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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등’ 배우 송강호에게 ‘1승’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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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가 영화 ‘1승’(감독 신연식)으로 돌아왔다.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배우 송강호가 영화 ‘1승’(감독 신연식)으로 돌아왔다.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송강호가 영화 ‘1승’(감독 신연식)으로 관객 앞에 섰다. 특유의 소탈하고 유쾌한 면모로 또 하나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완성한 그는 ‘1승’을 두고 “작지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는 작품이길 바란다”고 전하며 많은 이들에게 닿길 바랐다. 

송강호가 호연으로 완성한 ‘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지난 4일 개봉해 관객을 만나고 있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 영화 ‘카시오페아’ ‘배우는 배우다’ ‘페어 러브’ 등 장르와 플랫폼을 넘나들며 감독과 작가, 제작자로 활약 중인 신연식 감독이 각본‧연출을 맡은 ‘1승’에서 송강호는 손 대면 망하는 백전백패 배구감독 김우진을 연기했다. 

김우진은 근근이 운영하던 어린이 배구교실마저 폐업 수순을 밟고 있던 와중 한 시즌 통틀어 1승만 하면 된다는 구단주 강정원(박정민 분)의 제안을 덥석 물어 해체 직전의 프로 여자배구단 ‘핑크스톰’의 감독을 맡게 되는 인물이다. 

송강호는 인간미 넘치는 매력과 현실감을 불어넣은 자연스러운 생활 연기는 물론, 선수 개개인의 개성과 강점을 알아주고 도전하며 1승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감독’ 김우진의 모습까지 유쾌하면서도 진정성 있게 그려내며 웃음과 감동을 모두 선사, 자신의 역할을 다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송강호는 ‘1승’을 택한 이유부터 캐릭터 구축 과정, 촬영 에피소드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지난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진정한 ‘1승’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송강호가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송강호가 작품을 택한 이유를 전했다.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2021년 크랭크업 후 드디어 관객을 만나게 됐다. 소감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영화뿐 아니라 ‘소방관’도 그렇고 많은 한국 영화들이 다 새롭게 지금 소개되고 있는 게 참 반갑다. 그래서 다 잘 됐으면 좋겠다.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많이 나오니까 관객들도 선택하고 즐겁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1승’은 우리 선수들이 피, 땀 흘리게 연습하고 훈련을 받은 게 고스란히 담겼고 배구인들이 정말 발 벗고 도와줘서 큰 힘이 됐다. 하나의 어떤 팀으로 다가온 것 같다. 열심히 작업했기 때문에 (개봉이) 반가운 마음이 제일 크다.”

-‘1승’을 택한 이유는. 

“단순히 배구 팬이기 때문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배구라는 스포츠가 주는 다양함과 한국 영화 최초로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라는 것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처음 시나리오를 봤을 때 신선했다. 성공하고 멋진 슈퍼스타들이 나오는 이야기가 아니었거든. 열정은 넘치지만 현실이 그 열정을 감싸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자신도 모르게 자신감을 잃고 항상 패배 의식에 젖어있는 사람들이 하나씩 자극을 받고 성장한다. 감독과 선수가 같이 성장하는 느낌들이 좋았다.” 

-‘반칙왕’ 이후 오랜만에 스포츠 영화였고 전작 ‘거미집’에서는 영화감독이었는데 이번엔 배구감독 역할이었다. 어떻게 접근했다.

“내가 선수로 캐스팅된 게 아니라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하. 너무 (선수 역할을 맡은 배우들이) 힘들게 고생을 해서 지켜보는 것만 해도 안쓰러웠다. 감독 역할을 연속으로 맡았는데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거미집’ 영화감독은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집착, 그런 이상한 광기가 뭉쳐진 사람이라면 김우진은 집착이나 광기보다 열정인 것 같다. 스포츠인으로서 가지고 있는 순수한 어떤 마음들이 막 터져 나오는 듯한, 많이 다른 감독 캐릭터가 아닌가 생각했다. 배구 중계방송을 매일 보는데 정말 재밌다. 작전이 무궁무진하고 이 팀에 작전이 있고 상대 팀에서 대응하는 것들이 다채롭다. 나는 감독이기 때문에 실제 감독님들의 모습을 많이 참조했다. 특히 차상현 감독님(전 GS칼텍스 감독)이 작전 타임에서의 말씀을 유심히 보고 약간 차용도 하고 그랬다.”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김우진을 완성한 송강호.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매력적이고 입체적인 김우진을 완성한 송강호.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구체적으로 어떤 장면이었나. 

“감독은 선수의 마음과 머릿속에 들어가 있는 것, 심리적인 것까지 다 파악한다. 방수지한테 ‘네가 조금 전에 실수한 게 머릿속에 남아있으니까 계속 실수하는 것’이라고 말을 하는데, 차상현 감독님이 실제 지시한 걸 그대로 따라 한 거다. 그냥 동작과 기술적이고 기능적인 것만 지시하고 체크하는 게 아니라 감독이 선수의 마음과 눈동자를 보고 저 선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지금 마음에 뭐가 걸려 있는지 금방 알아차리고 판단을 하는 거다. 참 의미 있는 장면이다.”

-김우진은 인생의 모든 실패를 맛본 인물이었다. 어떻게 다가갔나. 

“누구나 김우진 같은 마음이 있다. 살다 보면 답답하고 왠지 위축되고 자신감도 잃어버리고 이런 경우가 나도 있고 여러분도 있을 거다. 김우진은 동떨어진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자신과도 비슷한 맥락을 가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에게 ‘1승’이라는 게 과연 뭘까, 한 번 이기는 게 뭐가 중요하겠나. ‘1승’을 하면서 100승, 1,000승이 될 수 있다. 극장 문을 나설 때 나에게 1승은 뭘까 생각한다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영화가 될 거다. 나도 ‘1승’을 통해 많은 생각을 했다. 30년 동안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다 보면 어떨 때는 뭘 해도 잘될 때가 있고 어떨 때는 아무리 노력해도 관객과 소통이 부족한 지점이 나오더라. 소통이 안 될 때도 있고 그걸 지나면 또 소통이 될 때도 있고. 가만히 보니 이게 인생이더라. 이 리듬 자체가 다 인생의 축소판이다. 핑크스톰이라 팀이 정말 피와 땀을 흘리는 노력 끝에 겨우 1승을 따내는데 그런 모습이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 이 영화가 인생의 축소판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웃음 타율도 꽤 높았다. 오랜만에 코믹한 매력을 보여줬는데. 

“전체적으로 영화에 익살과 풍자가 깔려 있다. 애니메이션 장면도 그런 일환이다.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즐겁게 팝콘 드시면서 보셔도 되는 영화라는 걸 알려주고 싶다. 편집에서 빠진 장면들이 있다. 감독님이 생각했을 때 너무 과하다 싶어서 편집을 한 것 같은데, 그런 장면들은 배우들과 현장에서 같이 만들어 나갔다.” 

유쾌한 호흡을 보여준 박정민(왼쪽)과 송강호.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유쾌한 호흡을 보여준 박정민(왼쪽)과 송강호.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강정원 역의 박정민과의 케미스트리도 좋았다. 호흡은 어땠나. 

“‘파수꾼’ 때부터 광팬이었다. 본인이 가진 타고난 재능도 있지만 유심히 보니 스스로 소양을 하는 것 같다. 사람에 대한 소양, 세상에 대한 소양들을 켜켜이 잘 쌓아올리는 거다. 출판사도 한다고 하잖나. 세상과의 소통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간다는 점이 굉장히 놀라웠고 후배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파수’ 이후 작품들을 보면 캐릭터 해석력과 표현력이 탁월하잖나. 같이 해보니 역시더라. 장악력이랄까, 임팩트, 에너지가 참 놀라웠다. 이래서 박정민 박정민 하는구나 싶었다.”

-‘관상’ 인연 조정석이 카메오로 등장해 유쾌한 호흡을 보여줬는데.

“약간 아쉬웠다. 더 길었다면 더 재밌게 했을 텐데. 대단한 배우다. 개인적으로 친한 후배기도 하지만 흔쾌히 특별출연을 해줘서 고마웠다. 배구감독이라고 하면 키도 크고 배구 선수 출신 같은 사람을 떠올리잖나. 그런데 진짜 보면 조정석 같은 감독님이 많이 있다. 외모에서는 풍기지 않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스타플레이어. 조정석 덕분에 더 리얼했던 것 같다.”

-김연경 선수의 등장도 반가웠다.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연경이) 너무 바쁜 스케줄이었다. 경기도 있었고 촬영은 충남 보령이었다. 눈도 많이 오고 겨울이었다. 밤에 일정 마치고 바로 와서 촬영하고 다시 차를 타고 올라가는 모습을 봤다. 너무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말도 잘하고 재밌고 그래서 연기도 잘할 것 같은데 대사가 없어서 아쉬웠다. (신연식 감독이) 더 큰 부탁을 하는 게 미안했나 보더라. 김연경 선수의 스파이크를 바로 옆에서 지켜봤는데 몸이 막 뒤로 밀릴 정도더라. TV로 볼 때도 엄청난 파워를 느꼈는데 실제로 보니 장난이 아니구나 싶었다 파워가 장난 아니다.”

-이번 작품뿐 아니라 ‘삼식이 삼촌’까지 함께한 신연식 감독은 어떤 연출자인가. 

“‘동주’(각본 참여) 보고 놀랐다. 윤동주 시인의 아름다운 시를 너무 잘 알고 공부도 했는데 정말 그의 삶의 발자취랄까, 그 시대 예술가들의 열정과 아픔을 저런 시선으로 담아낸 사람이 누굴까 참 궁금했다. (신연식 감독이) 나보다 9살 어린데 작가로서 갖고 있는 시선,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자체가 놀라울 때가 많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참신하고 새롭다. 뭔가 외치고 발언한다기보다 담담히 만져나가는 모습이 선비 같은 느낌이다. 어떨 때는 선배 같기도 하고 그렇다.” 

1등 배우 송강호가 1승의 의미를 되새겼다.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1등 배우 송강호가 1승의 의미를 되새겼다. /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배우의 인생에서도 단 1승을 차지하기 위해 피와 땀을 흘리고 간절했던 순간이 있었나. 

“내년이 되면 연기를 한지 30년인데 돌이켜보면 그런 느낌이 든 순간이 ‘초록물고기’(1997)였던 것 같다. 데뷔작은 홍상수 감독님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1996)인데 그때는 연극 공연을 하면서 동시에 찍었거든. 단역이라 3일만 촬영하기도 했고. 그런데 ‘초록물고기’를 찍을 때는 비중도 크고 연극 연출 선생님이 배려를 해줘서 제대로 영화에 올인을 했었다. 영화 연기를 처음 제대로 하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가 굳이 따지면 1승 같은 느낌이었던 것 같다.”

-승리를 위해 무언가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면. 

“글쎄. 안전한 선택은 포기했던 것 같다. 어느 정도 성공이 보장되는 시나리오가 분명히 있다. 그런데 그걸 포기했다. 결과는 알 수 없고 위험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지만 정말 새로운 작품을 택해왔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구간도 있고 최근처럼 결과가 좋지 않은 구간도 있고 한데 그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나도 사람인지라 아쉬움은 있지만 내가 선택을 잘못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앞으로 바라는 1승, 작은 성공이 있다면. 

“지금 당장은 ‘1승’이 많은 관객에게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마음을 고동치게 하는 작품들, 드라마가 됐든 영화가 됐든 그런 작품들을 계속 만나고 싶다. 앞으로도 나의 심장을 뛰게끔 만드는 작품을 만나는 게 내가 정말 바라는 진정한 1승이 아닐까 싶다.”

-올해 데뷔 후 첫 드라마에도 도전했다. 돌아본다면. 

“드라마틱한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장르를 뛰어넘어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고 다양한 인물을 연기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가 참 좋았다. 결과까지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결과를 떠나 드라마의 삼식이라는 캐릭터, 영화 ‘1승’의 김우진이라는 인물, 이런 캐릭터를 넘나드는 게 내겐 굉장히 도전이었고 작은 성취였던 것 같다. 올해는 ‘1승’으로 마무리하고 내년에 또 새로운 작품으로 찾아뵙겠다.” 

-관객들에게 이 영화가 어떻게 전해졌으면 하나. 

“나는 ‘1승’이 단순한 스포츠 영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1승이 결코 크지는 않을 거다. 하지만 그 작은 1승이 얼마나 소중하고 얼마나 큰 기쁨을 주는지 모른다. 이 영화가 여러분에게 작은 위안이 되고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러닝타임이 아깝지 않을 거라고 꼭 말하고 싶다.”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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