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 |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을 거쳐 쉴 새 없이 달려온 지도 벌써 8년. 동양적인 사운드와 독보적인 목소리로 무장한 곡들을 차곡차곡 쌓아온 끝에 안예은은 자신만의 확실한 입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오죽하면 ‘장르가 곧 안예은’이라는 말이 생겼을 정도. 그리고 이런 결과가 가능했던 이유는 ‘초심을 잃지 말고 앞만 보며 나아가자’라는 그의 굳건한 가치관이 뒷받침됐기 때문이었다.
안예은이 최근 발매한 네번째 미니앨범 ‘이야기보따리’는 지난해 2월 선보인 정규 앨범 ‘쉽게 쓴 이야기’ 이후 1년 9개월 만에 발매된 신보. “싱글로만 인사를 드리다 그래도 길이가 있는 6곡짜리 앨범으로 오랜만에 인사드리게 돼 기쁘다. 트랙 수가 많은 만큼 재밌게 들어주셨으면 한다”는 벅참 소감을 전한 안예은은 “원래 의도는 봄에 내고 싶었는데 여러 현실적인 이유로 이제야 선보이게 됐다”라고 21개월 만에 돌아온 이유를 설명했다. 여러 콘셉트 중 ‘이야기보따리’를 중점 내용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안예은은 “기존엔 이야기를 먼저 주제로 택한 뒤 음악으로 풀어드리는 방식으로 곡이 진행됐다면, 이번엔 반대로 한 비현실적인 캐릭터가 먼저 주가 되어서 이야기를 해준 뒤 풀어놓는 형식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한 캐릭터가 이야기보따리 안에 들어있는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는 콘셉트인데, 공통된 맥은 ‘체념’이었다. 사람이 체념하게 되는 과정 중에는 여러 단계가 있지 않냐. 처음엔 그저 힘들다 자기 연민을 품게 되고, 이내 쓸쓸해졌다 아픔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런 과정을 노래를 통해 풀어보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야기꾼의 정체를 ‘잉어’로 정한 이유에 대해선 “평소에도 비현실적인 상상을 하는 걸 좋아하는 편인데, 화자인 이야기꾼을 그저 평범한 조선시대의 이야기꾼으로 그려내고 싶진 않았다. 인간이 아닌 무엇인가로 그려내고 싶었다. 그때 마침 내 태몽에 잉어가 나왔다는 게 떠올랐다. 그런 면에서 ‘이야기꾼이 된 잉어’를 화자로 정한다면 일종의 자기소개 같은 느낌도 줄 수 있을 것 같아 잉어를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번 ‘이야기보따리’에는 타이틀곡 ‘잉어왕’을 비롯해 ‘이내’ ‘그믐달’ ‘그 사랑은 내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곳은 아직 겨울이오’ 등 다채로운 장르의 6곡이 담겼다. 한 곡 한 곡의 분위기가 너무나 다르다 보니 마치 이야기꾼이 보따리 안에서 동그랗게 말린 양피지를 꺼내 읽어주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기도 한다. 6번 트랙 ‘잉어왕’의 인스트루멘털을 제외한 5곡 중 가장 마지막에 완성된 건 아이러니하게도 타이틀인 ‘잉어왕’이었다. 이미 4곡이 완성돼 발매를 앞두고 있었지만 추후 자신의 개성이 들어간, 타이틀성이 있는 곡이 필요하다 싶어 뒤늦게 한 곡을 추가로 제작했다고. 안예은은 “‘이 곡이 타이틀이 될 거야’ ‘이번엔 타이틀을 쓸 거야’ 의도하고 쓰는 편은 아닌데, ‘잉어왕’의 경우 안무부터 촬영 콘셉트까지 작업을 하던 중에 슥슥 생각이 났다. 또 나머지 수록곡들은 내가 기존에 선보이던 메뉴와는 성격이 많이 다른 곡들이라 나의 느낌이 조금 더 들어간 곡이 필요하다 싶어 ‘잉어왕’을 타이틀로 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잉어왕’ 이전의 가장 강력한 타이틀 후보는 ‘이내’였다고. 안예은은 “원래 타이틀로 생각하고 쓴 노래였다. 내 아픈 손가락과 같은 곡이기도 하다. 다른 곡들도 다들 내 자식 같고 하나를 택할 수 없지만, ‘이내’는 가장 애착이 가는 곡 중 하나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이야기보따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곡은 ‘그믐달’이라 설명했다. 안예은은 “보통의 사람들은 보름달만을 가장 많이 환영하지 않냐. 보름달이 아니라면 외면하는 경우가 많은데, 외면받는 그믐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마냥 절망적인 곡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가사는 되게 쓸쓸하지만 묘하게 위로가 되고, 듣다 보면 자신의 아픔을 담담히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과거 스스로가 무기력했을 때 그믐달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고 안정을 취할 수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그믐달’의 ‘이야기보따리’의 감성을 가장 잘 이야기한다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이야기보따리’로 오랜만에 팬들에 인사를 건넨 안예은은 얼마 뒤 데뷔 8주년을 앞두고 있기도 하다. 이에 대한 소감을 물으니 “실감이 안 난다. 음악을 그만두려던 시점에 어떻게 하다 보니 오디션 프로그램(K팝 스타 시즌5)에 나가게 됐고, 이후 데뷔를 하면서 8년째 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중인데 여전히 적응 중이라 생각한다.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스스로가 가수라는 걸 조금씩 체감하고 있다”라면서 “데뷔 초엔 내 입으로 ‘싱어송라이터’ ‘가수’라는 말을 내뱉기도 과분하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당시엔 ‘곡 쓰고 노래하는 안예은입니다’라고 굳이 풀어서 얘기하곤 했는데, 지금은 ‘싱어송라이터’라는 여섯 글자로 담을 순 있게 됐다. 그런 면에서 조금씩 적응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라고 조심스레 답했다. 가수라는 직업과 거리를 두고 있는 데에는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싶어서라고. “어떤 면에선 이 적응하는 과정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라는 그는 “그렇게 해야 초심을 잃지 않을 것 같고 내가 꾸준히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운이 좋아서 출세를 하고 이렇게 음악을 업으로 삼고 있지만 평생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냐. 초심을 잃지 않고 착실하게 해내가고 싶다’라고 전했다. 이어 안예은은 8년의 활동 기간 동안 슬럼프를 겪은 적은 없냐는 질문엔 “분명 있었지만 짧게 잘 지나간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는 생각을 멀리 안 하고 짧게 하게 됐다. 먼 미래를 계획하기보단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면 추후에는 나만의 큰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어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왔다. 기회가 왔을 때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늘 준비돼있는 태도로 있으려 했고, 착실하게 하다 보면 뭔가가 되겠지라는 마음으로 8년을 활동했다. 그렇다 보니 슬럼프 같은 게 와도 ‘일단 가자’는 생각으로 잘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알비더블유(RBW)·DSP미디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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