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지금까지 스무번째 앨범을 냈습니다. 아쉽게도 (정규 앨범은) 끝났지만 저로서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조용필은 말을 마치고 최근 발표한 그의 신곡 ‘그래도 돼’를 불렀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길이/어딜 찾아가고 있는지.” 관객들이 귀를 기울였다.
올해 일흔넷, 조용필의 목소리는 여전히 청년이었다. 관중들은 “조용필” “오빠” “용필이형”을 쉬지 않고 불렀다. 그는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문장으로 팬 사랑에 화답했다. 많은 말보다는 펄펄 끓는 그의 목소리와 음악이 더 큰 보답이었다.
‘가왕’ 조용필이 지난달 22일 발매한 스무번째이자 본인의 마지막 정규 앨범 ‘20’ 발매를 기념하는 ‘조용필&위대한탄생 콘서트-서울’ 공연을 시작하며 팬들과 만났다. 그가 왜 ‘가왕’의 호칭을 받고 있는지, 그의 밴드가 왜 ‘위대한탄생’인지를 입증한 명품 공연이었다.
공연 첫날인 23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은 공연 시작 전부터 “조용필”을 연호하는 관중의 목소리로 가득 찼다. 공연장 한쪽 면을 완전히 채운 초대형 전광판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무대 상단에서 퍼붓는 레이저 조명을 맞으며 선글라스에 진한 자주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조용필은 1985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만든 ‘아시아의 불꽃’으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자존심’, ‘물망초’. ‘나는 너 좋아’, ‘그대를 사랑해’까지 과거 히트곡들을 연달아 부르며 객석을 흥분시켰다.
이날 공연에선 일부 발라드곡을 제외하고 모두 하드록 스타일로 편곡해 록 페스티벌을 방불케 했다. 과거에 인기 있던 노래가 아닌 현재의 노래로 들리는 세련된 연주와 편곡이 돋보였다. 미국의 하드록 그룹 밴 헤일런이 연상되는 화려하고 경쾌한 사운드가 일품이었다.
최희선(기타), 이태윤(베이스), 최태완(키보드), 김선중(드럼), 이종욱(키보드)으로 구성된 ‘위대한탄생’은 한치의 흐트러짐 없는 연주로 조용필의 목소리를 더욱 빛냈다. 조용필은 ‘그대여’를 부를 땐 직접 기타를 메기도 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관중석 여기저기서 “오빠”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 소리를 들은 조용필은 “아직도 오빠라고 그럽니다. 형이라고도 하고요. 이 나이에, (나 같은 사람) 누구 있으면 나와 보라고 그래”라며 농담을 던졌다. 그는 쉬는 시간도 없이 스무곡 이상을 2시간 넘도록 공연하며 왕성한 체력을 과시했다.
조용필은 자신의 말보다 음악을 즐기라고 관객들에게 권했다. “(관객들과) 같이 노래 부르는 게 힘이 된다. 운동하는 셈 치고 더 크게 불러달라”, “노래방이라고 생각해달라”며 떼창을 유도했다. 청년층들에게도 알려진 발라드곡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를 부르자, 공연장은 하나가 된 팬들의 목소리로 넘실거렸다. 신곡 ‘찰나’와 ‘못찾겠다 꾀꼬리’, ‘청춘시대’, ‘미지의 세계’, ‘모나리자’ 등을 연달아 부른 공연 막바지는 노래방을 방불케하는 관객들의 크고 흥겨운 목소리가 공연장을 감쌌다.
앙코르 ‘바운스’를 마지막으로 공연장을 빠져나가는 관객들은 “역시 조용필이다”라며 감탄을 이어갔다. ‘가왕’은 현존했다. 그리고 그 호칭이 왜 어울리는지 증명하는 자리였다.
오는 30일과 12월1일 두차례 서울 공연을 마친 뒤 조용필은 12월21일(대구), 28일(부산)에서 공연을 이어 나간다.
한겨레 이정국 기자 /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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