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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빠 된 류승범, ‘가족계획’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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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류승범이 ‘가족계획’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 쿠팡플레이
배우 류승범이 ‘가족계획’으로 시청자 앞에 섰다. / 쿠팡플레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류승범이 쿠팡플레이 ‘가족계획’으로 돌아왔다. 데뷔 후 첫 아빠 역할에 도전한 그는 특유의 개성과 자연스러운 연기로 또 하나의 전형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빚어내며 자신의 이름값을 제대로 증명한다.  

‘가족계획’은 기억을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특수한 능력을 가진 엄마가 가족들과 합심해 악당들에게 지옥을 선사하는 이야기를 담은 시리즈다. 드라마 ‘허쉬’ ‘슈츠’ 김정민 작가가 크리에이터 및 각본에 참여하고 영화 ‘보이스’ 김곡‧김선 쌍둥이 형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작품으로, 지난달 29일 첫 공개 후 독특한 세계관과 스타일리시한 연출력, 배우들의 호연으로 호평을 얻고 있다. 

류승범은 능력을 감춘 채 어딘가 모르게 소심하지만 아내 한영수(배두나 분)에게만큼은 무한 사랑꾼 아빠 백철희를 연기했다. 철희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아빠이자 언제나 영수가 먼저인 로맨티스트다. 그동안 주로 강한 캐릭터를 맡아 카리스마 있는 열연을 펼쳤던 류승범은 오랜만에 현실에 발을 붙인 캐릭터로 돌아와 인물 그 자체로 생생하게 살아 숨 쉬며 시청자를 매료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류승범은 ‘가족계획’을 택한 이유와 배두나‧백윤식 등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 등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앞서 슬로바키아인 아내와 결혼해 2020년 득녀 소식을 전했던 그는 실제 아빠가 된 경험이 이 작품을 택하고 캐릭터를 완성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데뷔 후 첫 아빠 역할에 도전한 류승범. / 쿠팡플레이
데뷔 후 첫 아빠 역할에 도전한 류승범. / 쿠팡플레이

-‘나의 절친 악당들’(2015) 이후 9년 만의 인터뷰다.  

“체감을 못하겠다. 공식적인 인터뷰는 안 했지만 중간중간 활동을 해와서 크게 특별한 건 없다. 전작인 ‘무빙’ 프랭크가 신비로운 인물이잖나. 잘 안 보이던 사람이 오랜만에 했는데 분량도 적고 신비로운 캐릭터를 하니까 덧붙여진 느낌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콘셉트가 없는 사람이다. 신비주의라고 하지만 거꾸로 ‘내추럴’을 하고 싶다. 굳이 콘셉트를 하자면 내추럴한 사람이고 싶은데 그냥 자연스럽게 그렇게 흘러온 거다. 이번에는 아빠라는 현실적인 캐릭터고 땅을 밟고 있는 인물이라 다양한 감정도 보일 수 있고 현실감 있게 느껴지지 않을까 싶다.”

-‘가족계획’을 택한 이유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대본을 받으면서 캐스트 명단도 같이 받았는데 배두나, 백윤식 두 이름이 있었다. 데뷔 이후부터 굉장히 좋아하고 존경하던, 사심을 품고 있던 배우들이다. 두 배우의 이름이 탁 있으니까 대본을 보기 전부터 끌림이 있었다. 그렇게 긍정적으로 대본을 열게 됐는데 가족에 관한 이야기더라. ‘무빙’도 역할은 그렇지만 그 작품을 택한 게 구성과 모성에 대한 이야기가 다가왔다. 이 작품도 가족이라는 사랑, 특히 영수가 왜 이렇게 가족을 만들고 싶어 하는 걸까, 왜 그렇게 절대적일까 생각해 보게 됐다. 또 내가 실제 초보 아빠잖나. 그래서 이 역할을 하면서 아빠에 대해서도 조금 더 생각해 보고 공감도 될 수 있겠다는 긍정적인 생각들도 들었다.”

-철희는 어떤 인물로 다가왔나. 

“가족을 지키고 싶어 한다기보다 영수를 사랑하는 사람, 영수를 지키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가족은 혈육 관계가 아니니까 조금 특수한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얻고자 하는 그것을 지키려는 인물이라고 봤다. 굉장히 심플하게 접근했다. 철희에겐 영수가 세상이다, 영수만 사랑하고 영수가 나의 세상 전부라고. 그렇게 심플하게 접근해서 달려갔다.”

-실제 경험이 이 인물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데 있어 어떤 도움을 줬나.

“아직은 기간이 짧지만 아무래도 그렇다. 내가 이 캐릭터에 다가가기도 하고 이 캐릭터를 통해 생각도 해보고 그랬다. 우리 딸이 커서 10대 사춘기 반항아가 되면 난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도 해보면서 철희가 견디기 힘들겠다 싶더라.(웃음) 그런 생각을 하면서 표정 연기라든지 감정 연기들을 찾아가 본 것 같다. 과연 저 때 어떤 마음이 들까 그런 생각도 해보고.”

신선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배우들. (왼쪽부터) 류승범과 백윤식, 이수현, 배두나./ 쿠팡플레이
신선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한 배우들. (왼쪽부터) 류승범과 백윤식, 이수현, 배두나./ 쿠팡플레이

-굉장히 익숙한 조합처럼 느껴졌는데 배두나와 첫 호흡이라는 것도 의외다. 어땠나.

“사적으로만 알고 지내다가 배우로서 직접 현장에서 그분이 해석하고 작품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아, 역시’ 이런 생각이 들더라. ‘그래, 내가 상상하던 멋진 배우 맞아’ 그게 너무 기뻤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부분도 있고 대화가 잘 통하는데 배우로서 이분이 갖고 있는 작품에 대한 통찰력에 놀랐다. ‘어나더 레벨’이다. 이러니까 배두나인가 싶었다. 영수가 진짜 힘든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감정 표현을 하지 않으면서 다 드러나야 한다. 표현을 아무것도 안하면서도 극을 다 이끌어가야 하는 중심에 있어야 하는데 생각만 해도 너무 어려운 거다. 그런데 배두나가 그걸 드라이하게 착 끌고 가는데 진짜 되게 훌륭한 배우라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백윤식과 아이들 로몬, 이수현과의 시너지도 좋았다.  

“백윤식 선생님은 진짜 어떻게 저렇게 연기하지 싶다. 나도 특이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지만 그분만이 갖고 있는 독특한 세계가 있는 것 같다. 절대 범접할 수 없는 트레이드마크가 있다. 현장에서도 보면 배우로서 탁 살아있는 느낌이다. 나도 후배로서 저렇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멋있다. 되게 섹시하고 살아있다.

(로몬과 이수현은) 그냥 너무 좋다. 처음 볼 때부터 너무 좋았다. 사랑스러움 그 자체가 있다. 순수하고 맑고. 특히 수현이를 보면서 우리 딸도 커서 저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귀엽고 맑고 너무 좋더라. 연기할 때도 이 친구들이 떨려 하고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내게 도움이 많이 됐다. 충전시켜 주고 정신 차리게 해줬다. 얘네들 앞에서 창피하면 안 되잖나. 그게 좋은 식으로 큰 영향을 주더라. 열심히 하고 순수하게 다가오니 그게 나를 세우더라. 도움을 많이 받았다.”

류승범이 가정을 꾸린 후 달라진 변화를 언급했다. / 쿠팡플레이
류승범이 가정을 꾸린 후 달라진 변화를 언급했다. / 쿠팡플레이

-김곡, 김선 두 감독과 작업한 것도 신선한 경험이었겠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쌍둥이 감독과 작업하는 것. 두 감독의 이야기를 다 들어야 하니까 가끔은 혼란스러울 때도 있었다. 둘이 다른 이야기를 해서.(웃음) 그래서 둘이 맞추고 이야기해달라고 한 적도 있다. 헷갈리니까. 하하. 그런 게 재밌었다. 아무리 쌍둥이라도 의견이 다르구나, 다를 수 있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시너지를 주나 싶기도 했다. 그런 것도 에피소드라면 에피소드다. 작품 하면서야 항상 비슷하다. 캐릭터를 하면서 계속 궁금증이 더해지고 질문이 생기고 그런 지점들을 감독, 배우들과 이야기하면서 만들어갔다.”

-쌍둥이는 아니지만 형 류승완 감독과 함께 작업한 경험이 다수 있잖나. 김곡, 김선 감독을 보면서 그때 기억이 떠오르기도 했을 것 같은데.

“나는 우리 형한테 못 까불지. 하라면 하고 까라면 까야 한다. 얄짤없다. 승완이 형.(웃음)” 

-아빠가 된 경험이 작품을 결정하고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치나.

“이번에도 그렇고 되게 감사하게 어떤 한 영역이 확장된 느낌이 든다. 내가 실제 아빠가 되면서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영역이 확장됐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플러스 된 느낌이라 더 좋은 것 같다. 전에는 사실 그런 역할도 안 들어왔다. 자연스럽게 이제 그런 때가 된 거다. 나이도 그렇고 내 상황도 그렇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다. 배우로서는 되게 좋은 것 같다.” 

-스스로는 어떤 변화를 느끼나. 

“나는 한결같은 사람은 아니다. 계속 계속 변화한다. 가정을 가지니까 또 변하더라. 아이를 낳으니까 또 크게 변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로부터 벗어난 거다. 굉장히 이기적인 사람이었다. 항상 ‘나’로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가정이 생기면 ‘우리’가 되잖나. 나만 생각하지 않게 된 거다.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변한 것 같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그렇게 이기적인 사람인지. 시간이 지나고 다른 상황에 놓여보니 내가 이기적이었구나, 나밖에 모르는 사람이었구나, 거기에 갇혀 허우적댔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답이 없었던 거다. 물론 답은 지금도 없다. 다만 예전에는 그 답을 찾으려고 했다면 지금은 답을 찾으려고 하지 않는다. 지금은 신경 써야 할 게 딱 있잖나. 그러다 보니 정신적 방황을 안한다. 그럴 시간이 없다. 어디 가정이 있고 아이가 있는데 어디 처박혀서 정신적 고뇌를 하겠나. 그럴 수 있는 시간과 여유가 없다. 그러니까 안정감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런 걸(정신적 방황) 하면 자꾸 헷갈려지잖나. 세상과 등을 지게 되고. 삶이 단순해지니까 편안함이 오는 것 같다.”

-답을 찾지 않는다고 했는데 그런 가치관의 변화가 연기를 대하는 태도에도 영향을 미쳤을까.

“요즘 막 사유하고 생각을 많이 하고 그러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지금 생각을 해보니 영향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좀 끙끙대는 게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 편안하게 놨다는 것은 아니고 여전히 배우로서 발버둥을 치지만 항상 ‘나는 모른다’라는 여지를 갖고 사는 것 같다. ‘무빙’ 때도 그런 경험을 했다. 잘 모르겠는데 많은 분들이 사랑해 주고 내가 생각하지 않은 어떤 부분들이 튀어나오고 그러니까 아 나는 잘 모르는구나 싶더라. 예전에는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어떻게든 알아야 하거나 막 불안해하거나 그랬는데 이제는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함께 가는 거다. 확신이 있는 부분은 그대로 끌고 가고 잘 모르겠으면 그냥 모르겠다 일단 해놓고 보자 그런 마음이 된 것 같다. 배우란 어떻게 해도 완성되지 않은 일인데 그걸 몰랐던 것 같다. 완성이 될 거라고 생각했나보다. 삶도 그렇게 봤던 것 같다. 지금은 그냥 즐겁게 하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감사와 팀들과 기쁘고 좋게 지내고 그런 것으로 주제가 바뀌었다.”

류승범이 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쿠팡플레이​
류승범이 더 다양한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 쿠팡플레이​

-슬로바키아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도 궁금하다. 

“일할 때는 여기 있고 집은 슬로바키아다. 지금 하고 있는 작품들이 3주 촬영하고 2주 쉬고 하는데 2주 쉴 때 집에 간다. 가족이 보고 싶으니까. 개인적으로 굉장히 도움이 많이 된다. 도착하자마자 리셋된다.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들어가니까. 비행기를 타고 한참을 가야 하니까 이미 가는 동안에 한 번 정리가 되고 도착하면 새로운 환경이다. 그 전환이 내게 굉장히 도움이 된다. 거기서 가만히 또 다른 생활을 하다가 촬영장에 오면 집중도 훨씬 잘 된다. 미션을 갖고 오는 거니까 딴짓을 하지 않고 연기에만 팍 쏟는 거다. 삶은 거기서 살고 미션은 여기서 수행하고 그런 느낌이다. 삶과 일이 분리돼 있는 게 내게 좋은 작용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배우로서 앞으로 행보, 계획도 궁금하다. 

“기회가 되면 많이 하고 싶은데 요즘 영화도 그렇고 제작이 잘 안된다는 슬픈 현실이더라. 나는 완전히 열려있는 상태다. 좋은 작품도 하고 싶고 다양한 역할도 하고 싶다. 지금은 배우로서 좋은 시기를 맞이한 게 재밌는 걸 많이 해서 이제 특별히 나한테 자극이 되는 게 별로 없거든. 그래서 지금은 온전히 연기에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이다. 머릿속이 굉장히 심플하다. 그러니 다른 생각을 하지 않고 몰입하고 에너지를 쓰게 되더라. 아직 육체도 건강하고 정신도 그렇고 마음 상태도 그러니 좋은 작품을 많이 하고 싶은 바람이다.”

-‘가족계획’이 시청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으면 하나.

“작가님 처음 만났을 때 작품 의도를 물어봤는데 울림이 컸다. 요즘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잖나. 정통 가족 사회가 아니다. 빨리 독립하고 흩어져 산다. 그런 상황에서 가족을 다시 단합시키고 화합시키고 정통 가족,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가족계획’은 진짜 그런 이야기다. 처음에는 다 뿔뿔이 흩어져 있지만 조금씩 단합해 가면서 가족 구성원으로서 각자의 포지션을 찾아간다. 온기를 느낄 수 없었던 사람들이 조금씩 온기를 느끼는 이야기. 우리 집에 친구들이 놀러 오면 그렇게 잘해놓고 살지 않는데도 ‘집 같다, 따뜻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게 온기거든. 그런 것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그런 온기를 잃어서 힘든 게 아닐까.” 

시사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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