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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가비 조차도 정우성에게 결혼을 강요할 수 없는 까닭 [이슈&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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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 배우 정우성(51)이 올해 득남한 혼외자에 대한 책임을 약속했지만 그를 향한 세간의 목소리는 여전히 시끄럽다. 친모인 모델 문가비(35)와 그의 아들에게 매월 적지 않은 양육비를 지급하고, 함께 양육 방식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음에도 비난 아닌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혼외자 이슈에서 늘 따르는 뜨거운 감자 ‘결혼’ 때문이다. 정우성의 혼외자 득남 소식은 지난 25일 문가비의 SNS를 통해 알려졌다. “이제는 한 아이의 엄마로서 조금은 더 평범한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냈다”는 문가비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사랑스러운 아이를 안은 사진도 함께 공개했다.

활동 중단 4년 만에 근황을 전한 문가비는 출산과 임신이라는 인생의 중요한 변곡점을 맞은 듯 했지만 된 과정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글에는 많은 사연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친부의 존재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하지 않아 더욱 궁금증을 자아냈다.

소란은 친부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시작됐다. 친부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 배우 정우성. 정우성과 문가비가 슬하에 아들을 뒀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파급력이 큰 소식이었다. 대중이 전혀 상상 하지 못한 남녀의 조합이었고 언론은 이들을 ‘전 연인’으로 불러야 할 지 ‘부부’로 일컬어야 할지 난감했다.

언론을 통해 친부라는 사실이 알려진 정우성은 당일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를 통해 한 아이의 아빠가 됐다는 사실을 공개, 아니 인정했다. 매월 양육비를 지급하고, 아이를 평생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친모 문가비와 적극적으로 육아 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우성의 입장문에서 언론과 대중이 꽂힌 부분은 따로 있다. “친부가 맞지만 결혼 계획은 없다”라는 문장이다. 대중은 정우성이 혼외자를 뒀다는 사실에 놀라고, 결혼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에 또 한번 놀란 눈치다.

‘톱스타의 혼외자’라는 희대의 소식에 온라인은 온통 정우성의 소식으로 도배됐다. 과거 정우성과 공개 열애를 한 여배우의 이름이 다시 회자되고 , 한 여배우는 사실이 아님에도 정우성과 열애설에 휩싸였다는 이유만으로 ‘혼외자 스캔들’로 함께 묶여 소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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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누리꾼들이 정우성의 여인들을 수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의 정보력은 실로 놀라웠다. 정우성이 공식 SNS 계정으로 한 번도 본 적 없는 미모의 여성에게 먼저 DM를 보낸 정황부터 일반인 여성과 스킨십을 하는 모습이 담긴 사진까지 모든 것이 삽시간에 노출됐다.

수십 년 동안 스타의 명성을 유지하며 잘생긴 호남 배우의 대명사로 군림했던 정우성은 하루 아침에 ‘난봉꾼’으로 전락했다. 탄생의 축하를 받아야 할 정우성의 혼외자, 아니 아들은 화려한 여성 편력을 지닌 스타 배우의 실수로 태어난 아이로 소모되고 있다. 그야말로 폭력적이다.

만약 정우성이 문가비와 결혼하겠다고 밝혔다면 현 상황은 어땠을까.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을 것이다. 연예계 최고의 반전 부부’로 불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출연을 기약해달라고 호들갑을 떨었을 것이다.

대중은 정우성이 평생 아들의 양육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사실은 잊은 채 문가비와 결혼하지 않겠다는 그의 입장에만 매몰돼 비난하고 있다. 이는 여전히 한국 사회가 아이는 반드시 양부모 가정에서 길러져야 한다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의미한다.

가족의 형태는 보다 다양해지고 있다. 다문화 가정부터 한부모 가정, 동성 부부 가정, 10대 부부 가정까지 현대사회 속 가족과 가정의 의미는 대가족 중심의 과거와는 다르다. 가족은 시대의 흐름을 타고 변화하며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글로벌 현상이고, 가족과 가정의 정의는 크게 확대됐다.

정우성을 향한 과도한 비난은 출산과 임신, 양육은 반드시 결혼이라는 제도권 안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보수적 관념과 한부모 가정, 미혼모, 미혼부에 대한 편견에서 기인한다.

그 누구도 정우성에게 문가비와 결혼해야 한다고 강요할 수 없다. 심지어 친모인 문가비조차도 말이다. 결혼은 두 사람이 제도권 아래 함께 할 것을 약속하고, 법적 테두리에 그 관계를 묶어두겠다고 합의하는 일이다. 두 사람 중 한 명이 원하지 않아도 성립될 수 없는 게 결혼이다. 제 3자의 의견이야 오죽할까.

아이의 친부, 친모인 정우성, 문가비에 대한 첫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공식적으로 교제하지 않고 아이를 얻게 된 것으로 보인다. 평범치 않은 인연이긴 하다. 그럼에도 이들의 시작은 남녀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로 출발했고, 그 안에서 일어난 사적 사연들은 사회적 관념이나 시시비비로 가려야 할 영역이 아니다.

중요한 건 이들 사이에서 한 아이가 탄생했고, 정우성이 이를 책임지겠다고 분명히 약속했다는 사실이다. 이 놀라운 소식을 접한 대중이 궁금해야 하는 건 정우성의 여성 편력 따위가 아니라 계획에 없는 아들을 얻은 것으로 보이는 친부 정우성이 진정 양육의 책임을 다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정도가 아닐까.

그것이 용기를 내 아이를 출산한 문가비를 응원하는 일이고, ‘안쓰러운 혼외자’ 취급을 받는 작고 여린 아이에 대한 예의일 것이다.

[김지현 기자의 게슈탈트]는 대중문화 콘텐츠와 이슈를 기자의 주관으로 분석한 코너입니다. 나무와 숲, 현상과 본질을 알아차릴 수 있는 혜안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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