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서의 자신감, 본업을 사랑하게 됐다” 배우 신예은이 ‘정년이’ 허영서로서의 소회를 이같이 밝혔다.
20일 서울 강남구 모처에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를 마무리한 배우 신예은과 만났다. ‘정년이(극본 최효비, 연출 정지인)’는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 분)의 여성국극단 입성과 성장기를 그린 작품이다.
신예은은 극 중 실력은 물론 집안배경까지 완벽한 엘리트 연구생이자 ‘정년’의 라이벌 허영서 역으로 분했다. 캐릭터 고유의 엘리트 감각은 물론, 천재를 질시하는 노력형 천재로서의 초반 면모부터 라이벌을 인정하며 엘리트로서의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성장하는 캐릭터의 면모를 몰입감있게 그려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또한 홍주란(우다비 분), 단장 강소복(라미란 분), 정년 등과의 심적 연대를 통해 소프라노 스타인 어머니 한기주(장혜진 분)와의 본질적 갈등을 뒤로 하고 인간적인 치유와 성장을 맞이하는 모습을 표현, 현실적인 큰 공감을 얻었다.
신예은은 정중하면서도 털털유쾌한 모습으로 인터뷰에 응하며, ‘정년이’ 허영서로서의 호흡으로 가다듬은 배우로서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했다.
-‘허영서’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은?
▲원작을 미리 본다면 그를 따르는 데 집중하게 될 듯 했기에 그를 자제하면서, 이미지보다는 주어진 상황과 마음가짐에 집중했다.
엄마와의 관계나 라이벌 정년과의 성장사를 기준으로 다양한 감정들을 호흡했다.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성공욕구를 표현함에 있어 어렵지는 않았다.
다만 여느 배우들도 그랬지만 유독 제가 목이 약해서 캔디류나 약 등과 함께 컨디션을 꾸준히 챙겨나가야 했던 것이 좀 어려웠다.
-초반의 빌런감에서 점점 선역으로 젖어드는 영서, 정년과의 관계설정은?
▲말 그대로 앙숙처럼 끝났다면 재밌을 수는 있어도 큰 교훈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악의가 아닌 실질적인 라이벌로서의 자극제였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처음에는 살리에르와 모차르트의 관계 사이의 살리에르 포지션이라는 것에 의아했지만, 재능과 눈을 모두 갖춘 주인공의 라이벌 캐릭터라는 점에서 특별한 매력을 느꼈다.
-극중극 속 남자 연기, 중점 포인트는?
▲남자 역할을 남자 역할답게 보여지길 바랐다. 특히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정년과 달리, 엘리트코스 속에서 성장한 영서로서의 절제된 표현감들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그를 위해 턴이나 걷기, 치마잡기 등 한국무용의 기본들을 익히며 길거리를 걸으며 부채를 펴고 접고 발걸음을 가다듬는 등의 연습을 했다. 또 정년이 원작 연극이나 창극, 일본 다카라즈카 가극 등을 보면서 직접 분위기를 체감했다.
물론 스스로는 남자 캐릭터로서의 체감은 아직은 부족했지만, 연기를 위해 스스로 확신을 갖고자 했다. 그랬던 노력 덕분인지 관객리액션에서 실제 웃음이 펼쳐져 뿌듯했다.
-라이벌 역할의 김태리와의 호흡은?
▲늘 이야기하지만 태리언니는 ‘배우가 이거구나’라는 생각이 드는 배우다. 충분히 잘된 사람이지만, 여전히 성실하게 노력하는 ‘잘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허영서’와 마찬가지로 연기계통 엘리트 코스를 거친 신예은, 공감이 되지 않았는지?
▲과거 생각이 엄청 났다. 공연준비를 할 때마다 스스로 ‘입시중’이라고 최면을 걸 정도였다(웃음). 그와 함께 여러 방면에서 제 모습과 비슷한 느낌도 들었다.
대본 속 이야기에 대한 공감보다는 흐름에 집중하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해왔던 과거부터, 라디오DJ 경험 이후 감정공감 폭을 넓히면서 스스로를 칭찬하고 인정할 수 있게 된 지금까지 영서와 비슷하다.
물론 신인시절보다는 조금 여유도 생겼고 취미도 가지면서 힐링한 덕분도 있지만, 후회없이 과정을 충실히 마주하면 결과는 따라올 것이라는 생각이 지금은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만족한다.
-‘정년이’ 영서 역을 통해 깨달은 성장점?
▲우선 체력이 좋아졌다(웃음). 해볼 수 있는 캐릭터들을 다양하게 만나고 그를 해낼 수 있는 배우임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저 스스로 배우 본업을 더욱 사랑하게 됐고 용기를 갖게 됐다.
-기억나는 ‘정년이’ 팬반응?
▲많은 분들이 노력을 알아주신 것 같아 기뻤고, 제 연기를 보고 뿌듯해하는 팬들을 보고 행복했다.
다양한 이미지, 배우가 된다면 이 배우처럼 등의 댓글도 좋았지만, 국극마다의 다양한 모습과 함께 영서로 기억될 수 있었다는 것만도 기뻤다. 팬들의 자부심이 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의 포부?
▲영서처럼 큰 포부가 있는 건 아니지만, 팬들의 좋은 반응과 함께 연기하는 캐릭터에서 오는 공감과 짜릿함을 느낄 때 연기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곤 한다.
우선 가깝게는 학원물이나 청춘물 특유의 향기를 좀 더 남겨보고 싶다(웃음). 크게는 앞으로도 몸도 마음도 건강하고 편안한 배우가 되고 싶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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