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연출자로 처음 인터뷰를 하니까 조금 다르네요. 배우 할 때는 ‘몰라’라고 하고, ‘좋고 싫다’를 말한 것도 있는데, 지금은 모든 것에 대해 ‘좋다’라고 해야한다는 걱정이 좀 있어요.(웃음)”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명가게’를 연출한 김희원 감독의 인터뷰가 2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됐다.
‘조명가게’는 어두운 골목 끝을 밝히는 유일한 곳 ‘조명가게’에 어딘가 수상한 비밀을 가진 손님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무빙’에 이어 강풀 작가의 두 번째 각본 집필작으로, 연출은 배우 김희원이 감독을 맡아 첫 시리즈 연출에 도전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미스터리한 11인의 캐릭터 역에 주지훈, 박보영, 김설현, 배성우, 엄태구, 이정은, 김민하, 박혁권, 김대명, 신은수, 김선화, 김기해가 분해 빈틈없는 연기 앙상블을 선보였다.
현장을 떠올리며 김희원 감독은 “매일 배우들의 눈치를 보게 되더라. 스태프 눈치도 많이 봤다. 6개월 내내 모든 사람의 눈치를 봤다. 모두가 스스로 역할을 하게 하려다보니, 조심스러웠다”고 말했다.
“팀 별로 밥도 많이 샀다. 거의 모든 사람들한테 촬영이 끝날 때마다 전화도 많이 했다. 내가 배우를 할 때 끝나고 집에 갈 때면 허전함을 많이 느꼈었다. 내가 잘했나라는 생각도 들고 그 생각으로 나는 전화를 많이 걸었던 것 같다”는 김희원 감독.
그는 “작가 강풀과의 관계도 달라졌다. 배우로 만나서 작업을 할 때는 ‘이상하다’라는 말도 하고, 바꾼 것도 있었다. 그런데 연출로 만나서 대화를 하니, 이걸 어떻게 하면 더 좋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되더라”며 “첫 연출 작품으로 ‘조명가게’를 선택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고민을 많이 했다. 대본이 워낙 어려워서, 다른 감독들도 선뜻 선택을 못한 작품이라고 하더라. 시청자 분들이 헷갈린다라고 말을 한 분도 계신데, 확실한 건 대본보다는 쉽게 만들었다. 주제도 부담스러워서 안 볼 수도 있고, 첫 작품이 망하면 어떻게 하냐, 이런 생각을 실제로 많이 했다. 그러다 ‘이런 이야기도 필요해’라는 생각으로 맡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어 “수락을 하기까지 한 달은 고민을 했다. 사실 맡겠다고 한 뒤에도 ‘지금이라도 그만둘까’라는 고민을 했다. 나에게 감독 제안을 한 사람은 강풀 작가였다. 그 분의 말이 ‘무빙’을 보면서 김희원의 연기가 제일 좋았다고 하더라. 물론 그 분의 말이다.(웃음) ‘무빙’에 다들 초능력자인데, 내가 연기한 선생님 역할만 초능력이 없다. 그런데도 싸울 때 안 죽는다. 결국 학생들을 그만큼 사랑하니까, 목숨을 걸고 싸운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표현하기 위해 대본을 조금 바꾸기도 했다. 그런 순간 강풀 작가가 나에게 설득이 됐다고 하더라”고 비화를 소개했다.
“모든 장면의 연기를 내가 먼저 해보기도 했다”는 김희원 감독. 그는 “카메라가 어디에 있으면 잘 나올까, 동선은 어떻게 짜면 좋을까를 다 상상하면서 그렇게 했다. 현장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을 예상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노력을 털어놨다.
“내가 다음 작품을 또 (연출) 할 지는 모르겠다”며 겸손한 말을 남긴 김희원. 그러면서도 “연출이라는 것이 재미가 있더라. 관객들이 내가 생각한 것들을 정확하게 바라봐주더라. 그런 부분이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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