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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주원, ‘소방관’ 선택으로 이끈 건 ‘부끄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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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을 연기하는 주원. 사진제공=고스트스튜디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에서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을 연기하는 주원. 사진제공=고스트스튜디오

“당시 사건에 대해서 잘 모른다는 것이 부끄럽게 느껴졌죠. 나처럼 모르는 사람이 또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작품을 통해서 당시 사건이 많이 알려지고 기억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주원은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의 시나리오를 읽었던 순간을 떠올렸다. “소방관들의 고충과 용기를 전달하고 싶었다”는 주원의 말에서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에 대한 존경심을 넘어서서 사명감마저 읽혔다.

●”소방관의 고충·용기 전하고 싶었다”

‘소방관'(감독 곽경택·제작 에스크로드픽쳐스)은 2001년 3월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당시 사건으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당하면서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공론화됐다. 주원은 “연기를 하면서 소방관이 방화복을 입는 건 당연한 일인데 왜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어야 했는지, 당연히 바꿔야 할 것들을 바꾸는 데에도 왜 그렇게 시간이 걸리는지 아쉬웠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는 일이 뭔가를 크게 바꾸지는 못해도 작품을 통해서 그분들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전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진심을 다했다”고 밝혔다.

주원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친형처럼 따르던 동료 소방관을 잃은 충격으로 방황하는 신입 소방관 철웅 역을 연기했다. 영화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두려움을 극복하고 생명을 구하는 어엿한 소방관으로 거듭나는 철원의 성장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철웅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따라가게 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인 데다가 이 작품의 안내자와 다름없는 역할을 연기한 주원은 다른 어떤 작품보다 진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관련 자료들을 매일 같이 살폈다.

“홍제동 화재 사건에 관한 자료들은 안 본 것이 없는 것 같아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도, 촬영하는 동안에도 매일매일 봤어요. 당시 상황을 숙지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 영화에 참여를 결심한 마음가짐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계속 봤습니다.”

주원은 '소방관'으로 '그놈이다' 이후 9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사진제공=고스트스튜디오
주원은 ‘소방관’으로 ‘그놈이다’ 이후 9년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 사진제공=고스트스튜디오

●두려웠던 현장…’소방관’ 진심 닿길

‘소방관’은 실제 화재 현장을 방불케 하는 사실적인 묘사로 눈길을 끈다. 이를 위해 곽경택 감독과 스태프들은 CG(컴퓨터그래픽)를 최소화하고, 실제 불을 피워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을 위한 연출이고, 안전장치를 해뒀는데도 화재 촬영은 어려움 이상의 공포심을 주는 작업이었다.

“촬영을 하기 전에 소방교육을 받았고 촬영을 안전하게 진행했지만 실제 불을 보니 무서웠어요. 불이 순식간에 번지는데 새삼 소방관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꼈어요. 이 불이 날 덮칠 것 같으니까 자연스럽게 몸이 긴장되더라고요. 그런 긴장 상태가 초반의 철웅을 연기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했어요.”

주원은 이 작품으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복귀한다. 동생을 죽인 범인을 직접 찾아 나선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그놈이다’ 이후 9년 만이다. 2022년 ‘카터’라는 작품이 있기는 했지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영화로 극장에 걸리지 못했다. 그 사이 극장 환경은 급변했다. 감염병 확산 사태와 OTT의 성장, 관람료 인상 등으로 극장을 외면하는 관객들이 늘어났다. 비수기에 접어들어 시장이 더 위축된 상태로 ‘소방관’은 어려운 시기에 관객을 찾게 됐다.

“‘소방관’ 홍보를 위해서 지난 작품들을 살펴보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다는 것을 알았어요. 휴대폰으로 영화도 볼 수 있고 영화뿐 아니라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그럼에도 저는 오리지널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믿어요. ‘소방관’이 거기에 한 몫 하면 좋겠고요. 꼭 기억해야 할 이야기인 만큼 관객들이 극장에서 많이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소방관'은 홍제동 화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소방관’은 홍제동 화재 사건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진제공=바이포엠스튜디오

●현실 연기 눈길…변화에 대한 고민도

‘소방관’은 주원의 새 얼굴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에서도 그에게 의미가 남다르다. ‘제빵왕 김타구’의 재벌 후계자, ‘각시탈’의 이름 없는 영웅, ‘굿닥터’의 서번트 증후군 가진 의사, ‘카터’의 기억 잃은 요원 등 지금까지 판타지 요소가 다분한 인물들을 연기했던 주원은 ‘소방관’의 철웅을 통해 현실에 발붙인 인물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후반부에서는 절제된 감정 표현으로 가슴 먹먹한 여운을 준다. 이 작품 이후에 주원이 그려낼 또 다른 얼굴이 기대되는 이유다.

“변화를 주고 싶은 건 배우로서 늘 하는 고민이고 바람이죠. 그런 변화를 선호하는 편이고요. 그런 점에서 ‘소방관’을 할 수 있어서, 이 작품을 곽경택 감독님과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감독님이 현장에서 늘 하신 말씀이 ‘꾸미지 마라’였거든요. 그래서 있는 그대로 가감 없이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앞으로 더 다양한 작품에서 지금까지 저한테서 보지 못한 모습들을 찾아내서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맥스무비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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