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규율 정확하게 지키며 사는 사람…해조와 반반 섞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배우 우도환은 ‘Mr. 플랑크톤’의 ‘따뜻한’ 감성에 매료돼 이 작품을 선택했다. ‘자유롭게’ 세상을 누비는 해조처럼, 우도환 또한 엄격하게 지키던 일상 속 규칙을 잠시 내려두며 새로운 경험을 해보기도 했다. 해조를 연기하며 경험한 힐링을, 시청자들도 느끼길 바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Mr. 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의 인생 마지막 여행길에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가 강제 동행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우도환이 시한부 환자 해조 역을 맡아 인생의 끝에서 시작을 돌아본다. ‘재미’만을 쫓으며 방황했지만, 시한부 판정을 받은 뒤 인생 마지막 여행을 하며 곁에 있던 사람들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결말이 정해진, 익숙한 힐링 드라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우도환은 ‘Mr. 플랑크톤’만의 따뜻한 감성에 만족했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내면에 깊은 상처가 있는 해조의 아픔에도 깊이 공감했다.
“첫인상 때문에 이 드라마를 하고 싶었다. 해조는 자유로워 보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면도 있어 보였다. 그런데 너무 큰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사랑했던 사람에게 버림을 받은 친구라 너무 외로워 보였다. 우도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모습 중 하나는 처연함이라고 해주시더라. 그게 제 장점 중 하나라고 생각했고, 이 캐릭터를 한 살이라도 더 어릴 때 표현을 해보고 싶었다. 살면서 자유로울 수 있는 날이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학교도 다니고, 군대도 가야 한다. 혹은 일을 해야 한다. 어느 순간 자유를 잊고 살았다. 1년만 지나도 느낌이 달라질 것 같더라. 조금 더 지금보다 세상과 타협을 하며 살 것 같았다. 해조는 타협을 하지 않는 인물이라 지금 해보고 싶었다.”
해조에게 더욱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일상’도 바꿨다. 늘 빼먹지 않던 운동도 일부러 중단하며 그의 ‘자유로움’을 직접 느껴보려 노력했다. 자신과는 ‘다른’ 인물이었지만, 해조의 마음만큼은 완벽하게 이해한 우도환이었다.
“해조가 여행을 마지막에서야 떠나는 것도, 사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여행도 하지 않나. 그에게는 그간 여행을 가야 할 이유도 없었을 것 같다. 처음으로 여행을 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다. 해조는 저와 달랐다. 저는 하루하루 규칙적으로 사는 인물이고,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매일 하던 운동을 한 번 안 해봤다. 강박 아닌 강박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내일 죽는데 운동이 필요할까’라는 생각이 들더라.”
조기 폐경 사실을 숨긴 채 결혼하는 재미를 강제로 자신의 여행에 동행시키는 등 해조의 이기적인 행동도 없진 않았다. “나와는 다른 인물”이라고 거듭 강조한 우도환은, 해조를 만나며 새롭게 느끼고, 배우기도 했다.
“저는 제 전작인 ‘사냥개들’ 건우처럼 규율을 정확하게 지키며 사는 사람이었다. 항상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런데 해조를 경험하며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떤 방향성으로 살고 싶냐’고 물으면 어렵게 느껴진다. 나를 희생하고,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해조는 어릴 때 받은 상처 때문에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 나만 아는 세상에 사는 것도 나쁜 인생은 아니구나 싶었다. 반반 섞이면 너무 좋을 것 같다.”
강제로 재미를 납치하는 장면에 대해 ‘폭력적’이라는 지적이 이어진 것도 인지하고 있었다. 우도환 또한 시청자들의 평가에 일정 부분 공감했다. 그러나 해조와 재미 사이에 쌓인 시간, 그리고 해조가 그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던 배경을 풀어 설명하며 시청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그 부분도 해조의 이기적인 행동 중 하나다. 저도 대본을 볼 때 ‘응?’ 하긴 했다. ‘어떻게 해야 잘 표현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감독님, 작가님과 이야기를 했었다. 제가 표현하려고 노력했던 건, 전날 재미가 폐경인 사실을 듣지 않았다. 그 일과 자신도 시한부라는 사실을 함께 들었다. 충동적으로 한 행동이었을 것이라고 여겼다. 저는 재미가 전날 도망치려고 했다는 것까지 알았다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어쩔 수 없이 그런 부분이 있는 친구고, 또 재미를 추구하는 인물이다.‘나쁘지 않겠는 걸’ 정도로 생각한 것 같다. 그 둘은 그만큼 서로를 아는 사이라고도 생각했다. ‘왜 아직도 너 자신을 속여, 어떻게 하려고 그래’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Mr. 플랑크톤’이 담고자 했던 메시지를 강조했다. 상처가 있고, 또 결핍이 있지만 서로 보듬어가며 성장하는 캐릭터들의 ‘과정’에 방점을 찍으며 이 드라마를 통한 힐링을 바랐다.
“결핍이 있는 사람들이 모인 드라마다. 모두가 사랑, 따뜻함, 관심에 대한 결핍이 있던 사람이었다. 결핍이 꼭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여긴다. 모두에게 결핍이 있지 않나. 그런데 결핍이라는 게 참 무서운 게, 다른 사람에게서 채울 수 있지만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한다. 해조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 그것을 알아간다. 이미 많은 사랑을 받고 있구나, 내게는 주변에 너무 좋은 사람들이 있구나. 이런 걸 차근차근 보여주는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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