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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레전드 북 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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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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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이름을 빼고 책을 논할 수 있을까? 1968년 독일 괴팅겐에서 시작된 ‘슈타이들’은 인쇄·출판 분야의 그랜드 마스터 게르하르트 슈타이들(Gerhard Steidl)이 이끄는 출판사다. 칼 라거펠트, 앤디 워홀, 로버트 프랭크, 데미언 허스트, 윌리엄 이글스턴, 낸 골딘, 유르겐 텔러, 로니 혼···. 함께 책을 낸 아티스트들의 이름이 이토록 화려한 이유는 안팎으로 완벽한 만듦새를 구현하기 위한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원하는 색감이 나올 때까지 반복되는 교정 작업, 종이의 미세한 질감 차이와 표지 마감 방식, 책 특성에 걸맞은 제본 방식, 머리와 꼬리띠 같은 사소한 장식 요소, 컬렉터의 소장욕구를 자극하는 북 케이스까지. 이런 완성도 이면엔 책에 대한 오랜 신뢰가 자리한다. 바로, 언제나 사적이고, 지극히 불가항력적이며, 심지어 종교적이기까지 한 믿음이. 책과 책을 사랑하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게르하르트 슈타이들의 메시지.


“책을 통해 작가의 비전이 오래도록 기억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누군가의 철학과 비전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책이 갖는 강점은
우선 책의 지속성을 들 수 있다. 전시는 짧으면 몇 주, 길면 몇 달로 수명이 짧다. 하지만 책은 제대로 관리만 하면 수백 년은 보관할 수 있다. 또 전시는 한정된 기간과 장소에서 열리기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면 모든 사람에게 기회가 주어지는 건 아니다. 하지만 책은 당신을 찾아간다. 구입하거나 선물받은 책은 당신 삶의 일부가 되고, 당신의 컬렉션을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도 있다. 로버트 폴리도리(Robert Polidori)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전시는 규모 제한으로 보여줄 수 있는 이미지의 수가 제한되므로 사진가가 지닌 비전의 단편만 보여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수백 쪽에 달하는 책은 많은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 비전이 오롯이 담기는 것이다. 책을 보기 위해 필요한 건 눈과 충분한 빛뿐이다. 나는 이를 책의 ‘자급자족적 즉시성(Self-Sufficient Immediacy)’이라고 부른다. 책은 항상 곁에 있고, 항상 켜져 있고, 항상 존재한다. 전자 책은 디바이스를 켜서 소프트웨어를 열고 화면에 이미지와 텍스트가 제대로 표시되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여기에 주기적인 버전 업데이트까지! 반면 책은 감격스럽게도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책을 ‘민주적인 예술 작품’이라고 표현한 적 있다. 이 시대에 책이 줄 수 있는 예술적 경험이란
슈타이들의 책은 수천 권씩 인쇄된다. 이 말은 수천 명이 소장하고 경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빌려주거나 빌리기 쉬워 확산성도 높다. 또 천의 촉감과 페이지의 바스락거림, 종이의 향기는 폭넓은 감각을 동원한다. 전시나 인터넷에서는 불가능한 경험이다. 한 가지 불만을 털어놓자면, 색상의 정확성에 관한 이야기다. 인터넷은 물론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보는 모든 색상을 신뢰할 수 없다. 한 작품에 대한 수천 개의 이미지 파일이 존재하지 않은가. 색상과 톤이 모두 다르기에 실제 작품이 어떤지 알 수 없다. 또 디스플레이마다 보정 정도도 다르지 않은가. 구글에서 윌리엄 이글스턴의 〈The Red Ceiling〉(1973)을 검색해 보라. 미묘하게(일부는 정말 미묘하지 않게) 다른 색이 나타날 것이다. 어떤 빨간색이 맞는 걸까? 우리 책에 실린 이미지를 보면 이글스턴이 의도한 빨간색(정확하게는 레드 심포니색)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원본 크롬에서 스캔한 후 세심하게 색을 보정하고 그가 원하는 색감이 될 때까지 반복 인쇄한 끝에 구현한 빨간색이다.

1969년 창간한 앤디 워홀의 매거진 Andy Warhol's Interview 1~7호의 팩시밀리 에디션. 일곱 권의 책에 꼭 들어맞는 트롤리 케이스까지 제작했다.
1969년 창간한 앤디 워홀의 매거진 Andy Warhol’s Interview 1~7호의 팩시밀리 에디션. 일곱 권의 책에 꼭 들어맞는 트롤리 케이스까지 제작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 전집. 그라스의 시, 희곡, 소설, 에세이는 물론 엄선된 대담을 포함시킨 24권의 하드커버 책과 나무 박스를 만들어 소장가치를 높였다.
노벨문학상 수상자 귄터 그라스 전집. 그라스의 시, 희곡, 소설, 에세이는 물론 엄선된 대담을 포함시킨 24권의 하드커버 책과 나무 박스를 만들어 소장가치를 높였다.
자연과 건축물, 사람 등 일상 풍경에 대한 윌리엄 이글스턴의 시선을 담은 The Democratic Forest. 이글스턴 특유의 색감을 정교하게 구현한 에디션.
자연과 건축물, 사람 등 일상 풍경에 대한 윌리엄 이글스턴의 시선을 담은 The Democratic Forest. 이글스턴 특유의 색감을 정교하게 구현한 에디션.

약 40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슈타이들 팀은 연간 300여 권의 책을 제작한다. 당신은 출판 과정의 모든 단계에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든 책에 내 손길이 닿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여 정도는 책마다 다르다. 슈타이들의 모든 책은 슈타이들 팀의 공동 작업이다. 하지만 내가 직접 하는 일이 몇 가지 있는데, 바로 작가와 함께 각 책에 사용할 종이와 천을 결정하는 것이다. 나는 이걸 ‘책을 위한 쇼핑’이라고 부른다. 책 제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다. 참, 발주도 직접 한다.

책을 만들 때 대부분의 결정을 직관에 따른다고 들었다. 자신감과 판단력의 비결은
꼭 예술적인 일이 아니더라도 의사결정을 할 때 직관력이 뛰어난 편이다. 젊은 시절 출판 인쇄 종사자로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던 건 클라우스 슈타크(Klaus Staeck)의 덕이 크다. 그는 독일에서 가장 유명한 포스터 아티스트로, 내가 스무 살 때 만났다. 그는 짧은 경력의 어린 나를 처음부터 믿어줬다. 초기엔 우편으로, 이후엔 팩스로 그가 포스터 스케치를 보내면 내가 포스터를 완성했다. 그의 아이디어를 인쇄물로 구현하는 과정에서 그는 충분히 내 선택을 존중했다. 내가 지금까지 따르는 이상적인 작업 방식이기도 하다. 직관의 비결이라면 이 모든 걸 차지하고 간단하게 말할 수 있다. 연습이 완벽을 만든다.

어린 시절의 꿈은 사진가였다고
맞다. 하지만 내가 훌륭한 사진작가가 될 수 없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 10대 때 시작한 스크린 인쇄가 내 첫 번째 일이었다. 책 인쇄는 그보다 나중으로, 1972년에 출간한 〈Befragung der Documenta〉가 슈타이들의 첫 번째 책이다. 인쇄는 언제나 내가 하는 일의 핵심이었다. 직업에 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책이 제작되는) 순서에 따라 “인쇄업자이자 출판업자”라고 대답한다.

칼 라거펠트의 광고 작업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한 Reklame.
칼 라거펠트의 광고 작업을 예술적으로 재조명한 Reklame.
책을 주제로 한 시각예술 프로젝트를 펼치는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의 Zakir Hussain.
책을 주제로 한 시각예술 프로젝트를 펼치는 다야니타 싱(Dayanita Singh)의 Zakir Hussain.
라거펠트의 패션 드로잉을 담은 Fendi by Karl Lagerfeld 패키지.
라거펠트의 패션 드로잉을 담은 Fendi by Karl Lagerfeld 패키지.
오프셋 인쇄에 대한 실험 정신을 담은 테세우스 찬의 Steidle-Werk No.31: Ghosts in the Machine.
오프셋 인쇄에 대한 실험 정신을 담은 테세우스 찬의 Steidle-Werk No.31: Ghosts in the Machine.

슈타이들은 단순한 출판사를 넘어 하나의 아이콘이 됐다. 무엇이 ‘슈타이들다움’을 정의할까
‘슈타이들 스타일’은 없다. 어쩌면 스타일이 없는 것 자체가 하나의 스타일일 수도 있겠다. 우리는 책에 통일된 디자인이나 규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슈타이들’이라는 단어가 책 표지에 있어야 한다거나 로고가 있어야 한다는 규정도 없다. 책의 디자인과 재료(종이, 실, 천) 각각을 내용에 맞추는 것이 우리의 철학이다. 책이 그 안에 담긴 보물에 가장 어울리는 ‘집’이 되도록 하는 것이랄까.

종이의 질감뿐 아니라 냄새에도 깊은 애정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 특별히 좋아하는 향은
갓 인쇄된 책의 향기를 좋아한다. 특히 카미코처럼 잉크를 잘 흡수하는 코팅되지 않은 종이를 사용할 때 더욱 그렇다. 종이 냄새가 특정 이미지나 기억을 불러일으키지는 않지만, 책이 지닌 개성과 생명력을 나타낸다. 나는 우리가 만든 책들이 고유한 감각적 특성을 지닌 하나의 존재로 탄생하는 것이 좋다.

하나의 책이 만들어지는 과정엔 인쇄와 제본, 작가와의 대화 등 다양한 소리 역시 함께한다. 어떤 소리를 좋아하나
인쇄기가 돌아가는 소리는 슈타이들의 심장박동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책은 수많은 대화와 이해의 결과물로 발화와 침묵, 모두에게서 나온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소리는 사실 ‘침묵의 소리’다. 소리와 소리 사이, 아이디어가 스스로 생명력을 얻는 순간 말이다. 도서관이나 서재에서 조용히 책장을 바라보는 시간을 좋아한다. 책이 진정 나에게 말을 거는지 시험해 볼 수 있는 순간이고, 손으로 잡고 들어서 펼치는 경험이 바로 그 때 비롯되니까.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의 American Prospects,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TwentyfivexHerzog & de Meuron, 마일스 앨드리지(Miles Aldridge)의 Please Please Return Polaroid,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의 Mystery of the Ordinary. 모두 슈타이들에서 펴낸 책과 그 속의 아름다운 사진들.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의 American Prospects,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TwentyfivexHerzog & de Meuron, 마일스 앨드리지(Miles Aldridge)의 Please Please Return Polaroid,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의 Mystery of the Ordinary. 모두 슈타이들에서 펴낸 책과 그 속의 아름다운 사진들.

조엘 스턴펠드(Joel Sternfeld)의 American Prospects, 헤르조그 앤 드 뫼롱의 TwentyfivexHerzog & de Meuron, 마일스 앨드리지(Miles Aldridge)의 Please Please Return Polaroid, 윌리엄 이글스턴(William Eggleston)의 Mystery of the Ordinary. 모두 슈타이들에서 펴낸 책과 그 속의 아름다운 사진들.

출판할 책을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바쁘겠으나 평소 당신이 즐겨 읽는 책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슈타이들은 비주얼 북은 물론 훌륭한 독일문학책도 펴낸다. 따라서 문학책을 읽는 것은 업무의 일환이며, 내 독서 습관이기도 하다. 몇 번이고 다시 찾는 책 중 하나는 발터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이다. 예술 작품은 더 이상 원작에만 의존하지 않는다는 사상이 담겼다. 많은 사람이 작가의 비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우리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실험실 가운을 연상케 하는 흰색 재킷, 가슴 주머니에 스테들러와 파버 카스텔 펜을 꽂고 있는 모습은 당신만의 시그너처 룩이다
순전히 일을 위한 복장이다. 정비공의 작업복이나 요리사의 앞치마와 같다. 나는 스크린 프린터로 일을 시작했는데, 강한 잉크를 다루기 때문에 보호복이 필요했다. 트레이드마크처럼 보이지만 의도한 건 아니다. 사실 주머니에 펜을 꽂는 것도 너무 자연스러운 거 아닌가? 주머니가 아니면 어디에 두나(웃음)!

수많은 아티스트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만나왔다. 함께 일하고 싶은 혹은 어려운 사람은 어떤 유형일까
누군가를 일하기 어려운 상대로 판단하는 건 내 역할이 아니다. 다만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책은 뚜렷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되, 그 아이디어가 변화하고 성장하도록 타인의 의견과 비판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데서 나온다. 책은 수많은 사람의 손과 생각이 모여 만들어지는 결과물이니까.

독일 괴팅겐 골목에 있는 슈타이들 출판사 건물.
독일 괴팅겐 골목에 있는 슈타이들 출판사 건물.

독일 괴팅겐 골목에 있는 슈타이들 출판사 건물.

많은 시간을 아티스트와 대화하는 데 할애할 것 같다. 그들과의 대화는 보통 어떤 식으로 흘러가나
아티스트가 괴팅겐에 오면 가장 먼저 그에게 ‘꿈의 책(Dream Book)’이 무엇인지 묻는다. 수십 년 동안 변하지 않은 출발점이다. 첫 번째 대화가 끝나면 우리는 작업을 시작하고 책의 여정이 시작된다. 정해진 절차는 없고 항상 다르게 흘러간다. 중요한 것은 다가올 수 세기 동안 책장에 자랑스럽게 자리 잡힐 책을 만들기 위한 공동의 헌신이다.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땐 어떻게 하나
의견 차이는 피할 수 없다. 이는 토론이나 협업, 창작, 책 만들기의 기본이다.

하프톤 호텔은 아티스트들이 당신과 함께 작업할 때 머무는 숙소다. 어떤 아티스트들은 우스갯소리로 당신이 아티스트를 감시하기 위해 지은 곳이라고도 한다
하! 하프톤 호텔은 감옥이 아니라 아늑한 숙소다! 우리가 지은 건 아니고, 출판사 옆 건물을 매입한 것이다. 게스트를 위한 아파트가 다섯 채 정도 있다. 아티스트와 우리 모두의 편의를 위한 선택이다. 괴팅겐에 머무는 동안 그들만의 공간을 제공한다는 취지다. 기간은 하루 이틀, 한 달 등 필요한 만큼 머물 수 있다. 올해 로니 혼은 여러 권의 책 작업을 위해 몇 주 동안 우리와 함께했다. 보통 작품에 따라 체류 기간이 결정된다.

칼 라거펠트와의 협업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당신만큼 책에 대한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칼은 내가 만난 누구보다 책을 사랑했다. 독자로서, 출판인으로서, 북셀러로서, 작가이자 사진가로서 말이다. 그는 수천 권의 책을 소장하고 있는데, 형식적 차원의 수집이 아니라 읽고 싶은 책만 산 게 그 정도다. 책에 대한 칼의 지식은 엄청났다. 그는 항상 책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강력한 초기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고, 대개 그의 직감은 옳았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귄터 그라스와도 오랜 파트너십을 맺었다. 특히 강렬한 붉은색과 타이포그래피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뉴 괴팅겐 에디션이 기억에 남는다
귄터 그라스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독일 외 지역에서는 글 쓰는 사람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는 조각가이자 그래픽 아티스트이기도 했다. 초판본 표지에 그려진 그림과 기타 그래픽 작품은 모두 그의 작품이다. 귄터에게 책은 텍스트와 이미지의 결합이다. 단순히 글을 담는 그릇이 아니라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대상이었고.

슈타이들에서 펴낸 로니 혼의 아이슬란드 사진집 〈To Place〉는 1990년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10여 권에 이르는 시리즈다. 책에 실릴 사진을 보정하는 영상을 봤는데, 혼은 완성된 책이 마치 아이슬란드에 서 있는 느낌을 준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라
색 보정에는 충분한 시간이 소요돼야 한다. 신중하게 보고 생각하고 조정한 다음, 원하는 이미지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이 과정을 반복해야 한다. 하지만 로니의 말처럼 이상적인 것은 ‘완벽한 외양’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외양이 불러일으키는 감정 또는 경험에 도달하는 것이며, 이를 독자와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책으로 수익을 내는 건 쉽지 않다. 그 가운데 독립성과 높은 품질, 철학을 유지하며 회사를 운용하는 비결은
슈타이들은 언제나 독립적일 것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계속 만들고 싶다. 함께 작업할 사람들, 즉 사진가, 슈타이들 팀 구성원, 제본사, 유통업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도 원한다. 책으로 이익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항상 최고의 책을 만들고 싶고, 그에 걸맞은 아름다운 재료를 선정해 젊은 청년과 학생도 살 수 있도록 비용을 고려하기 때문에 결국 모든 책이 제 주인을 찾아갈 거라고 믿는다. 품절을 목표로 비교적 소량의 책을 인쇄하기에 민주적이지만 결코 과잉 공급하지 않는다. 슈타이들의 책은 많은 사람을 위한 것이지만 ‘너무’ 많은 사람을 위한 건 아니다.

슈타이들과 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하프톤 호텔(Halftone Hotel).
슈타이들과 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하프톤 호텔(Halftone Hotel).

슈타이들과 책을 만드는 아티스트들이 묵을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 하프톤 호텔(Halftone Hotel).

데이비드 치퍼필드와 함께 슈타이들 뮤지엄을 준비하고 있다. 언제쯤 볼 수 있나
박물관이 아닌 배움의 장소, 즉 슈타이들 아카데미가 될 것이다. 북메이킹을 가르치고 아이디어를 전파하는 곳이다. 아직 컨셉트 단계지만 매우 흥미진진하다는 것 정도는 말할 수 있다.

책 읽는 사람의 수는 줄고 있으나 역설적으로 아트 북은 증가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열리는 아트 북 페어, 다양한 브랜드의 출판물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책 읽는 사람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고 누가 말했나? 간단히 말하기 어려운 질문이지만, 아트 북의 다양성은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관계와 관련 있다. 인쇄물은 그것이 가진 아날로그적 특성을 최대한 탐색하고 테스트하고 기념해야 한다.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입증하고, 저만의 매력을 강화해야 한다. 이렇게 경쟁적 환경에서 사람들은 더욱 창의적으로 변하고 있고, 이는 무척 좋은 일이다.

디지털 시대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찾고 이를 소중히 여기는 애호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책이 마땅히 있어야 할 집을 마련해 준 모두에게 말이다. 그리고 까다로운 안목으로 항상 뛰어난 책을 기대하는 이들에게 감사하다. 그것이 우리의 영감이 되기 때문이다.

엘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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