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지난 주말 서울 여의도 국회 앞은 그야말로 ‘가요대축제’ 현장을 떠올리게 했다. 탄핵 정국 속에서 열린 집회는 빅뱅, 방탄소년단, 소녀시대, 에스파, 세븐틴 등 K-팝 아티스트들의 응원봉이 빛나는 장관을 연출했고, ‘다만세’(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아파트’(로제), ‘삐딱하게’(지드래곤) 등 대중가요가 울려 퍼지며 시민들은 목이 터져라 떼창으로 화답했다.
탄핵 촛불집회의 주축은 팬덤 문화를 주도하는 2030 세대였다. K-팝의 문화적 특성이 집회 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응원봉 집회’라는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냈다.
집회 현장에서는 불빛이 가득한 응원봉들이 일제히 빛을 뿜어내며 이전의 촛불을 대신했다. 이날 집회에서 등장한 응원봉들은 BTS(방탄소년단)의 ‘아미밤’, 블랙핑크의 ‘뿅망치봉’, 세븐틴의 ‘캐럿봉’, 뉴진스의 ‘버니봉’ 등으로 각기 다른 색을 띠었지만, 그 모두가 하나의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K-팝 팬덤 문화의 상징인 ‘커피차 나눔 문화’가 등장한 것도 흥미로운 포인트였다. SNS에는 “○○○(연예인 이름) 이름으로 커피 50잔을 결제해뒀으니 찾아가라”는 등의 글이 속속 올라왔다. 이 문화에 익숙한 팬들은 ‘콘서트나 대기 줄에서 나눔을 하던 문화가 그대로 발현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30 세대 뿐이 아니다. 응원봉을 구입하거나 대여해 참여한 중장년층이 등장했고, 젊은 세대는 “민중가요 가사만 알려주면 따라 부르겠다”며 기성 세대를 배려하는 모습도 보였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응원봉 거래가 급증했고, 편의점에서는 응원봉에 사용되는 건전지 매출이 크게 늘었다.
‘K-팝 팬클럽’의 문화는 이번 집회에 폭발력을 부여하고 있다. ‘K-팝 응원봉 집회’, 응원봉을 들고, 함께 노래하고 춤추는 모습은 성숙한 시민의식과 K-팝 특유의 흥이 결합해 탄생한 집회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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