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1TV ‘동네 한 바퀴’가 중앙아시아로 떠난다. 그 첫 번째는 중앙아시아의 대국 카자흐스탄이다.
알마티 남동쪽, 해발 1,100m에 위치한 ‘콕토베’는 카자흐어로 ‘녹색 언덕’이라는 뜻을 가진 곳이다. 이곳에 오르면 알마티의 도심 전망과 아름다운 설산을 눈에 담을 수 있다. 정상까지는 케이블카를 타고 오르는데, 올라갈수록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지는 풍광이 일품이다. 마침내 도착한 콕토베 정상에는 특별한 체험이 동네지기 이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 중심에는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시장 ‘젤레니 바자르’가 있다. 사과의 도시 ‘알마티’답게, 다양한 종류의 사과를 맛볼 수 있는 건 기본이고 신선한 채소와 고기 등 없는 게 없다.
그중 단연 인기 있는 고려인들의 반찬 가게에는 김밥에 김치, 고사리나물까지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반찬이 가득하다. 고려인 3세지만 한국에 대한 애정으로 김밥을 만들기 시작한 반찬 가게 사장 박 폴리나 씨. 동네 지기 이만기의 발길을 붙잡으며 반찬 하나라도 더 맛보고 가라는 재외동포들의 후한 인심을 ‘젤레니 바자르’에서 만나본다.
카자흐스탄은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요즘 한류 열풍으로 카자흐스탄에도 길거리 음식 문화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사이에서 K-분식으로 승부수를 내건 남자가 있다. 장사한 지 약 50일 차에 접어든 재외동포 익현 씨는 연고도 없는 카자흐스탄으로 건너와 가족들에게 딱 5년만 기다려달라며 알마티에 분식집을 차렸다. 팥도 먹지 않는 카자흐스탄에서 팥 붕어빵으로 현지인 입맛 사로잡은 익현 씨는 ‘알마티 붕어빵 장수’로 새로운 미래를 꿈꾼다.
재미있게 한글을 알려주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는 재외동포 계이리나 교사를 만났다. 한글이 어렵지 않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라면 파티’라는 이름으로 한국의 컵라면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맛있다’, ‘매워요’ 등의 한국말을 배우게 한다.
러시아 연해주에는 1932년 창단된 우리 민족 최초의 해외 극장인 ‘고려극장’이 있다.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당한 고려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자 설립된 이곳은, 고려인 전통문화의 보고이자 살아있는 역사와 다름없다. 지금도 고려인 배우들이 한국어는 잘 몰라도 대본을 통째로 외우는 열정으로 한국 고전소설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극장의 최신 공연인 ‘심청전’의 악녀 ‘뺑덕어멈’을 찰떡같이 소화해 내는 고려인 3세 배우, 윤 예브게니아 게오르기에브나 씨를 만났다. 조모와 아버지 어머니 모두 고려극장의 단원으로 활동한 덕에 극장의 단원이 되는 게 당연했다는 그녀. ‘연기파’ 배우로 오래오래 고려극장에서 한국의 문화를 전파하고 싶다는 그녀의 열정을 만나본다.
올해로 18년 차, 알마티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한식당을 운영하는 부부를 만났다. 주변의 텃세로 팔자에도 없는 경찰서에도 끌려가 보고, 언어가 통하지 않아 온몸 써가며 현실에 부딪히길 수년. 그럴 때마다 꿋꿋하게 버티게 해준 힘은 ‘이곳에서 성공하자’라는 마음으로 만든 한식, 그중에서도 순댓국과 김치였다. 현지인 입맛에 맞추기보다는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인 입맛을 살려보자며 순대도 직접 만들고, 김치도 한국에서 씨를 가져다가 현지에서 농사지은 배추로 직접 담근단다.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건지 지금은 현지인 손님이 80%를 차지한다.
“내 나이가 어때서~”, 가사에 걸맞게, 추운 날씨에도 비단 같이 고운 한복을 입고 한국 노래로 아름다운 화음을 이어가는 합창단을 만났다. 6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세대가 아우러진 단원의 대부분이 고려인 2세들로 결성됐다. 언어는 통하지 않아도 단지 같은 민족으로 그 예술혼을 이어가는 이들. 한국식 트로트부터 한국 민요까지, 카자흐스탄 알마티 한복판에서 만나는 한국 노래들이 이렇게 반가울 수 없다. 동네 한 바퀴 이만기도 익숙한 멜로디에 가던 발걸음 멈추고 정겨운 화음에 동참해 본다.
먼 땅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민족성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행복을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우리 재외동포들의 이야기는 12월 21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299화 [재외동포 특집 2부작] 중앙아시아를 가다 – 1부. 카자흐스탄 알마티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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