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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야, 외계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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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 궁궐 건축과 전통 회화 문양인 ‘단청’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
한국의 전통 궁궐 건축과 전통 회화 문양인 ‘단청’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

한국의 전통 궁궐 건축과 전통 회화 문양인 ‘단청’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

하이이화(河二二火)라는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는
우주에 관심이 많다. 지구상에서 가장 큰 힘은 ‘물’과 ‘불’이라고 생각했다. 둘은 인간 생존에 필수적이지만, 동시에 무엇보다 대립적이고 경이로운 원소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어 내 작업에서도 대조적이고 대립되는 관계를 선보인다. 두 자연 모두 나를 끌어당기면서도 상반된 의미를 담고 있어 이(二)라는 글자를 반복해 두 요소의 조화를 강조했다. 이는 상반된 전통과 미래, 자연과 인공 사이를 표현하려는 내 예술적 의도도 담겨 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그래픽 디자이너로 경력을 쌓았다. 어떤 계기로 플랜트 아티스트가 됐나
디자이너로 일할 때 의미를 알 수 없는 대상을 단순히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끼고 번아웃에 이르렀다. 그 무렵 주변에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식물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의 얼굴과 표정이 저마다 다르듯 식물도 각기 다른 형태와 선을 가지고 있어 보는 시선에 따라 무한히 새롭고 경이로웠다. 특히 시간 흐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이 사람의 삶과 닮아 있다는 점에 깊은 매력을 느꼈다. 식물을 하나로 모아 또 다른 생명체로 재탄생시킬 때 내면의 무한한 해소와 감정의 충족을 경험했다. 그 후 식물 본연의 아름다움을 새로운 시각으로 표현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엘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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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에 대한 당신의 첫 번째 기억은
오래 방치돼 형체를 잃고 곰팡이가 잔뜩 피어 있던 식물이었다. 당시 약간의 악취가 풍겼고, 손으로 만졌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곰팡이가 핀 모습은 자연이 만든 예술품처럼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이 경험은 내가 식물의 다양한 형태와 생명력을 탐구하고, 그 속에 숨겨진 예술적 가능성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에반게리온: 외계식물’.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에반게리온: 외계식물’.

일본 애니메이션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세계관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에반게리온: 외계식물’.

하이이화의 작업세계에서 외계 식물은 어떤 존재인가
식물과 인공 요소를 결합해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창조한다. 외계 식물은 미래에 나타날 자연의 모습일 수도 있고, 기술과 기후변화로 인해 변형된 자연일 수도 있다. 내가 창조하는 인공적인 자연이 궁극적으로 자연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길 바란다. 동시에 변형된 자연에 대한 논의도 확장할 수 있길 바란다.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대칭과 균형을 기반으로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담은 ‘黑: 외계식물’.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대칭과 균형을 기반으로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담은 ‘黑: 외계식물’.

우리나라 전통 건축에서 볼 수 있는 대칭과 균형을 기반으로 자연과 인공, 전통과 현대의 경계를 허물고 융합을 담은 ‘黑: 외계식물’.

백색 미학을 통해 불교의 정서적 고요함과 자연의 순수함을 표현한 ‘白: 외계식물’.
백색 미학을 통해 불교의 정서적 고요함과 자연의 순수함을 표현한 ‘白: 외계식물’.

백색 미학을 통해 불교의 정서적 고요함과 자연의 순수함을 표현한 ‘白: 외계식물’.

외계 식물을 창조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필요할 것 같다
동양미술, 특히 불교 미술에서 영감을 얻는다. 동양의 철학과 예술에는 자연과 인간의 조화, 내면의 표현이 담겨 있어 매우 매력적이다. 대상의 표면적인 형상을 넘어 다양한 시각과 해석으로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디어를 얻는다.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나타낸 ‘변이: 외계식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나타낸 ‘변이: 외계식물’.

변화하는 자연의 모습을 나타낸 ‘변이: 외계식물’.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스페인 코르도바 국제 꽃 페스티벌 ‘플로라(Flora)’에 참가했다
코르도바는 매년 세계를 대표하는 꽃 설치예술가들을 초청해 사회 이슈를 주제로 한 설치미술 작품을 선보인다. 2023년의 주제는 ‘식물 지능’이었다. 우리는 현재 예상치 못한 무한한 지평을 가진 혁명을 경험하고 있으며, 최근의 기술 발전은 예술과 문화를 포함한 우리 현실의 모든 측면에 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내가 선보인 ‘인공 방어 메커니즘’은 자연의 유연성을 배제하고, 인위적인 형태를 강조한다. 한국의 거문고 연주를 배경음악으로 사용해 식물의 애절한 정서적 표현과 갈구의 목소리를 극대화했다. 자연의 위기를 상기시키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메시지를 담았다. 또 식물의 적응력과 융통성에서 많은 것을 배우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방법을 모색하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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