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 '강철비'를 연출한 양우석 감독이 11일 개봉하는 '대가족'을 통해 가족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4/12/CP-2023-0089/image-5c8dae45-42d7-4ba6-ac94-8adcd35961ce.jpeg)
“저한테는 ‘대가족’이 ‘강철비’보다 더 치열한 이야기였어요.”
11일 개봉하는 영화 ‘대가족'(제작 게니우스)은 가족에 관해 이야기하는 휴먼 드라마이다. 권력의 부당한 처사에 항의했던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을 그린 영화 ‘변호인’과, 한반도의 전쟁 위기를 경고한 ‘강철비’ 그리고 그 후속편인 ‘강철비2: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대가족’은 스케일이 작은 영화처럼 비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연출자 양우석 감독의 생각은 다르다. 양 감독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라는 측면에서 ‘변호인’부터 ‘대가족’까지 모두 같은 결의 작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가족’이 다루는 가족이야말로 앞선 작품보다 더 중요한 화두라고 생각했다”면서 제목인 ‘대가족’ 가운데 ‘대’는 ‘크다'(大)가 아니라 ‘대하여'(對)라는 의미로 쓰였다고 설명했다. 가족에 대해 다 함께 이야기 해보자는 의도라는 의미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가족은 굉장히 천천히 변화해왔어요. 그런데 우리나라처럼 불과 한 두 세대 만에 가족의 규모, 형태, 의미가 달라지고 있는 곳은 그 어디에도 없을 거예요. 세계적인 석학들도 한국의 저출산율을 언급하면서 비명을 지르잖아요. 누구의 잘못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해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대가족’을 선택한 배경이죠.”
‘대가족’은 하나밖에 없는 아들의 출가로 대를 이을 수 없어 애타는 이북 출신 중년 남성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는 그의 앞에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손주들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대가족'은 하나뿐인 아들의 출가로 대를 이을 수 없어 애타는 무옥(김윤석·오른쪽)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그에게 생면부지의 손주들이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소동을 그렸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4/12/CP-2023-0089/image-c085d191-9d05-4136-85ad-b039a1cf00e0.jpeg)
배우 김윤석이 연기한 주인공 함무옥은 핏줄에 집착하는 인물. 전쟁을 겪은 세대로, 피난 길에 동생을 잃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무옥은 핏줄과 가족에 대한 갈망이 큰 인물이다. 반면 이승기가 연기한 무옥의 아들 문석은 아버지와 정반대의 가치관을 가진 인물로, 승려의 길을 걷기로 선택을 하면서 핏줄을 비롯한 세속적 인연으로부터 벗어나려 한다.
영화는 두 인물의 갈등을 통해 가치관이 충돌하는 부모와 자녀 세대의 모습을 드러낸다. 양 감독은 이를 위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2000년으로 설정했다. “20세기와 21세기의 가치관이 혼재하고 충돌하는 해”라는 설명이다.
“무옥은 20세기 가족관을 가진 사람이고, 문석은 21세기 가족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 두 사람에게 정말로 가족이 필요한 아이들 민국(김시우)과 민선(윤채나)이 나타나서 가족에 대한 이들의 욕망, 결핍이 치열하게 부딪치죠. 그 결과로 무옥과 문석, 민국과 민선이 다 함께 성장을 합니다. 이를 통해 ‘가족의 본질은 무엇인지’ ‘가족을 만들고 유지하는 것은 가족의 구성원만 책임지면 되는 건지, 다 같이 힘을 보태야 하는 건 아닌지’ 질문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영화에는 문석이 의대생 시절 수백여 차례 정자 기증을 하게 된 사연이 나온다. 민국과 민선이 문석을 가리켜 자신들의 아버지라며 무옥을 찾아오는 이유이다. 이러한 설정이 비현실적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양 감독은 “영화는 결코 현실을 뛰어넘을 수 없다”며 자신의 작품 속 설정은 단 하나도 허투루 만들어진 게 없다고 강조했다.
![촬영 현장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는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4/12/CP-2023-0089/image-fd6c2331-8a64-4c95-820d-7224436cf9af.jpeg)
‘대가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병 확산 여파로 시장이 어려운 가운데 최근 12·3 비상계엄 사태까지 겹쳐 혼란한 시국에 관객을 만나게 됐다. 비슷한 시기에 개봉 또는 공개하는 작품들이 홍보 일정을 취소하거나 연기하는 상황에서 양 감독은 비상계엄이 선포됐다 해제된 직후였던 4일 오전 예정대로 인터뷰를 진행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계엄령이 요건을 갖추지 못해 금방 해제될 줄 알았다”고 밝힌 그는 비상계엄과 이 이후 지속될 정국의 혼란 못지 않게 콘텐츠 산업의 위기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양우석 감독은 “우리나라의 인구수, 경제 규모를 고려하면 콘텐츠 산업이 지금까지 좋았던 게 오히려 비정상적인 일”이라며 “그게 이제 한계에 도달했다. 케이팝은 모르겠지만 영화와 드라마 같은 내러티브 콘텐츠 산업은 증발 직전”이라고 진단했다.
“영화의 경우, 선진국들은 극장 수익이 1이면 부가 수익은 그 세 배입니다. 우리나라는 비디오 산업이 증발하면서 오로지 극장의 힘으로 지금까지 기적적으로 버텨왔어요. 그랬다가 팬데믹 때문에 스트리밍이 급격하게 팽창하면서 위기를 맞았죠. 지금 시급한 건 산업 종사자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난 10년간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이야기를 해왔다면, 앞으로는 산업의 지속가능한 확장을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려고 합니다.”
![양우석 감독.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https://contents-cdn.viewus.co.kr/image/2024/12/CP-2023-0089/image-b57a115c-fff9-4193-a685-8a959c332bd1.jpeg)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