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제도와 가치에 도전하는 드라마는 아니에요.”
26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라움아트센터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트렁크'(극본 박은영·연출 김규태) 제작발표회에서 주연 서현진과 공유가 극 중 기간제 부부로 만난 뒤 밝힌 소감이다. 공유는 “‘또 오해영’을 너무 재밌게 봤던 사람이라 서현진에 대한 개인적인 팬심으로 그의 연기를 앞에서 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에 서현진은 “드라마 ‘도깨비’의 신을 만나게 됐다”고 공유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며 화답했다.
‘트렁크’는 호숫가에 떠오른 의문의 트렁크로 인해 밝혀지는 두 남녀의 이상한 결혼에 얽힌 이야기를 그리는 미스터리 멜로 시리즈이다. 2015년 김려령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일명 ‘기간제’ 결혼 매칭 회사 NM(New Marriage)의 직원 노인지가 다섯 번째 남편 한정원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담는다. 과거의 아픔으로 인해 “결혼을 역겹다”고 생각하면서도 직업으로 결혼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인지는 비슷한 아픔이 있는 한정원을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간다.
‘또 오해영’, ‘사랑의 온도’, ‘뷰티 인사이드’ 등 멜로 연기의 정석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받아온 서현진이 노인지 역을, ‘커피프린스 1호점’, ‘김종욱 찾기’, ‘도깨비’로 ‘츤데레 남주(남자주인공)’의 매력을 보여준 공유가 한정원 역을 각각 연기하며 기간제 부부로 만난다.
서현진은 노인지 역에 대해 “소라게 같은 여자”라며 “말랑한 내피를 딱딱한 외피로 감추고 산다”고 캐릭터를 설명했다. ‘트렁크’의 출연을 결정한 이유로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행간과 여백이 많은 것이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공유는 어린 시절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음악프로듀서 한정원을 “처음 접했을 때 딱하다고 느껴졌다. 연민의 감정으로 시작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며 “정원은 어릴 적 사건으로 트라우마가 생겼고, 이후 세상과 단절돼 본인만의 성에 사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원작에 매료됐다는 그는 “사람과 관계에 관해 조금은 다른 결로 이야기하는 작품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또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재밌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됐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트렁크’는 ‘아이리스’, ‘그 겨울, 바람이 분다’, ‘괜찮아, 사랑이야’,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우리들의 블루스’ 등 드라마를 통해 섬세한 연출력을 보여준 김규태 감독의 신작이기도 하다. 소설의 영상화 대본을 받고 처음에는 “당혹스러웠다”는 김 감독은 “분명 너무 재밌는데 묘하고 신선하고 소설적이고 문학적이었다”며 “극 중 인물의 심리나 관계들이 쉽게 간파되지 않더라. 나 스스로도 이건 뭐지라는 궁금증에서부터 작품에 빠져들었다”며 참여 과정을 돌아봤다.
극 중 서현진과 공유가 계약 아래 1년간의 기간제 결혼 생활을 이어간다는 독특한 설정에 대해 그는 “자극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가짜 속에서 진짜를 찾는 매개체이자 설정값”이라며 “독특한 미스터리 멜로를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살인사건이라는 외적인 미스터리보다 심리적인 미스터리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미스터리 멜로라는 장르적 외피와 함께 ‘트렁크’는 청소년관람불가 시청등급으로 강렬한 베드신을 예고했다. 김규태 감독은 “비현실적인 설정값을 가지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기 위해 (베드신이)필요했다면서, “남녀의 사랑에서 상황적인 감정선을 표현하기 위한 개연성”이라고 설명했다.
‘트렁크’는 총 8부작으로 29일 오후 5시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다.
사진=정유진 기자 noir1979@max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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