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악’에 이어 또 한 번 범죄 누아르
배우 지창욱이 누아르에 새로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악의 악’에서 그는 언더커버 형사 박준모로 분해 범죄 조직에 잠입하는 과정을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냈다.
내적 갈등의 깊은 골을 메우는 눈빛과 외적인 긴장감을 몸으로 체화한 강도 높은 액션은 단순한 연기 변신을 넘어 배우로서의 한계를 확장한 성공적인 도전으로 평가받았다.
멜로물에서 주로 빛을 발했던 지창욱의 필모그래피에 ‘최악의 악’은 단순한 변주를 넘어 그의 필모그래피를 가르는 흥미로운 전환점이 됐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나이픽처스,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와 다시 손을 잡고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돌아왔다. ‘강남 비-사이드’는 강남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그림자를 파고드는 추격 범죄 드라마다. 클럽 에이스 재희의 실종을 둘러싸고 형사, 검사, 그리고 의문의 브로커 세 인물이 얽히며 강남 이면에 숨은 사건의 진실을 쫓는 이야기다.
즉 지창욱은 또 다른 누아르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박준모와는 결이 전혀 다른 인물로 변신해, 그의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하는 과정이 즐겁다.
이 작품에서 지창욱은 강남 일대를 휘어잡는 의문의 브로커 윤길호로 분했다. 불법 브로커로 날카로운 세속성을 지니면서도, 자신의 사람만큼은 끝까지 지키려는 츤데레적 면모를 가진 인물이다.
윤길호는 거대 권력 조직에 의해 아끼던 동료와 동생들이 잔혹하게 희생되자 마침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결심한다.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이 인물의 내면을 지창욱은 한 치의 과장 없이 입체적으로 그려낸다.
살벌한 눈빛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연기에서부터 울분을 삼키다 폭발하는 포효, 그리고 숨 막히는 고강도 액션까지, ‘강남 비-사이드’는 그의 연기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최악의 악’에 이어 ‘종합선물세트’ 같은 작품으로 느껴질 테다.
‘강남 비-사이드’에서 지창욱의 연기가 눈에 띄는 이유 중 하나는 불필요한 과장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직선적이고 강렬하다. 윤길호를 통해 단순함 속에서 진실의 무게를 담아내며, 가장 본질적인 감정을 꿰뚫는다.
끝을 향하가는 ‘강남 비-사이드’를 통해 지창욱은 누아르 장르에서 다른 누구의 길을 답습하지 않고 자신 만의 새로운 전형을 만들었다. 정답은 없지만 오답도 없는 지창욱의 선택지가 날로 넓게 깊어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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