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코엑스=이영실 기자 낯선 땅 보고타에서 성공을 향해 질주하는 이들의 치열한 삶이 스크린에 뜨겁게 펼쳐진다. 올해 한국 영화 마지막 주자로 나서는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감독 김성제)이 관객의 마음을 매료할 수 있을까.
6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과 배우 송중기‧이희준‧권해효‧박지환‧조현철‧김종수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 분)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분), 박병장(권해효 분)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데뷔작 ‘소수의견’(2015)으로 디렉터스컷 신인감독상, 청룡영화상과 부일영화상의 각본상을 석권하는 등 호평을 받았던 김성제 감독의 차기작이자, 한국 영화 최초로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펼쳐지는 한국인들의 파란만장한 생존기를 담아낸 작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1990년대 당시 콜롬비아 보고타를 방문한 적 있는 제작사 대표는 외국에서 살아가는 한인들의 흥미로운 삶을 목격하고 모티프를 얻어 이 영화를 기획했다. 메가폰을 잡은 김성제 감독은 머나먼 타국에서 이방인이 된 한국인들의 생존기를 강렬한 범죄 드라마 장르로 뜨겁게 펼쳐낸다.
이날 김성제 감독은 “우리에게는 낯설고 생경한 멀리 있는 큰 도시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멀리 떠나간 사람들의 이야기”라며 “많은 현대 사회 사람들이 자기가 나고 자란 곳을 떠나서 산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 돌아가 보면 위치는 그대로지만, 다 변해서 머릿속 그 장소가 아니다. 뭔가로부터 떠난 그 마음은 모두가 다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영화를 소개했다.
그러면서 “너무 일찍 어른이 돼버린 청춘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1997년부터 2008년까지 그 시절을 관통하며 생존하려고 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어른이 되기 위해 우정을 나누고 그러다 배신을 하고 그런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우정과 배신의 드라마는 클래식하고 보편적이고 전통적이기 때문에 공감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했다.
또 김성제 감독은 “먼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지만 한국인들끼리의 사소한 이권을 둘러싼 이야기, 거창한 이야기가 아니”라며 “우리도 그렇게 살고 있잖나. 우리가 기쁠 때도 벅차다고 하지만 힘들 때도 벅차다고 한다. ‘벅차다’는 양면적인 단어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고 그 감정이 모두에게 공감대를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공감 가득한 이야기를 자신했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직접 콜롬비아에 여러 차례 방문한 김성제 감독은 현지에서 터를 잡고 생활하는 한인들을 인터뷰하며 극에 리얼리티를 더해나갔다. IMF로 인해 어쩔 수 없이 고향을 떠나야만 했던 한국인들이 생소한 타국에서 자리 잡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1997년이라는 시대적 배경과 맞물려 현실감을 한층 끌어올린다.
김성제 감독은 “색다른 풍광이나 스케일을 보여주기보다 일상적인 공간, 사람답게 사는 곳을 찾았고 가서도 찾았다”며 “영화 속의 공간은 그 자체가 시네마틱하기 때문에 특별하진 않지만 시네마틱하게 변화되는 순간을 그 공간에 적용해 보려고 했다”고 로케이션에 중점을 둔 포인트를 짚었다.
탄탄한 캐스팅 라인업도 기대 포인트다. 먼저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 ‘로기완’, 드라마 ‘빈센조’ ‘재벌집 막내아들’ 등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준 송중기는 ‘보고타’에서 열아홉 살에 보고타에 도착, 밑바닥에서 시작해 보고타의 상권을 쥐락펴락하며 정상에 우뚝 서기까지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선보일 국희 역을 맡아 새로운 얼굴을 꺼낸다.
송중기는 “한국이 아닌 낯선 곳에서 벌어지는 한국인들의 갈등이 시나리오를 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며 “그런 크고 작은 갈등들이 남미의 이국적인 풍광 안에서 그려지면 어떤 모습일까 굉장히 궁금했다”고 ‘보고타’를 택한 이유를 밝혔다.
캐릭터에 대해서는 “욕망덩어리”라며 “살아남아야 하는 욕망덩어리. 그걸 좋게 표현하자면 책임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살아남아야 한다는 뜨거운 것들이 올라오는 친구다. 끝으로 갈수록 용암처럼 뜨거워지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송중기는 머나먼 보고타에 첫발을 내디뎠던 19세 소년 국희가 가장 높은 6구역에 들어서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년 국희로 성장해 나가는 과정 속 10대부터 30대까지 국희의 얼굴을 모두 담아내며 입체적인 서사를 완성한다.
송중기는 ‘보편적인 감정’에 집중했다고 했다. 그는 “가족이든 교민 사회가 됐든 국적이 다른 나라가 됐든 각자 책임져야 하는 식구가 있고 더불어 살아가잖나”라며 “더불어 산다는 말에 신경을 많이 썼다. 살아 남아야 한다,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시대적인 것보다 보편적인 것에 집중했다”고 이야기했다.
드라마 ‘마우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디즈니+ ‘지배종’, 영화 ‘핸섬가이즈’, 그리고 연극까지 무대를 불문하고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있는 이희준은 대기업 상사 주재원으로 콜롬비아에 온 후 탁월한 생존력과 수완을 밑천으로 보고타의 상인들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수영 역을 맡아 또 한 번 깊이 있는 연기 내공을 입증한다.
특히 국희 역을 맡은 송중기와의 앙상블이 기대된다. 이희준은 송중기와의 호흡에 대해 “시나리오를 보면서 왜 이렇게 수영이 국희를 마음에 담고 좋아할까 생각했다”며 “그런데 그건 사실 설명할 수 없더라. 내가 그냥 (송)중기가 좋은 것처럼 수영도 국희에 대한 끌림이겠다 싶어서 그렇게 연기했다”고 말했다.
또 이희준은 “송중기가 이 영화 전체의 프로덕션을 제일 많이 배려하고 제일 많이 책임졌다”며 “개봉하는 순간까지도 가장 배려하고 있다. 프로듀서처럼 많은 것을 배려하고 이끌고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라 주연배우로서 묵묵히 현장을 이끌어간 송중기를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베테랑 배우 권해효도 함께한다. 국희 아버지의 베트남전 전우로 국희 일가가 콜롬비아 보고타로 오게 된 계기가 되는 한국 상인회의 우두머리이자 성공한 상인 박병장으로 분해 무게를 더한다. 여기에 박병장의 조카로 스타일링에서부터 자신감이 돋보이는 작은 박사장 역의 박지환부터 개성 넘치는 존재감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재웅 역의 조현철까지 매력과 실력을 겸비한 배우들이 합류해 극을 더욱 풍성하게 완성한다.
권해효는 “공동체가 깨져버린 세상에 살고 각자 길을 걸어야하는 개인의 흔들리는 인생을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 속에서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고 조현철은 “독특한 캐릭터들의 관계가 변해가는 것을 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라고 전하며 극장 관람을 독려했다.
끝으로 김성제 감독은 “2019년 12월 배우들이 보고타에 들어와서 2020년 찍기 시작했고 2년 반에 걸쳐서 촬영했다”며 “그리고서 1년 반에 걸쳐 후반작업을 했다. 묵혀놓고 일하지 않았다. 전 세계가 맞이한 역병을 피하지 못해서 그걸 수습하는 시간이 있었고 그래서 촬영을 오래 했다. 이 영화에 걸맞은 호흡과 표현을 찾는 시간을 가졌다. 이제 막 만들어낸 따끈따끈한 영화를 준비하고 있다”고 전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보고타’는 오는 3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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