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호에는 디터 람스의 비초에 쉘빙 시스템과 엔초 마리의 ‘세디아 1’ 체어가 놓여 있다.
31호 현관에 새겨진 룸 넘버.
32호에서 볼 수 있는 프랭크 게리의 ‘크로스 체크’ 암체어와 알바 알토 디자인의 코트 랙.
42호 거실 중심에는 로쉐보보아의 벨벳 소재 ‘마종’ 소파가 자리를 잡았다.
몇 해 전 겨울 〈엘르 데코〉 코리아와 마주한 인터뷰에서 아파트먼트풀 대표 이아영·김성민은 부산에 준비 중인 스테이를 언급한 적 있다. 그들이 고심해 고른 빈티지 가구 속에서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라고, 누구든 타인의 시선을 벗어나 아파트먼트풀의 가구와 조명의 가치를 온전히 즐기게 될 거라고 말이다. 많은 계절이 지나고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 스테이는 달맞이길의 작은 언덕에 자리 잡은 복합문화공간 ‘에케(Ecke)’ 3·4층에 있다. 층마다 두 개씩, 총 네 개로 구성된 방은 각기 다른 구조와 매력을 지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덴마크, 핀란드, 독일, 프랑스 등 다른 태생과 무드의 가구를 특색 있게 배치했기 때문. “투숙자들이 방마다 전혀 다른 가구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길 바랐어요. 가구뿐 아니라 각 나라의 공예품, 빈티지 테이블웨어, 아파트먼트풀에서 소개하는 가구 관련 디자인 서적도 함께 비치했습니다. 빈티지 디자인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오리지널 빈티지 피스에 대해 다양한 영감을 받는 공간이 됐으면 했어요.”
프랑스 빈티지의 정수를 누릴 수 있는 42호. 샤를로트 페리앙의 손길이 닿은 가구들이 모여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다이닝 룸.
독일 빈티지 가구가 모인 41호에서는 찬란한 서재와 조우하게 된다. 에곤 아이어만, 미하엘 토네트 등의 오리지널 피스들이 무심하게 놓여 있다.
안락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31호는 대니시 모던 빈티지 가구로 채워져 있다. 루드 티게센 & 조니 쇠렌센의 북케이스가 놓인 다이닝 룸과 에릭 예르겐센의 소파, 뵈르게 모겐센의 1인용 체어가 놓인 거실 등 덴마크 특유의 고즈넉한 가구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32호에서는 핀란드 빈티지 가구를 경험할 수 있다. 알바 & 아이노 알토, 파보 튀넬, 리사 요한손파페(Lisa Johansson-Pape) 등의 손길이 닿은, 투박하면서도 우아한 가구들이 거실과 침실로 이어진다. 41호에는 미하엘 토네트, 에곤 아이어만, 디터 람스 등 모던하고 기능적인 독일 빈티지 가구들이 이어진다. 컬러플하고 조화로운 의자가 한 점씩 놓인 서재가 멋스럽다. 프랑크푸르트 키친의 오리지널 유닛을 볼 수 있는 부엌도 있다. 42호는 프랑스 모던 빈티지 가구들의 자리다. 한스 호퍼(Hans Hopfer)의 그린 벨벳 소파를 중심으로 샤를로트 페리앙의 의자와 벤치, 피에르 샤포의 스툴, 피에르 귀아리슈가 디자인하고 유니테 다비타시옹에 사용된 컵보드를 한자리에서 보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31호에 놓인 루드 티게센 & 조니 쇠렌센의 북케이스에는 북유럽 스타일의 공예품과 테이블웨어가 놓여 있다.
41호 부엌에서는 현대 시스템 키친의 시작인 프랑크푸르트 키친의 유닛을 감상할 수 있다.
41호 서재에 놓여 있는 에곤 아이어만의 ‘SE 68’ 레드 체어와 요제프 호프만과 구스타프 지겔 디자인의 ‘플레더마우스’ 체어.
42호 빈티지 화장대 앞에는 프랑스의 디자이너이자 목공예가인 피에르 샤포의 스툴이 빛을 발한다.
“소재나 사조, 색감, 디자인에 따라 하나의 공간에 있을 때 서로 조화가 잘되는 가구들이 있습니다. 공간 사이즈나 층고, 마감에 따라 어울리는 형태가 달라지기도 하고요. 아파트먼트풀 스테이는 이 모든 걸 고려해 만들어낸 공간이에요. 객실의 조도 또한 인공 빛을 최대한 지양하고 자연광과 주 조명만으로 내부 빛을 살릴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빈티지 가구에 대한 아파트먼트풀의 철학을 흠뻑 누리는 하룻밤. 누가 이 특별한 경험을 마다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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