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 파브리가 처음 한국 땅을 밟게 된 계기는 그야말로 황당했다. 그렇지만 당시의 경험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고, 이후 그는 운명처럼 한국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20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는 15년 연속 미슐랭 1스타 셰프 파브리가 출연했다. 이날 파브리는 ‘한국에 온 계기’를 묻는 질문에 “주방 스태프가 더 필요했는데, 한국인 보조 셰프가 이탈리아에서 경험해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운을 뗐다.
당시에는 한국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는 파브리는 “한국인을 만나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한국인들은 주방에서 전 세계 베스트다. 갑작스러운 상황이 생기면 빨리빨리 해결한다. ‘갑자기, 빨리빨리, 열심히’ 이런 면이 주방과 가장 잘 맞는 것 같다”라고 극찬했다.
그렇다면 한식에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된 걸까. 이에 대해서는 “총 스태프가 7명까지 늘었는데 3명이 한국인이었다”면서 “그들과 일하면서 한식을 처음 접하게 됐다. 특히 고추장을 처음 봤을 때는 누텔라처럼 손가락으로 찍어 먹었다. 그렇게 매운지 몰랐다. 그런데 처음 맛봤지만 정말 맛있었다. 그렇게 점점 더 한식에 관심을 갖게 됐다”라고 밝혔다.
이후 2016년에는 밀라노에서 열린 한식 대회까지 참가했다는 파브리. 당시 1등을 했던 그는 “1등 선물이 한국 2주 여행권이었다. 드디어 한국을 구경할 수 있게 돼서 너무 좋았는데, 한국 도착해서 인천공항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KBS 카메라가 있었다. 알고 보니 KBS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거였다. 진짜 여행이 아니었다. 깜짝 놀랐다”라고 폭로해 웃음을 안겼다.
서울 여행을 알차게 계획했지만 물거품이 됐고, 파브리는 공항에서 바로 전주로 가야만 했다고. 그는 “알고 보니 전 세계에서 한식 대회가 열렸고, 각 나라 우승자들이 모인 글로벌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었다”면서도 “그것도 저한테 새로운 경험이었다. 그래서 이탈리아에 돌아가서도 한국이 진짜 그리웠다”라고 고백했다.
이후 파브리는 2018년 ‘한식대첩’에 출연하면서 한국을 또다시 찾게 됐고, 15년간 일군 식당을 정리한 뒤 그다음 해인 2019년부터 본격적인 한국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이제 그 생활은 끝났다고 생각했다. 다른 도전을 향해 나가보자는 생각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선택이다. 나는 그렇게까지 한식을 사랑하고 한국을 사랑한다”면서 “흩어진 퍼즐들이 맞춰지듯 한국에 올 이유들이 잘 연결됐다. 한국에 대해 운명적 끌림을 느꼈고, 작은 노포 식당을 방문할 때마다 할머니가 해주는 요리와 알록달록한 다양한 반찬을 같이 섞어 먹으면 그림을 그리는 기분이었다. 그게 한식의 매력이다. 너무 행복하게 신나게 살고 있어서 너무 잘 맞는다”라고 한국 생활에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서은혜 에디터 / huffkorea@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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