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쿠도합’은 경복궁역과 경복궁 사이에 자리한 실골목을 굽이굽이 지나 막다른 길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지밀하게 등장한다. 한옥 대문을 지나 돌계단을 딛고 들어서면 자그마한 일식 중정 사이로 본채와 별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별채는 4인 이상 이용 가능한 프라이빗 룸. 오랜 한옥에 일식 정원을 둔 것도 특이한데, 음악은 또 옛 가요가 흐른다. 외국인 손님까지 많아 전혀 다른 시공간에 있는 듯한 착각이 인다. 제철 재료를 일식으로 풀어내는 이자카야 쇼쿠도합은 늦가을부터 메뉴에 굴을 추가한다. 쇼쿠도합에서는 친환경 개체 굴을 쓰는데, 어린 굴을 망에 넣고 수면에 띄운 채 키워 햇볕을 실컷 쬐고 플랑크톤을 양껏 먹어 맛이 옹골차다. 실제로도 조가비가 반들반들하고 둥그런 게 짱돌 같다. 쇼쿠도합은 쉽게 구할 수 없는 이 귀한 굴을 주문과 동시에 까서 그 위에 미리 작업해 둔 이쿠라(간장에 절인 연어 알)와 식초 양념을 굳힌 산바이스 젤리를 올려 낸다. 한입에 털어 넣으면 혀에 굴의 시원한 바다 향이 닿고, 젤리의 새콤달콤한 맛이 스민다. 그 상태에서 씹으면 굴의 자연 감미에 팡팡 터지는 연어 알과 젤리가 약간의 재미를 더하며, 입안이 황홀해진다. 삼키기 싫어도 어느 순간 쓱 넘어간다. 그때 사케 한 모금을 머금으면 잠시나마 굴의 감미를 붙들 수 있다. 분명 한번 주문하면, “한 접시 더”를 외치게 될 것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사직로 137-17
가격 통영산 개체 굴 1만8000원, 삼치 루이베 2만5000원
영업 시간 18:00~24:00 *일요일 휴무
이미 많은 와인 애호가의 사랑을 받는 금호동 내추럴 와인 바 ‘금남방’은 찬바람 불면 ‘굴남방’으로 탈바꿈한다. 서울에서 열리는 통영 굴 축제 ‘오마이오이스터’ 기간 동안 굴을 활용한 다양한 술안주를 선보인다. 그중에는 온전히 한식인 요리도, 이국적인 요리도 있으나 공통으로 술을 부르는 맛이다. 태국 길거리 음식에서 영감을 받아 부드러운 달걀물과 전분을 이용해 부친 ‘한판굴전’, 가브리살 수육과 김장 김치에 굴 무침을 더한 ‘삼합 요리’는 물론, 올해는 특별히 궁중에서 즐겨 먹던 ‘굴적’도 스페셜 메뉴로 낸다. 굴을 꼬치에 끼워 찌고 구워야 하는 굴적은 손이 많이 가지만, 그만큼 굴의 풍미가 농축되고 압축되어 한 알만 먹어도 입안에 굴의 진득한 풍미가 진동한다. 그때 샴페인이나 스파클링와인 등 버블이 있는 술을 머금으면 입안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 짜릿해진다. 굴남방 정보는 금남방 인스타그램을 통해 확인 가능.
주소 서울 성동구 독서당로 285
가격 한판굴전 1만9000원, 굴적 1만7000원, 삼합 3만6000원
이탈리아 음식에 진심인 방송인 알베르토 몬디가 일 순위로 추천한 이탈리아 퀴진 ‘갈리나데이지’도 오마이오이스터 기간에 맞춰 11월 29일 특별한 굴 코스 요리를 선보인다. 레몬 소스와 샬롯 비네거 두 가지 소스를 곁들인 ‘오이스터 플레이트’, 녹진한 크림 소스의 ‘오이스터 그라탕’, 저온 압착하여 들깨 고유의 풍미와 영양이 담긴 들기름에 굴의 감칠맛을 더한 ‘오이스터 들기름 파스타’, 생굴과 올리브 열매를 올리브오일에 절인 ‘오이스터 올리브 절임’까지 총 네 가지 메뉴로 구성된다. 메뉴 하나하나를 읊는 것만으로 입안에 침이 고이는 이 특별한 코스 메뉴의 가격은 5만 원. 가격 또한 매력적이다. 꼭 그날이 아니더라도, 이탈리아 전채 요리에서 빠질 수 없는 ‘오이스터 플레이트’는 상시 맛볼 수 있다. 특히, 갈리나데이지에서 오이스터 플레이트로 내는 개체 굴에는 쇼쿠도합에서 쓰는 것과 같은, 망에 넣어 수면에서 천천히 키워 맛이 옹골진 그 귀한 굴이 섞여 있다. 갈리나데이지와 쇼쿠도합은 같은 서촌에 있으니 두 집 다 들러 같은 굴을 다른 매력으로 풀어낸 미묘한 맛 차이를 발견하는 것도 흥미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주소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3길 1-4
가격 4코스 굴 요리(11월 29일 한정, 인당) 5만원, 오이스터 플레이트 2만5000원
영업 시간 12:00~15:00, 17:00~21:30(토요일 12:00~21:00) *일요일 휴무
셰프 혼자 운영하는 청담동의 와인 바 ‘바 플럭서스’는 따뜻하고 편안한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낸다. 1만 원에서 2만 원대의 단품 메뉴로,종류는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 의미가 담긴 음식이다. 겨울이면 통영의 깐 굴, 훈제 굴, 개체 굴을 활용해 다양한 굴 메뉴를 낸다. 진저 미림, 클래식 타바스코, 비트 그라니타 세 가지 드레싱을 곁들인 ‘개체 굴’과 훈연한 굴 기름으로 느타리버섯을 볶고 직접 만든 굴 소스를 곁들여내는 ‘오이스터머쉬룸 오이스터’가 바로 그것. 오마이오이스터 기간에는 굴을 망에 넣어 수면에서 천천히 키운 귀한 개체 굴과 참나무로 훈연한 훈제 굴 등을 활용해 6~7코스에 달하는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날짜는 12월 15일. 예약 문의는 바 플럭서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할 수 있다. 굴 메뉴 외 우아한 찻잔에 담겨 나오는 ‘프렌치어니언수플레’는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특별 메뉴다.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전에 위장을 보호하고 몸을 데우기 위해 주문했다면, 분명 마지막에 해장용으로 한 번 더 시키게 될 것이다.
주소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57길 6
영업 시간 18:00~24:00 *일, 월요일 휴무
가격 굴 코스 요리(12월 15일 한정, 인당) 10만원 선, 개체 굴(피스당) 6000원, 오이스터머쉬룸 오이스터 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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