 재수 있었다고 하더라. 발견부터 처치, 이송 등 모든 순간에 운이 따랐다. 나중에 도와주신 분들을 다 찾아뵀다.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는 장면을 보여드렸는데, 이겨내고 살려주셔서 감사드린다”라고 진심을 전했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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