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송승헌이 영화 ‘히든페이스’(감독 김대우)로 관객 앞에 선다. ‘인간중독’(2014)에 이어 다시 김대우 감독과 만나 파격 캐릭터를 선보인 그는 “배우로서의 일탈, 카타르시스가 있었다”고 말했다.
송승헌은 오는 20일 개봉하는 ‘히든페이스’로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다. 한국 영화로는 ‘대장 김창수’(2017) 이후 7년 만이다.
‘히든페이스’는 실종된 약혼녀 수연(조여정 분)의 행방을 쫓던 성진(송승헌 분) 앞에 수연의 후배 미주(박지현 분)가 나타나고 사라진 줄 알았던 수연이 그들과 가장 가까운 비밀의 공간에 갇힌 채 벗겨진 민낯을 목격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음란서생’ (2006), ‘방자전’(2010) ‘인간중독’ 등을 통해 파격적인 시도와 탄탄한 연출력을 보여준 김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동명의 콜롬비아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인간중독’에 이어 다시 감독의 선택을 받은 송승헌은 숨겨진 욕망을 드러낸 성진을 연기했다. 성진은 갑자기 자취를 감춘 약혼녀 수연을 잃은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면서도 미주에게 강한 끌림을 느끼는 인물이다.
송승헌은 폭넓은 감정선과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얼굴로, 겉으론 카리스마 있는 지휘자지만 이면에는 욕망과 결핍, 수연을 향한 자격지심을 품고 있는 인물을 내밀하게 빚어내 관객을 설득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송승헌은 작품을 택한 이유와 캐릭터 구축 과정, 김대우 감독과 다시 협업한 소감 등 ‘히든페이스’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해당 기사에는 영화에 대한 약간의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한국 영화는 7년 만이다.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소감은.
“오랜만에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니 너무 좋다. 영화를 만들고 공개하기 전까지 기다리는 게 즐겁다. 드라마는 직접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영화는 관객을 직접 만나잖나. 코로나19를 겪으면서 OTT도 발달하고 한국 영화가 침체기를 겪고 있는데 우리 영화가 돌파구가 되길 희망한다.”
-원작도 봤나. 김대우 감독의 ‘히든페이스’는 어떤 매력이 있었나.
“이 시나리오를 받고 원작을 봤다. 감독님이 원작에서 세 남녀의 관계만 가져왔지 이들의 서사나 왜 이렇게 됐는지 원작에는 전혀 설명이 안 돼 있잖나. 그런 장치들이 훨씬 재밌더라. 시나리오를 읽고 원작보다 더 재밌게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의 욕망, 비틀어진 본능의 단면들, 그런 것들이 캐릭터들을 더 입체적이고 풍성하게 만들고 반전도 생각하지 못한 반전이라 역시 괜히 김대우 감독이 아니구나 싶었다. 김대우 감독이 오래 준비했고 나 역시 시나리오를 재밌게 봐서 좋았다.”
-호감형 캐릭터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끌린 이유가 있다면.
“기존에 내가 했던 역할들보다 되게 현실적이고 콤플렉스도 많고 욕망도 가지고 있는데 그걸 대놓고 티 내지 않는 의뭉스러운 인물이었다. 속에 뭐가 있는 거야? 할 정도로. 그래서 촬영하면서도 감독님에게 ‘난 얘 너무 별로야’ 했다. 이런 타입 너무 별로다.(웃음) 그래서 그런 인물을 연기하는 재미도 있었다. 송승헌은 항상 바르고 정직한 캐릭터를 했는데 정말 땅에 닿아있는 인물을 처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새롭고 재밌고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좋았다. 배우로서 반듯한 연기를 했던 이미지에서 일탈을 한 거다. 그런 점에서 재미,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원작보다 풍성해지긴 했지만 성진의 이야기가 조금 더 담겼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편집된 부분도 많다고.
“촬영하다 보면 모든 것들이 다 담기진 않잖나. 이 신은 너무 좋았는데 아쉽게 편집된 것들도 있다. 성진이 감정을 많이 누르는데 그 사이 성진의 과거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집안 사정에 대한 것이나 사무장이 계속 이간질해서 쌓이다가 폭발하는 신도 있었고 수연과의 가족 관련 에피소드도 있긴 했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나니 전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몰입감이 있더라. 순식간에 휘몰아치는 것에 집중해서 편집이 잘 된 것 같다.”
-김대우 감독이 성진을 표현하는 데 강조한 지점은 무엇인가.
“처음부터 끝까지 참고 누르라는 요구를 많이 했다. 사무장과의 장면에서도 수연과의 대화하는 신에서도 화를 낼 수 있는데 너무 내지르지 말고 선을 지키면서 표현하라는 게 감독님의 의도였다. 감정적으로 분노를 표출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그런 지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래서 엔딩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게 더 섬뜩하게 다가오더라.”
-박지현과 강도 높은 베드신을 소화해야 했는데.
“박지현은 ‘인간중독’ 때 임지연과 비슷했던 것 같다. 당시 임지연도 신인이고 되게 말이 없고 조용한데 촬영에만 들어가면 돌변하는 스타일이었다. 박지현도 그랬다. 둘 다 그런 느낌이다. 말도 없고 수줍음이 많다가 촬영 들어가면 연기하는 모습이 참 대단하게 느껴졌다. 그런 공통점이 있었다.”
-지휘자 역할 준비 과정은.
“지휘를 직접 해야 했고 최대한 진짜 지휘자처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배워야 했다. 사실 평소 클래식을 듣지 않는다. 틀어놓고 있는 스타일이 아니다. 감독님은 평소에도 클래식을 듣더라. 처음엔 쉽게 생각했는데 지휘자가 먼저 지시해야 음악이 시작되더라. 그러니 연기할 때 이 음악이 뭔지 알아야 했다. 어떤 악기인지 알아야 신호를 줄 테니 숙지가 돼야 했다. 그것부터 쉽지 않았다. 평소 몰랐던 사람이니까.
내가 느려지면 음악도 같이 다운되고 빨라지면 빨라지고 손짓 하나에 악기 소리가 달라지는 게 느껴지더라. 오케스트라 분들에게 내가 혹시 틀리더라도 정상적으로 연주해달라고 농담하기도 했는데 그분들은 그게 익숙하지 않은 거다. 연기자가 아니잖나. 내가 지휘가 안 되면 그분들도 연주가 안됐던 거다. 부담도 됐고 책임감도 느끼고 긴장하면서 촬영했다. 촬영 내내, 시간 날 때마다 클래식을 많이 들으면서 3~4개월을 보냈다.”
-‘인간중독’에 이어 ‘히든페이스’까지 김대우 감독과 함께했다. 김대우 감독 작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전작들을 너무 재밌게 본 사람이고 팬이다. ‘음란서생’ ‘방자전’도 그렇고 각본을 쓴 ‘스캔들’ ‘반칙왕’ ‘정사’도 그렇고. 원작이 있는 작품이면 비틀고 풍자하면서 재미 요소를 가미하는 걸 너무 잘한다. 감독님의 작품이 참 재밌다고 생각했는데 ‘인간중독’을 하게 된 거다. 너무 좋았고 촬영 내내 감사했다. 그 작품이 내 연기 인생에 전환점이 됐다고 이야기를 많이 하기도 했는데 그 작품 이후 캐릭터를 선정할 때 훨씬 넓어졌다. 그런 재미가 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 작품이었다. 현장도 재밌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고 인정해 주니까 김대우 감독님과 함께 작품을 만드는 건 너무 좋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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