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가 한발 더 나아가 평범한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은 제게도 의지를 갖게 했다” 넷플릭스 ‘트렁크’에서 열연한 서현진이 작품 소회를 이같이 말했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기 시작한 비밀스러운 결혼 서비스를 핵심으로 한 미스터리 멜로물이다.
서현진은 1년간의 계약 결혼이 직업인 여자 ‘노인지’ 캐릭터로 변신했다. 과거 인연을 지닌 한정원(공유 분)과의 다섯 번째 결혼, 그의 전 부인 이서연(정윤하 분)-윤지오(조이건 분) 부부와의 복잡한 관계를 통해 전 남자 친구 황도하(이기우 분), 스토커 엄태성(김동원 분)과 묵은 인연을 털어내는 인물이다.
친절하지만 예민함이 살아있는 메마른 모습에서, 질투로 인해 살아나는 애틋 순수함, 자신의 삶을 향한 단단함까지 복잡한 감정들을 촘촘하게 표현하는 모습은 여느 작품 속 서현진과 비슷한 듯 다른 묵직한 몰입감을 느끼게 했다.
-‘노인지’ 캐릭터 준비?
▲촬영 전 카약을 배우고, 함께 하는 반려견을 촬영장에 데리고 다니다 보니 따로 관리하기는 어려웠다. 힘들더라(웃음).
스타일링 측면에서는 엘리베이터 격투 장면의 트렌치코트나 첫 등장의 빨간색 가죽 코트 등 신에 어울릴만한 것들로 골랐다.
-인지의 감정선이 굉장히 복잡한데, 어떻게 접근했나?
▲도하와의 처음은 사회적 편견을 모두 막아줄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출발, 그 자신감이 결국 오만함이었음을 깨닫고 도하에게 용서받고 싶은 마음이 기본적이었다.
그 가운데서 결혼직업은 오기이자 스스로 주는 형벌, 도하의 집을 유지하는 것은 하나의 속죄 같은 성격이었다. 피날레는 그 자체의 문제해결과 함께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들이 해소되고 한발 더 나아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지와 정원의 관계설정은 어떻게 주목했나?
▲대학때 처음 만난 정원에게서 느낀 동질감과 위로가 멈춰있다가 다시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한 지점들이 정원과의 만남으로 깨지게 된 것이다.
특히 ‘도하에게 용서받기 전에는 행복할 수 없다’는 생각에 자신을 돌보지 않고 긍정적 변화를 밀어냈던 일상모습을 정원이 깨뜨리면서, 인지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스토커 ‘엄태성’으로 인한 관계변화가 각 개인의 삶을 돌이키는 데 영향을 준 것은 아닌가? 배우로서의 생각?
▲그럴 수 있다. 다만 서연에 대한 분노로 인지가 변화한 것처럼, 태성의 영향은 정원에게 미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로 펼쳐지는 서로가 부대끼는 모습이 결국 사람답게 사는 게 아닐까 싶다.
이는 최근 제 생각과 맞닿아있다. 남녀관계를 떠나 사람 사이의 관계가 평범한 일상을 살아나가는 힘과 함께 펼쳐질 수 있고, 그는 얼마든지 해낼 수 있음을 깨달았다.
-서현진이 본 상대역 공유의 모습은?
▲섬세하게 감정 단계를 그리면서, 캐릭터를 이해시키는 선배의 모습에 놀랐다. 특히 말랑거리는 멜로 포인트에서는 정말 감정몰입을 제대로 하셔서 득을 크게 봤다.
블랙독 때 많은 배우분과 함께 호흡하며 즐거웠던 기억처럼, 이번 작품에서는 공유 선배와 소통하며 예측 없이 그때그때 반응하면서 완성했는데 다 잘 나온 것 같다.
-김규태 감독과의 협업은 어땠나?
▲원래보다 무거웠던 대본을 좀 더 유연하게 가다듬는 모습과 함께, 많은 분들의 의견을 모두 경청하고 수용하는 모습에서 정말 놀랐다. 또한 연출 측면에 있어서도 신선했다.
-시청자들에게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부담감?
▲단편적인 모습일까 걱정은 된다. 다만 새로운 얼굴이라 해도 사람이 아예 달라질 수는 없으니, 그 안에 담은 메시지를 달리 두고자 한다. 이번 작품 역시도 그랬다.
듣고 싶은 답은 없었지만 멜로의 새로운 전형과 제 모습들을 보여드리고자 했다.
-서현진의 작품 선택기준?
▲대본이 좋고 재밌느냐가 우선일 것이다. 그와 함께 제 삶 속에서 느끼는 생각과 비슷한 포인트들을 지닌 것에 손이 간다. 하고 싶은 캐릭터와 이야기들을 어떻게 잘 들려드릴지 최선을 다하는 게 제 몫이다.
-롤모델로도 꼽히고 있는 서현진, 스스로 얼마나 성숙했다 생각하는지?
▲변화했지만 성숙한 지는 잘 모르겠다(웃음). 롤모델이라 하면 연기는 물론 인간적으로도 훌륭해야 할 텐데, 스스로 그렇게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저의 첫 롤모델인 한석규, 전도연 선배를 비롯한 모든 선배가 점점 대단하게 느껴진다. 그들처럼 꾸준히 하다 보면 롤모델로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가 되지 않을까(웃음).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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