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를 짝갈비로 받아 직접 드라이에이징하고 정육하는 ‘풍류각’. 맛있는 고기는 물론 오롯이 음식과 사람에 집중할 수 있도록 깔끔히 꾸민 인테리어, 널찍한 테이블 간격에서 풍류가 절로 느껴진다. 이름의 유래도 재미있다. 먼저 풍류(風流)라는 단어에서 드라이에이징에 필요한 바람(風)과 온도 및 습도의 흐름(流)을 발견했다. 박인성 대표는 여기에 으레 음식점 이름에 쓰는 ‘누각 각(閣)’ 자 대신 ‘깨달을 각(覺)’ 자를 붙였다. 풍류각을 꼬박 1년간 준비하며 성공적인 숙성을 위해 끝내 깨달음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 풍류각의 모든 고기 메뉴는 직접 작업하는 짝갈비 부위로만 이뤄져 있다. 이 중 유일하게 다른 것이 우설인데, 보통 상하기 쉬워 내장으로 분류해 냉동 상태로 유통하는 부위다. 그런데 풍류각은 특이하게도 냉장 유통한 우설을 숙성해 쓴다. 불필요한 수분이 날아가며 식감에 탄력이 발생해 씹는 재미가 생긴다. 풍류각에서는 하루 3~4마리분에 해당하는 우설을 작업할 정도로 인기 있는 메뉴라고. 풍류각의 모든 메뉴가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지만, 길쭉하게 재단하여 갈비뼈에 돌돌 말아 내는 안창살이 눈길을 끈다. 흡사 망치 혹은 도끼 같은 꼬들꼬들 안창살은 씹을수록 진한 육향이 배어 나온다. 비주얼만큼 인상적인 맛. 더불어 이곳에서는 위스키 등 다양한 주류를 합리적 가격에 만날 수 있다. ‘라뽐드세잔’이라는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막걸리는 박 대표가 특별히 추천하는 술이다. 고기와 사과 막걸리라니 그 조합도 이색적이다.
주소 서울 마포구 월드컵로 33
메뉴 투뿔한우모듬 6만 9000원, 한우 우설 2만 9000원, 투뿔 안창살 2만 9000원
영업 시간 11:00~02:00(15:00~17:00 브레이크)
한우를 연탄불에 구워 먹다니 이보다 호방하고 이색적인 경험이 없다. 경복궁역 인근에 위치한 ‘국빈관’은 모든 손님을 국빈으로 모시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름이 한때 종로에서 잘 나가던 나이트클럽 ‘국일관’을 연상시킨다고 하여 오픈 초기에는 양주 세트도 갖춰놨었다. 원래 마당이 딸린 한옥이던 공간에 약간의 일식 터치를 가미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ㄷ’ 자로 이뤄진 다이닝 공간 어디에 앉아도 보이는 중정이 아름답다. 국빈관은 중정을 잘 활용하여 대표 메뉴인 ‘연탄 양념 소갈비’를 주문하면 중정에 딸린 화덕에서 고기를 초벌한다. 그 덕에 마당에서 고기 굽는 낭만적인 장면을 구경할 수 있으며, 자리에서 냄새를 피우지 않고 양념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국빈관이 처음이라면 ‘특상 한우 짝갈비 모둠’을 먹고 양념 소갈비로 넘어가길 추천한다. 모둠 메뉴에는 갈빗살, 안창살, 늑간살, 토시살 등 한국인이 좋아하는 특수 부위가 빠짐없이 나온다. 만약 좀 더 특별한 메뉴를 찾거나 여럿이서 다양한 메뉴를 주문하고 싶다면, ‘한우 투뿔 티본’을 추천한다. 스테이크하우스에서나 맛보는 티본스테이크를 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한식 밑반찬과 음식을 곁들여 먹을 수 있으니 마지막 한 입까지 즐겁다. 사실 모든 반찬과 음식 모두 예사롭지 않은 맛인데, 사골육수에 한우 양지와 차돌을 넣고 청국장을 푼 된장찌개에 떡국도 별미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2길 17-4
메뉴 한우 1++ 티본(100g당) 3만 5000원, 연탄 양념 소갈비 280g 3만 5000원, 된장찌개 9000원
영업 시간 11:30~22:00(15:00~17:00 브레이크)
‘목살카세’라는 특별한 메뉴가 있는 숙성 돼지고기 전문점. 우리가 흔히 ‘목살’이라고 부르는 부위를 더 세심하게 정형하여 네 개의 부위로 세분화했다. ‘고기연’ 대표가 얼마나 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메뉴라고 할까. 테이블 당 2인분까지만 주문할 수 있는 ‘목살카세’는 윗부분살, 살치살, 알목살, 등심으로 구성돼 있다. 고기연의 가장 큰 장점은 숙련된 직원들이 고기를 직접 구워준다는 점. 비계가 두세 겹씩 붙어 있어 언뜻 삼겹살처럼 보이는 윗부분살은 실제로도 삼겹살과 맛이 비슷하면서도 비계 부위가 좀 더 꼬들꼬들해 씹는 재미가 있다. 다음으로 살치살은 잘 숙성된 돼지고기의 고소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참고로 고기연은 목살을 480시간 숙성한다(48시간 아니다). 목살에서 알목살과 등심이라는 대치되는 부위까지 천천히 맛보면 목살카세가 끝난다. 고기연은 시그니처 소스인 육장, 서울식 갈치속젓, 표고와사비, 황태포, 명란마늘 등 고기에 곁들이는 소스가 다양하며, 부위별로 어울리는 조합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소금만 고수해도 좋을 정도로 고기가 맛있다. 목살카세를 다 먹고 고기를 더 먹고 싶다고? 삼겹살을 굳이 안 먹어도 된다면, 목살을 추가해 맛보기를 권하고 싶다. 조금 전에 목살카세를 통해 다채롭게 발견한 맛들이 ‘목살’이라는 메뉴에 다 포함돼 있다고 생각하며 먹으면 더 맛있게 느껴진다. 그야말로 꽉 찬 맛. 반찬으로 나오는 미나리 장아찌도 일품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가길 17
메뉴 목살카세 1만 8000원, 숙성 삼겹살 1만 7000원, 쫄순이 6000원
영업 시간 15:00~22:00 *토, 일요일 12:00~22:00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