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촬영을 비롯해 촬영 시간이 온종일 걸렸음에도 끝까지 활기찬 모습에 감탄했어요
반가운 얼굴도 보고 〈엘르〉와도 오랜만의 촬영이라 기분 좋았어요. 조금 쌀쌀한 날씨도 제가 좋아하는 계절로 시간이 열심히 흘러가고 있다는 증거 같아서 힘들기보다 즐거웠죠.
촬영을 마치고 진행한 유튜브 인터뷰에서 연말이 다가오니 설레면서도 씁쓸하다고 했죠. 블랙핑크 월드 투어와 차기작 촬영도 잘 마치고, 솔로 활동도 준비하며 누구보다 알찬 한 해를 보냈습니다만
열심히 시간을 보낸 만큼 한 해가 정말 빠르게 흘러갔어요. 그 속에서 혹시 뭔가 놓친 건 없나 싶어 순간 씁쓸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그런 만큼 내년에 펼쳐질 일들이 기대되기도 하고요.
개인 유튜브 채널 〈행복지수 103%〉에 올라온 브이로그를 보면 디올과의 추억도 많이 쌓인 걸 알 수 있어요. 지금 돌아봐도 특별했던 기억은
처음으로 쇼 참석을 위해 파리에 갔던 2021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낯선 도시에서 낯선 일을 시작해야 했던 순간, 디올은 제게 의지할 수 있는 가족 같은 존재였어요. 짧다면 짧은 시간이지만 빠르게 신뢰가 쌓였죠.
그나저나 컬렉션 현장 취재 열기가 나날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도통 익숙해지기 어려운 일일 텐데요
가끔 아슬아슬하게 느껴지는 순간도 있죠! 하지만 자주 보는 얼굴도 생겼고, 그만큼 저를 반겨주시는 거니 더 많이 인사하고 싶어요. 어디까지나 안전한 선에서 해야 하니 아쉽지만요.
걷는 걸 좋아하죠. 최근 가장 길게 걸었던 건 언제인지
맑은 공기도 마시고, 모처럼 자연에서 여유를 느껴볼 요량으로 얼마 전 남산을 다녀왔는데 돌아올 때 새로운 길을 시도해 봤거든요. 코스 막바지쯤 왔을까, 너무 힘들어서 바로 내려가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샛길로 가다 보니 가로등도 없고, 생각보다 길이 깜깜한 거예요(웃음)!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고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내디뎠어요. 그 순간만큼은 ‘무사히 내려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다른 생각을 할 틈조차 없었군요
그렇게 막상 다 내려오고 나니까 또 이 상황이 너무 웃기더라고요. 덕분에 ‘힐링’은 제대로 했습니다!
요즘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얼른 눈이 오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세상이 하얗게 뒤덮이고 반사판처럼 반짝반짝 빛나면 좋겠다. 웃으며 환하게 빛나는 얼굴들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솔로 데뷔곡 ‘꽃’이 얼마 전 스포티파이에서 스트리밍 5억 회를 기록했어요. 지금 한창인 새로운 곡 작업은 어떤가요? 지수의 이름을 딴 개인 기획사를 설립한 만큼 그 과정에서 달라진 것도 있을지
음악뿐 아니라 하나부터 열까지 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 정말 많아졌어요. 하나하나 신경 쓰고 있지만, 혹시 놓치는 부분은 없나 싶기도 해요. 그래도 많은 사람이 나를 도와주고 있다는 사실을 체감하니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더라고요. 고마운 마음도 더 커지고요. 함께 뭔가를 완성했을 때 의미 또한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아요. 어렵지만 분명 즐거운 부분도 있어요. 빨리 들려주고 싶어요.
영화 〈전지적 독자 시점〉과 시리즈 〈뉴토피아〉 또한 내년 공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는 마음은
즐겁게 촬영했던 만큼 보는 분들도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다는 마음이 크죠. 긴 시간 함께 촬영하다 보니 작품에 대한 애정도 깊어질 수밖에 없고요. 걱정도 되지만 그만큼 설레기도 해요.
두 작품 모두 종말을 향해 가는 세계를 다룹니다. 만약 실제 상황이 된다면 어떤 일을 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쉬울 것 같나요
지금 생각했을 때 크게 아쉬운 점은 없을 것 같아요.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봤고,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일했으니까요. 집에 있는 걸 좋아하다 보니 ‘여기 꼭 가볼걸’ 싶은 곳도 없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었고요(웃음). 지금 이 마음이 바뀌지 않도록 앞으로도 후회 없이 잘 지내야겠네요.
상대적으로 배우로서 경험은 길지 않다 보니 혼자 판단하기 어려운 지점도 있지 않을까 싶어요. 차기작도 촬영 중인데 작품을 선택하는 방식은
일단 재밌게 읽은 대본이 있으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눠요.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하는 일이니 제가 생각한 작품과 감독님이 그려나가는 작품의 방향성이 같은지 확인하는 게 중요하거든요. 때때로 제가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감독님을 선장처럼 따르고 싶기도 해요. 함께 파도를 돌파하는 거죠.
같은 배에 오른 선원이 되는 거군요(웃음). 가수와 배우로서 일할 때 책임감의 무게도 조금 다를까요
무게가 달라지진 않아요. 가수는 긴 시간을 들여 쌓은 것을 한 번에 쏟아내야 하는 직업이니 순간의 에너지는 다르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준비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사실은 똑같죠.
박정민 배우와는 지난해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에서 특별 출연으로 만난 적 있어요. 〈뉴토피아〉 촬영 동안 주고받은 에너지가 있다면
제가 〈뉴토피아〉 대본을 받았을 때 선배님은 출연이 결정된 상황이었어요. 〈천박사〉 촬영은 단 이틀이었지만, 그때 보여주신 에너지가 워낙 강력했기에 함께 촬영할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던 차 대본을 받은 거죠. 감사하게도 촬영 전 리딩 과정에서 많이 이끌어주기도 했고, 집중력, 저와는 다르게 대본을 해석하는 모습을 보며 많이 배웠어요. 촬영을 통해 새로운 인연이 많이 생기면서 든든한 마음도 들어요. 자연스레 생기는 유대감이 있거든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제 삶 또한 다채로운 색을 입겠죠?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영화관에서 〈천박사〉를 보다가 ‘선녀님’ 비주얼이 너무 잘 어울려 깜짝 놀랐었거든요. 스스로 인상 깊게 기억하는 자신의 모습은
처음 데뷔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저희 네 명 모두 자신이 가진 색과 모습을 잘 보여준 순간이니까요.
시간이 흘러 어느덧 데뷔 8주년을 맞았어요. 내년에 블랙핑크 컴백과 또 한 번의 월드 투어를 앞두고 있는데, 어떤 것을 더 잘해내고 싶나요
일정한 컨디션으로 모든 공연을 무사히 마치는 게 항상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모두 다치거나 아프지 않고, 모두의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투어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문득 지수가 영화관에서 처음 본 영화는 무엇일지 궁금합니다
〈집으로…〉였어요. 제가 중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자랐거든요. 영화를 봤을 무렵 초등학교 1~2학년 즈음이라 주인공과 나이가 비슷했는데 할머니와 시골집에서 처음으로 살게 된 주인공의 철없는 행동에 충격을 받고 ‘나는 말썽 안 부리고 할머니, 할아버지한테 잘해야지’라는 교훈을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부모님은 제가 그런 생각을 한 줄 모르셨겠지만요.
착한 손녀였네요(웃음). 공부를 열심히 했던 학창시절에도, 진통제를 맞으며 무대에 섰던 코첼라 페스티벌 때도 이걸 가능하게 했던 건 스스로에 대한 자존심 때문이라고 했어요. 지금의 지수에게 ‘자존심’은
자존심은 제게도 원동력이에요. 인간관계나 다른 사람과의 일에서는 크게 자존심을 부리지 않는데, 제가 해야 하는 일에는 확실히 자존심과 고집이 있다는 사실을 최근 많이 느끼고 있거든요. 원래 이렇게까지 몰두하는 성격이 아닌데 왜 어떤 일은 이렇게 열심히 집착하는지 그 이유를 돌아보니 결과가 어떻든 간에 내가 조금이라도 소홀히 했을 때, 내 자존심이 나를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걸 깨달았죠. 건강한 자존심 같아서 이런 모습도 사랑해주려고 해요.
올해 틈틈이 소식을 전한 방법 중 하나는 가깝고 편안한 사이인 혜리와 슬기의 유튜브에 출연한 것이었죠.
다른 사람 채널에 나가는 건 또다른 부담감이 있을 것 같은데 정말 편했어요. 출연 자체도 같이 촬영하고 놀자는 이야기를 하다가 이어진 것이기도 하고, 제가 특별히 준비할 것도 없다 보니 가서 재미있게 놀다 온 기분이었죠. 실제로도 촬영을 마친 뒤 늦게까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고요. 또 놀러 갔다 오고 싶네요.
7년 전 같이 음악방송 MC를 했던 동료들 ‘진지도(진영, 지수, 도영)’의 끈끈함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신인 시절을 함께했던 K팝 동료와의 관계를 통해 얻는 에너지는
저희 셋 모두 당시 함께했던 스태프들과 잘 지내고 있어요. 지금까지 〈인기가요〉에서 일하고 계신 분도 있고, CP가 된 분도 있죠. 누구나 시간이 흐르면서 변해가는 모습이 있겠지만 그래도 겸손함만은 잊지 말자고 약속했어요. 오랜만에 만났을 때 변한 사람이 있으면 꿀밤을 때려주자고 했는데 다행히 아직까지 맞은 사람은 없습니다(웃음).
어느덧 12월입니다. 올해 가장 따스했던 순간을 꼽는다면
2024년은 처음 도전하는 일이 많았던 해였어요. 새로운 일을 시작하면서 도움은 물론이고 응원도 많이 받아서 그 자체로 따뜻함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죠. 올해가 제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 됐다면 내년은 시작점이 되지 않을까 해요.
좋아하는 계절인 겨울이 시작됩니다. 이 계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어린 시절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저는 어릴 때부터 눈이 오면 모두 잠든 밤에도 창문 밖으로 눈이 내리는 걸 오랜 시간 지켜봤어요. 눈은 하늘에서 내리는 그 순간이 가장 예쁘잖아요. 지금도 눈이 펑펑 내리는 밤이면 불을 다 끄고 창문 앞에 앉아 하늘을 한참 바라보고는 해요.
붕어빵을 사 먹기 위해 현금을 챙기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죠
그렇지 않아도 얼마 전 역 앞에서 붕어빵 파는 걸 발견했어요! 슈크림 붕어빵을 먹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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