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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진이’ 벗은 임지연, 마침내 얻은 새 이름 ‘구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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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리볼버' 무대인사에 오른 배우 임지연.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리볼버’ 무대인사에 오른 배우 임지연. 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지금도 따라다니는 ‘연진이’이라는 이름을 비로소 완전히 털어낸 듯한 분위기다. 배우 임지연이 주연한 드라마 ‘옥씨부인전’이 주말 안방에서 예사롭지 않은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김남길의 ‘열혈사제2’, 주지훈과 정유미가 만난 ‘사랑은 외나무다리에서’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서로 맞물린 상황에서 시청자의 시선을 빼앗으면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JTBC ‘옥씨부인전’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밤 10시30분에 방송한다. 지난 11월30일 시작해 지금까지 3회까지 방송한 상태. 첫 회 시청률 4.2%(닐슨코리아·전국 기준)로 출발한 드라마는 3회에서 7.8%까지 상승했다. 앞서 같은 시간 방송한 김소연 주연의 ‘정숙한 세일즈’가 줄곧 4~5%대의 시청률을 오가다가 마지막회인 12회에서 8.6%를 기록한 상황과 비교하면 ‘옥씨부인전’의 초반 인기가 확인된다.

특히 방송 직후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티빙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고 있지만 시청률 상승을 거듭하는 상황은 그만큼 ‘본 방송’을 챙겨보려는 열혈 팬층이 형성됐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작품의 인기는 넷플릭스 순위에서도 확인된다. 11일 현재 오늘 대한민국의 톱10 시리즈 1위에 올라 있다. 공유·서현진이 주연한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도 가뿐하게 누르고 정상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옥씨부인전’은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꿈을 향해 나아가는 당당한 주인공 구덕이가 온갖 공격과 어려움을 딛고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다. 노비 신분인 구덕이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양반가의 아씨 옥택영의 신분으로 살아가게 된다. 총명하고 지혜로운 구덕이는 양반의 신분을 얻으면서 그동안 마음에 품었던 일을 하나씩 실행한다. 양반가의 부당함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편에서 주저하지 않고 목소리를 낸다. 신분을 뛰어넘어 오직 실력과 재능으로 평가받는 구덕이의 성공사에 시청자의 눈에 집중된다. 신분으로, 여성인 이유로 당당하게 꿈을 펼칠 수 없었던 당대 조선의 분위기에서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구덕이의 분투가 드라마의 초반 인기의 발판이 되고 있다. 그 구덕이가 바로 임지연의 새로운 이름이다. 

임지연의 영리한 선택도 돋보인다. 꾸준한 연기 활동을 잇다가 지난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 글로리’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임지연은 워낙 강렬한 캐릭터로 대중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면서 여전히 ‘연진이’로 불린다. 극중 학교폭력의 가해자 박연진을 연기하면서 독선과 오만으로 가득 찬 인물을 실감 나게 표현한 덕분이다. 이후 ENA 드라마 ‘마당이 있는 집’에서 다시금 진가를 발휘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임지연 앞에 붙는 타이틀은 ‘연진이’가 익숙하다.

'옥씨부인전'의 임지연. 사진제공=JTBC
‘옥씨부인전’의 임지연. 사진제공=JTBC

이제 그 자리를 ‘구덕이’에게 내줘야 할 듯하다. 임지연은 노비였다는 신분을 숨기고 양반가의 아씨인척을 하면서 세상에 나선다. 일종의 조선시대 변호사인 외지부로 활약하면서 어려운 이들의 사정을 듣고 불의에 맞선다. 구덕이의 변화를 극적으로 표현하는 임지연의 활약은 초반부터 몰아쳤다. 데뷔 초 영화 ‘간신’과 SBS 드라마 ‘대박’을 통해 사극을 경험하면서 얼마나 어려운 장르인지 체감했다는 그는 당시 느낀 어려움과 두려움을 연기로 극복하면서 ‘옥씨부인전’을 주말 안방의 다크호스로 만들고 있다.

임지연의 선구안도 돋보인다. ‘옥씨부인전’의 극본과 연출은 그동안 새로운 장르를 통해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여 대중적으로도 인정받은 제작진이 맡았다. 극본을 쓴 박지숙 작가는 지난 2021년 오정세가 주연한 드라마 ‘엉클’로 호평받은 인물. 무명의 뮤지션이 이혼한 누나가 맡긴 조카와 함께 지내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유쾌하고 따뜻하게 그려 주목받았다. 진혁 PD 역시 판타지 로코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SBS ‘주군의 태양’을 시작으로 ‘푸른 바다의 전설’ 등으로 실력을 증명한 연출자다. 임지연은 성장과 사랑, 웃음과 따스한 시선을 드라마에 녹여왔던 작가 및 PD와 만나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진혁 PD는 임지연에 대해 “구덕이는 어려운 캐릭터”라며 “늙어 죽는 것밖에 꿈꿀 수 없는 최하층민부터 양반가의 아씨와 부인 그리고 변호사까지 소화할 수 있는 배우로 누가 적임자일지 생각했다. 임지연을 통해 강한 모습 뒤에 따뜻하게 누군가를 어루만지는 (캐릭터의)선함이 느껴지길 바랐다”고 밝혔다. 

물론 로맨스도 빠질 수 없다. 구덕이의 곁에는 그를 위해 한없이 희생하는 양반가의 자제 천승휘(추영우)가 있다. 노비였던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둘은 험난한 인생 여정을 함께 하면서 만남과 엇갈림을 반복한다. 드라마에서 임지연이 본격적인 로맨스를 소화하기도 오랜만이다. 데뷔 초반인 2015년 SBS ‘상류사회’와 이듬해 주연한 ‘불어라 미풍아’ 이후로는 줄곧 장르물에 집중하면서 로맨스와 인연을 맺지 않았다. ‘더 글로리’에서 만난 두 남자 전재준(박성훈)과 남편인 하도영(정성일)과의 관계도 사실 사랑과는 거리가 멀었다. 드라마 특성상 극중 구덕이와 천승휘, 즉 임지연과 추영우의 사랑이 깊어질 수록 시청률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지연의 대표작으로 남은 '더 글로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임지연의 대표작으로 남은 ‘더 글로리’의 한 장면.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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