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보다 좀 더 신비감 있는 검사 역, 끝모르고 이어지는 사건연결을 아우르는 캐릭터라 흥미로웠다” 배우 하윤경이 ‘강남 비-사이드’ 속 냉철한 검사로의 첫 접근을 이같이 말했다.
29일 서울 종로구 모처에서 디즈니+ 오리지널 ‘강남 비-사이드’에서 열연한 배우 하윤경과 만났다.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에서 사라진 클럽 에이스 재희(김형서 분)에 얽힌 블랙 카르텔을 뒤쫓는 형사 강동우(조우진 분)와 검사 민서진(하윤경 분),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윤길호(지창욱 분)의 공조를 담은 추격 범죄물이다.
하윤경은 극 중 주축 가운데 하나인 검사 민서진으로 분했다. 지방 국립대 출신으로서 연줄 하나 없는 검찰청에서 승진만을 위해 직진해온 평검사로, 승진을 위해 떠안게 된 사건에 고군분투하며 본연의 정의감을 각성하는 캐릭터다.
이를 표현하는 하윤경의 모습은 기존과는 또 다르지만 자연스러운 일면으로 비쳤다. 승진에 목마른 평검사로서의 초반부에서 사건 배후를 확인하고 조사를 조심히 이어가는 중반부의 냉철함, 블랙 카르텔과의 거짓결탁과 함께 사건을 뒤집으려 하는 후반부까지 여러 시점변화 속에서 미세한 변화와 눈빛, 목소리로 검사로서의 날카로움과 정의감을 섬세하게 보였다.
이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번 생도 잘 부탁해’, ‘재벌X형사’,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등 다소 밝은 색감에 가까운 캐릭터호흡과는 또 다른 반전매력으로 인식, 시청자들을 집중시켰다.
-작품섭외 에피소드?
▲조우진 선배의 출연소식을 듣고 바로 해야겠다 생각했다. 변호사보다 좀 더 신비감 있는 검사 역인데다, 끝모르고 이어지는 사건들의 연결을 아우르는 캐릭터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
-표정이나 동작 등에 절제감이 필요한 검사캐릭터, 감정표현이 쉽지 않았을 텐데?
▲자문을 통해 체득한 검사 특유의 날카로움과 함께, 빌런들과의 결탁으로 두 번의 변화지점을 겪는 정의감 캐릭터로서의 톤이나 표정, 호흡들을 조절해야 했다.
특히 탁주일과의 독대장면은 민서진의 야망면모가 너무 적나라하지도, 너무 숨겨지지도 않게 적절한 수준으로 비쳐야 했기에 감독님과의 논의 속에서 신중히 접근했다.
-김종수, 정만식, 김병옥 등 빌런카르텔 3인방과의 호흡?
▲우선 김종수 선배(최학구 역)는 정말 좋으신 분이신 것은 물론, 상대를 자연스레 몰입시키시는 연기매력의 소유자시다. 피날레신에서의 격앙된 감정이 저도 모르게 나올 정도로 잘 이끌어주셨다.
또 현장 안팎으로 많이 챙겨주시고 예뻐해주신 러블리 정만식 선배(탁주일 역), 카리스마 첫 인상과는 달리 유쾌함이 멋지신 김병옥 선배(우대식 역) 등 모두 좋았다.
-조우진(강동우 역)과의 호흡은 어땠나?
▲말을 나누면 나눌수록 생각이나 마인드가 비슷함을 느꼈다. 선배께서도 제게 비슷하다고 말씀을 주실 정도였다. 진실감이 느껴지는 따뜻한 연기열정을 직접 보면서 저도 그처럼 멋진 연기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품게 됐다.
-독기있는 캐릭터에서 소위 ‘사’자 연기까지 캐릭터 감각들이 이어져오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릴때는 완벽주의 격으로 스스로에게 독기를 품다보니 역할도 굉장히 날카로웠던 것 같다. 점점 성장하면서 책임감을 다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고, 그와 함께 긍정적인 기운을 많이 채우게 됐다.
‘평범한 듯 똑 부러지는 반듯한 이미지’라는 평가와 함께 따뜻한 역할들을 많이 하게 되면서 인간적으로도 나쁘지 않은 사람으로 잘 비치는 게 아닐까도 생각한다(웃음).
-직업적인 것은 물론 주부부터 소녀까지 소화하는 연령대폭이 넓고 자연스럽다. 스스로는 어떻게 생각하나?
▲통통 튀거나, 서늘학 악역처럼 뾰족한 저만의 분위기가 없다는 것을 단점으로 여겼지만, 돌이켜보면 폭넓게 여러 캐릭터들을 이질감없이 호흡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있다.
각 캐릭터 호흡에서 나이보다는 사람의 성향이나 성격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를 좋게 봐주신 것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장르물을 연기하면서, 사회적 정의감에 대한 생각도 많아졌을 듯?
▲스스로 정의로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한 정의요소들을 좋아하고 캐릭터로서 흥미를 느끼는 것도 맞다. 일반인으로 살았다면 깊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들여다보게 되면서, 배우이자 인간적으로 성숙할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데뷔 직후 독립영화로 큰 인상들을 남겼다. 여전히 독립영화 열망이 있나?
▲선배들께 연극이 그렇듯, 제게 독립영화도 집같은 느낌이다. 제한된 상황에서 가족처럼 아웅다웅하며 유의미한 것들을 제작해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이 크다.
돈이나 명예보다는 내가 연기로 표현한 이야기로 위안과 감동을 받는 것, 그것 자체가 배우로서의 의무이자 매력이라 생각한다.
-10년차 배우 하윤경, 데뷔 초심과 지금을 비교해보면?
▲초반부터 현실에 있을 듯한 친근감을 품은 인간적인 배우로서의 모습을 꿈꿨다. 지금 현재를 보면 제 스스로는 그렇게 살고 있다고 자부한다. 누군가에게 ‘멋진’ 모습보다는 작품 하나하나에 어색하지 않는 ‘좋은’ 캐릭터감과 함께,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레 받아들여질 수 있는 배우이기를 바란다.
-추후 계획?
▲작품하는 게 어려운 이 시기에 연달아 많은 작품들을로 인사드릴 수 있다는 것, 좋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다는 것에 그저 감사하다. 앞으로도 더 좋은 모습으로 찾아뵙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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