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의 이야기보다는 사실에 기반한, 진실한 이야기에 사람들은 더 귀를 기울이기 마련이다. 그래서 이야기로서 실화의 힘은 강력하다. 다음 달 4일 개봉하는 영화 ‘소방관’이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서부소방서에 첫 발령받은 신입 소방관 철웅(주원)이 친형처럼 따르던 동료 소방관 용태(김민재)를 화재로 잃고, 상처를 극복하고 어엿한 소방관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영화는 그렸다.
‘소방관’은 철웅의 성장담에 초점을 두고 내용을 풀어가는데 실화를 이야기의 재료로 삼는다. 2001년 3월4일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의 다세대 주택에서 발생한 ‘홍제동 화재 참사’를 영화화했다. 당시 사건으로 소방관 6명이 순직하고 3명이 부상을 입으면서 소방관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처우가 공론화됐다.
영화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 화재를 진압하고 생명을 구하기 위해 밤낮없이 구조에 매진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담는다. 불법주차된 차량 때문에 구조차량이 진입하지 못해 무거운 장비를 들고뛰는 소방관들의 모습과, 비용 문제로 방화복이 아닌 방수복을 입고 방화 장갑이 아닌 작업용 면장갑을 끼고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통해서 당시 소방관의 근무 환경이 얼마나 열악했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소방관들의 분투를 그리는 과정에서 화재 장면을 사실적으로 구현해낸 점이 영화의 백미다. CG(컴퓨터그래픽)를 최소화했다는 제작진의 말처럼 화재 장면은 실제 현장을 방불케 한다. 잿빛 연기 때문에 앞이 전혀 보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 불길이 치솟아 오를지 모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맞닥뜨린 인물들의 공포감이 스크린 너머로 고스란히 전달된다. 그런 상황에서도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을 생명을 구하기 위해서 뜨거운 불속으로 발길을 옮기는 소방관들의 헌신적인 모습은 가슴 먹먹하게 만든다.
그러나, 소방관들의 헌신과 희생을 그린 이 작품에서 주연배우로서 가장 많은 분량을 소화한 곽도원은 이야기의 몰입을 떨어뜨리는 방해물로 작용한다. 곽도원이 연기한 구조반장 인기는 특히 직업정신 투철하고 희생정신 강한 정의로운 인물로 그려지는데, 주연배우의 음주운전 물의가 ‘소방관’의 진정성을 희석시키는 아쉬움이 없지 않다.
‘소방관’은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2001년 ‘친구’를 비롯해 1978년 부산에서 발생한 유괴 사건을 소재로 한 2015년 ‘극비수사’, 인천상륙작전의 양동작전으로 장사상륙작전에 참전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 2019년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의 신작이다.
앞서 곽경택 감독은 “곽도원의 분량을 빼기 위한 편집은 하지 않았다”면서 작품의 힘으로 논란에 정면돌파할 뜻을 밝혔다. 곽경택 감독이 주연배우의 리스크를 딛고 또 하나의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로 관객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감독: 곽경택 / 출연: 주원, 곽도원, 유재명, 이유영, 김민재, 오대환, 이준혁, 장영남 / 제작 : 에스크로드 픽쳐스, 아센디오 / 장르 : 드라마, 코미디 / 개봉일: 12월4일 / 관람등급: 12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106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
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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