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12월도 ‘박정민’이다. 영화 ‘1승’(감독 신연식)과 ‘하얼빈’(감독 우민호), 두 편의 영화로 연말 극장가를 채운다. ‘관종’ 구단주부터 우직한 독립군까지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내며 또 한 번 대체불가 존재감을 입증한다.
박정민은 신인남우상 6관왕을 석권한 ‘동주’의 불의에 맞서는 독립운동가부터 ‘그것만이 내 세상’ 서번트증후군을 가진 피아니스트, ‘사바하’ 신흥종교를 추종하는 정비공, ‘시동’ 어설픈 반항아,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사건에 휘말리게 된 트랜스젠더, ‘밀수’ 야망을 품은 밀수꾼, ‘전, 란’ 속 조선 최고 무신 집안의 아들까지, 매 작품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한계 없는 스펙트럼을 입증하며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12월 극장가에서도 꽉 찬 활약으로 존재감을 뽐낼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지난 4일 개봉한 ‘1승’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1승’은 국내 최초 배구를 소재로 한 영화로, 이겨본 적 없는 감독과 이길 생각 없는 구단주, 이기는 법 모르는 선수들까지 승리의 가능성이 1도 없는 프로 여자배구단이 1승을 위해 도전에 나서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박정민은 천재와 괴짜를 오가는 관종 구단주 강정원을 연기했다. 강정원은 배구에 ‘배’자도 모르지만 시즌 통틀어 1승을 하면 상금 20억 풀겠다는 파격 공약을 내세워 시즌권을 완판시키는 등 반전 능력을 가진 인물이다. 박정민은 독보적인 존재감과 탁월한 소화력으로 개성과 매력이 넘치는 캐릭터를 완성, 호평을 얻고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대선배’ 송강호 역시 ‘노력하는 천재’ 박정민을 향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송강호는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유심히 보니 스스로 소양을 하는 것 같더라”며 “사람에 대한 소양, 세상에 대한 소양들을 켜켜이 잘 쌓아 올리고 있다. 세상과의 소통 방법을 스스로 찾아나간다는 지점에서 굉장히 놀랐고 후배지만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극찬했다.
그러면서 “‘파수꾼’ 이후 작품들을 보면 캐릭터 해석력과 표현력이 탁월하잖나. 그런 점에서 정말 팬이었는데 함께 해보니 ‘역시’였다”며 “순간 장악력, 임팩트, 에너지가 놀라웠다. 이래서 박정민 박정민 하는구나 생각했다”고 ‘1승’에서 보여준 박정민의 활약에 박수를 보내며 기대를 당부했다.
‘하얼빈’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꺼낸다.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숨 막히는 추적과 의심을 그린 ‘하얼빈’에서 박정민은 장군 안중근(현빈 분)의 결정을 늘 지지하는 충직한 동지 우덕순 역할을 맡아 지금까지와는 다른 결의 변신과 카리스마를 예고한다.
우덕순은 실존 인물이 영화적 상상력으로 재해석된 캐릭터인 만큼 박정민의 해석력과 연기력이 중요했다. 박정민은 최근 진행된 ‘하얼빈’ 제작보고회에서 “실존 인물을 연기한다는 건 굉장히 예민하고 섬세하게 받아들이고 표현해야 한다”며 “(우덕순에 대한) 자료가 많이 없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눴고 촬영장에서 열심히 찾으려고 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전했다.
연출을 맡은 우민호 감독은 “우덕순이라는 인물이 거칠어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섬세한 면이 매력인데 우덕순의 속이 깊은 모습은 박정민이라 가능했다”면서 섬세하고 깊이 있는 열연을 펼친 박정민의 호연을 자신해 ‘하얼빈’ 속 박정민의 새로운 얼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하얼빈’은 오는 25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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