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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하얼빈’ 현빈, 그렇게 ‘안중근’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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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현빈이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으로 돌아왔다. / CJ ENM
배우 현빈이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으로 돌아왔다. / CJ ENM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현빈이 영화 ‘하얼빈’(감독 우민호)으로 관객 앞에 섰다. 뜨겁고 치열하게, 진심을 다한 열연으로 자신만의 ‘안중근’을 빚어낸 현빈은 “지금의 관객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많은 이들에게 닿길 바랐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영화다. 우민호 감독이 ‘남산의 부장들’(2020) 이후 선보이는 신작으로,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데 이어, 개봉 당일 예매량 50만장을 넘기는 등 뜨거운 기대 속에 오늘(24일) 극장에 걸렸다.

현빈은 국권 회복을 향한 의지를 굳게 다지는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을 연기했다. 현빈은 ‘위인’ 안중근의 모습 속 가려진 그의 인간적인 고뇌와 내면을 묵직하면서도 내밀하게 담아내 호평을 얻고 있다. 섬세한 감정 열연은 물론, 처절함이 깃든 액션까지 폭넓게 소화하며 극을 단단하게 이끌었다는 평이다. 

우민호 감독의 캐스팅 제안을 세 번이나 거절했다는 현빈은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그럼에도 ‘하얼빈’에 뛰어든 이유와 안중근 장군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한 노력의 과정들,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개봉 소감은.

“토론토영화제에서 영화를 처음 봤는데 그때 상영 이후 편집이 조금 바뀌었다. 추가된 장면도 있고. 국내 언론시사회에서 IMAX를 통해 완전히 완성된 영화를 처음 봤는데 큰 화면에서 보니 담고자 한 장면들이 더 생동감 있게 다가간 것 같아서 좋았다. 지금 우리에게 벌어지는 일 전에 만든 영화인데 우연히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는 결과가 만들어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부담감에 우민호 감독의 제안을 세 번이나 거절했다고. 마음을 바꾼 계기나 이유가 있다면. 

“감독님이 제안할 때마다 시나리오를 조금씩 고쳐서 줬다. 뭔가 더 좋은 게 없을까, 디테일한 것 하나를 찾아 현장에서도 계속 고쳤다. 끊임없이 그 작업을 계속한다. 내게 제안했을 때도 한 번도 똑같은 시나리오를 준 적이 없다. 조금씩 바꾸고 또 바꾸고 했다. 그때마다 힘들 거라는 생각은 했는데 궁금한 지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감독님의 열정과 에너지, 내게 보내는 신호들이 어느 순간 딱 맞았다. 또 안중근 장군을 연기한다는 게 좋게 생각하면 기회라는 생각도 했다.”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를 내밀하게 그려낸 현빈. / CJ ENM
안중근의 인간적인 면모를 내밀하게 그려낸 현빈. / CJ ENM

-부담감을 떨친 과정도 궁금한데. 

“끝날 때까지 떨쳐내지 못했다. 지금도 못 떨쳐냈다.(웃음) 지금까지 한 작품 중에서 가장 힘들었다. 정신적으로. 압박감과 무게감도 그렇고 찾아내는 과정도 많이 외롭고 힘들었다. 로케이션의 힘을 많이 느낀 작품이다. 의상도 분장도 미술, 세트, 소품 하나하나 힘이 됐다. 촬영장에 가서 하나씩 몸에 걸쳐지고 그 환경 속으로 들어가는 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 공간이 주는 힘이 크게 작용했다.”

-아내 손예진의 응원, 아들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고.

“그때 상황에서 아내도 외로웠을 거다. 같은 배우이기 때문에 쉽지 않은 작품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고 끝나고 나서 고생했다, 수고했다고 말을 해줬는데 그게 굉장히 큰 힘이 됐다. 본인도 힘들었을 텐데 표현해 준 것 자체가 좋았다. 이 작품을 준비하고 촬영을 시작하기 전에 아이가 태어났는데 나중에 이 아이가 영상을 보고 인지할 수 있고 생각할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이야기해 주고 싶다. 네가 태어날 때 아빠가 이런 인물의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고. 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영화를 잘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안중근은 어떤 인물로 다가왔고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지금까지도 해답을 못찾았다. 조금이라도 그분의 생각과 그분에게 가까이 가고 싶어 최대한 노력했지만 지금도 어떻게 그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고 행동을 하고 본인의 목숨을 희생할 수 있었는지 감히 생각할 수 없는 범주 안에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사를 치르러 가는 과정 중에 인간으로서 두려움이 없었을까, 동지들과 균열이 발생했을 때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후회가 단 한 번도 없었을까, 이런 것들로부터 시작이 됐던 것 같다. 그 지점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관객에게 전달하면 좋을까 생각을 많이 했다. 안가에서 어둡고 구석진 곳에 앉아서 최재형(유재명 분)과 대화하는 신이 있는데 완전히 웅크려있는 모습 자체가 안중근의 감정을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 아이디어를 냈다. 공간 안에 들어가서 리허설을 하면서 찾아내고 뭐가 더 나을까, 어떻게 더 나을까 고민하며 만들어갔던 과정이었다.”

현빈이 쉽지 않은 도전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 CJ ENM
현빈이 쉽지 않은 도전을 마친 소회를 전했다. / CJ ENM

-육체적으로도 고생을 많이 했겠더라. 가장 힘들었던 신을 꼽자면. 

“아무래도 제일 고됐던 것은 전투 신이다. 꽤 오랜 시간 촬영했다. 신을 시작하고 나면 진흙이 속옷 안까지 들어가는 상황인데 그 상태로 오전부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유지하고 있어야 해서 그런 지점들이 좀 괴로웠다. 추운 건 스태프들이 따뜻한 것도 갖다주고 모니터하면서 몸도 녹일 수 있고 하니까 괜찮았다.”

-현장 호흡은 어땠나. 외로움의 감정을 어떻게 이어가려고 했는지. 

“로케이션도 많았고 타지에서 촬영해야 하는 분량이 많다 보니 더 똘똘 뭉쳤던 시기가 있었고 또 반대로 각자 캐릭터가 가진 설정을 준비하고 현장에 나와야 하는 상황도 많아서 각자 고립된 시기도 있었다. 그게 적절하게 잘 이뤄진 현장이었다. 어느 한 배우가 그런 모습을 보이면 묵묵히 지켜봐 주고 기다려주는 시간이 있었고 그게 너무 깊어진다 싶으면 모여서 으쌰으쌰 해주고 그랬다.”

-우민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우민호 감독님이 현장에서도 디테일을 찾기 위해 계속 바꾸는 스타일인데 나는 그런 걸 좋아하는 편인 것 같다. 준비가 안 된 것에서 나오는 신선한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높게 사는 것 중 하나는 작품에 임하는 열정,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는 거다. 그런 열정이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생각하고 끊임없이 걷어내고 채우고 하는 것 같다. 촬영 후에도 현장 편집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면서 만들어낸 신들이었다. 그 과정을 계속하는 감독이었다.”

-현 시국과 맞물려 곱씹게 되는 대사도 많았다. 특히 마지막 안중근의 내레이션이 유독 박히더라. 

“이토 히로부미의 대사도 그렇고 마지막 내레이션도 그렇고 감독님이 실제 이토 히로부미와 안중근 장군의 기록에 기반해서 만든 대사들이다. 사실에 기반해서 쓴 대사라서 지금의 관객들에게 희망과 용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가 보여주고자 했던 목표는 시원한 한 방이나 어떤 결과보다 독립군들의 여정과 길을 보여주고 싶었다. 거사를 함으로써 ‘독립이 됐어, 살 만한 세상이 됐어’가 아니라 밑거름이 되고 계속해서 나아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는 영화다. 안중근 장군의 말처럼 이게 끝이 아니라 앞으로 우리는 계속해서 한 발 한 발 나아가야 한다는 걸 느껴줬으면 좋겠다.”

현빈이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 CJ ENM
현빈이 작품에 임한 마음가짐을 떠올렸다. / CJ ENM

-이토 히로부미를 척결하고 ‘까레아 우라!(대한독립 만세!)’라고 외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어떤 마음으로 연기했나.

“공부인(전여빈 분)에게 러시아 말로 ‘대한독립만세’가 뭐냐고 물어본 순간부터 ‘까레아 우라!’ 함성이 끝날 때까지 안중근 장군과 같은 생각이었던 것 같다. 최대한 많이 퍼져나가길 바라는 마음. 목이 찢어져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길 바랐다. 영화가 끝나고 안중근의 얼굴보다 그 한마디, 그 목소리 하나가 더 잔상이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외쳤다.”

-이토 히로부미 역의 릴리 프랭키와 현장에서 나눈 이야기가 있다면. 

“처음 현장에서 만나고 ‘감사하다’고 말을 했다. 정말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텐데 함께해 준 것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표했고 촬영이 끝나고 연기한 걸 보면서도 감사했다. 정말 대단한 배우라는 생각을 했다. 공간을 아우르는 대단했다. 정말 좋았다. 무대인사를 같이 하면서 혹시 일본에서 이 영화가 개봉돼서 기회가 있다면 나도 가서 무대인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인기가 많은 한류 스타로서 독립운동가인 안중근을 연기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 

“우려는 나보다 주변에서 더 많았던 것 같다. 이 영화 자체는 우리나라의 아픈 기억이고 잊으면 안되는 하나의 기록이다. 우리나라 배우로서 우리나라를 이렇게 자리 잡게 만들어 준 한 분을 연기한다는 것은 되게 감사하고 영광스러운 일이다. 일본 팬들에 대한 걱정이나 우려는 단 1%도 없었다. 안중근 장군에 대한 존재감 때문에 부담이 있었지, 다른 지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극장이 여전히 힘든 상황이다. 흥행에 대한 부담감도 클 것 같은데. 

“부담 있다. 여러 가지로 크다. 이 영화가 갖고 있는 의미도 크고 대작이다 보니 뒤에서 고생한 분들, 투자한 분들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나도 이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갈 때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충실히 하려고 한다. 나머지는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다. 우민호 감독님이 말했듯 지금은 작은 화면으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많이 있는데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봐야만 하는 이유를 만든 작품이고 그걸 중점적으로 한 작품이다. 극장에서 보고 전혀 다르게 느껴진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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