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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식적인 다양성 추구”…’백설공주’ 우려와 기대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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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설공주'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백설공주’의 한 장면.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올해 디즈니는 풍년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인사이드 아웃2’와 ‘데드풀과 울버린’은 2024년 전 세계 극장 개봉작 가운데 흥행 수익 1·2위를 기록했다. 여기에 ‘에이리언: 로물루스’까지 더해 지난 9월 글로벌 스튜디오 가운데 가장 먼저 박스오피스 매출 40억 달러(5조 6588억원)를 달성했다. ‘모아나2’는 북미 추수감사절 연휴 최고 기록을 썼고, 현재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사랑 받고 있다. 18일 개봉하는 ‘무파사: 라이온 킹’은 연말을 장식할 대작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런 디즈니가 내년 3월 ‘백설공주’를 개봉을 앞두고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다. 다양성을 추구하는 디즈니의 시도가 지나치게 형식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어서다. 원작의 전통성을 훼손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디즈니는 꾸준히 2D 애니메이션 실사화 프로젝트인 라이브 액션 영화를 선보이고 있다. 이번 ‘백설공주’는 1937년 애니메이션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을 실사영화로 옮긴 작품이다. 고유한 전통성을 유지하면서 시대상을 반영해 실사영화로 탄생한 ‘백설공주’는 사실 캐스팅 단계부터 잡음에 시달렸다.

디즈니는 ‘백설공주’의 원제인 ‘스노우 화이트'(Snow White)가 드러내듯, 하얀 피부를 가진 원작 캐릭터의 설정을 깨고 백설공주 역을 라틴계 배우 레이첼 지글러에게 맡겼다. 선입견에 맞선 캐스팅이라는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원작과 너무 다른 이미지 때문에 부정적인 평가도 뒤따랐다. ‘원더우먼’을 통해 사랑받은 갤 가돗이 마녀로 출연한다.

엇갈린 반응은 디즈니가 ‘백설공주’와 관련된 영상을 공개할 때마다 반복된다. 특히 관련 콘텐츠에 붙는 댓글에는 부정과 조롱의 반응이 잇따르고 있다. 4일 공개된 메인 예고편도 마찬가지다. 예고편은 그간 익숙하게 생각한 백설공주와 이를 질투하는 여왕의 이야기를 비튼 설정으로 눈길을 끌었다. 여왕(갤 가돗)이 백설공주(레이첼 지글러)를 질투하는 상황은 원작과 같지만, 백설공주는 여왕에 맞서는 강인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 과정서 백설공주와 여왕이 팽팽한 대결 구도를 형성한다. 왕국을 차지한 여왕을 피해 마법의 숲으로 도망쳐 일곱 난쟁이와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백설공주는 결국 여왕에 맞서 ‘우리 왕국’을 되돌려놓으려고 한다. 이를 통해 2025년 관객을 찾아오는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고 왕자의 키스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공주가 아님을 보여준다.

디즈니의 시도는 과거의 ‘백설공주’를 현재 관객의 눈높이에 맞춰 주체적이고 강인한 캐릭터로 바꾸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오랜 기간 백설공주의 고유한 정체성을 사랑했던 팬들에게는 디즈니의 과감한 시도가 낯설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실사영화로 개봉한 ‘인어공주’를 향한 반응도 이번 ‘백설공주’와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에릭 케인 칼럼니스트는 ‘백설공주’의 예고편이 “끔찍하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그는 글을 통해 과도한 CG(컴퓨터 그래픽) 사용으로 인한 불쾌함, 원작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 배우 캐스팅, 원작의 매력을 훼손하는 각본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노우 화이트 앤 더 헌츠맨’처럼 백설공주를 전사 캐릭터로 재해석한 이야기도 존재하지 않나. 원작을 완전히 바꿀 거라면 굳이 1937년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하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디즈니는 자신들의 유산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관객의 의견과 상관없이 추구하는 형식적인 다양성이 아니라 영화와 캐릭터, 이야기에 대한 관리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을 되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영국 더 가디언에 글을 기고하는 스튜어트 헤리티지는 ‘백설공주’를 디즈니 실사화 프로젝트의 저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어색한 CG와 극 속에 등장하는 난쟁이들이 “부자연스럽고 기괴하다”고 평가했다. 실사화 영화이지만 난쟁이와 숲, 동물 등 대부분이 CG로 표현되면서 판타지적인 느낌이 강조됨에 따라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이미 수차례 리메이크된 백설공주인 만큼, 더 이상 새로운 요소를 담기 어렵다는 점도 이 작품의 한계로 짚었다.

디즈니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예고편을 통해 누리꾼들은 레이첼 지글러와 갤 가돗의 외모를 비교하면서 “여왕이 이기길 바란다” “백설공주가 악당인 건가” 등 비웃음과 비난이 섞인 의견을 계속해서 올리고 있다. 5일 오후 기준 예고편에 대한 ‘좋아요’ 반응이 2만이라면 ‘싫어요’ 반응은 무려 45만에 달한다. 다만 이 같은 조롱과 공격이 일부 극성스러운 이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시도되는 측면도 배제할 수 없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작품인 만큼 완성된 영화를 확인하고 평가해도 늦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미국 영화 전문 매체 스크린 랜트는 “‘백설공주’는 큰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이야기”라며 “고전의 요소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디테일을 더해 이야기를 재구성한 만큼, 원작 애니메이션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이야기의 신선함을 더하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역동적으로 그려지면 관객들은 시각적인 요소보다 이야기와 캐릭터에 더 집중할 가능성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외신들은 부자연스러운 CG와 어울리지 않은 캐스팅을 주로 문제 삼았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외신들은 부자연스러운 CG와 어울리지 않은 캐스팅을 주로 문제 삼았다. 사진제공=월트디즈니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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