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객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콜롬비아 영화 한 편이 배우 송승헌과 조여정, 박지현을 통해 새롭게 탄생했다. 20일 개봉을 앞두고 욕망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파격적인 노출 연기로 주목받는 ‘히든페이스’이다. 김대우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밀실에 갇힌 채 약혼자의 충격적인 모습을 목격하는 여성과 그 약혼자를 사로잡는 또 다른 여성 사이에서 벌어지는 내밀한 스릴러를 내세운다.
멈출 수 없는 욕망과 관음을 다룬 ‘히든 페이스'(제작 스튜디오앤뉴)는 2011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가 원작이다. 콜롬비아의 안드레스 바이즈 감독이 연출한 원작은 젊은 지휘자 안드레아가 돌연 이별을 선언하고 사라진 연인 벨렌을 향한 그리움과 상실감에 괴로워하다가 낯선 여성 파비아나를 만나 묘한 관계에 접어드는 이야기를 다룬 미스터리 스릴러다. 실종된 벨렌은 사실 안드레아의 사랑을 확인하고자 스스로 비밀의 방에 들어갔다가 갇힌 상태. 비밀의 방 건너편에서 연인인 안드레아와 파비아나가 함께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벨렌은 자신의 신호를 외면하는 피바이나에게서 공포감을 느끼기 시작한다.
13년 전 공개된 원작의 주요 설정과 큰 줄기는 김대우 감독이 다시 만든 이번 ‘히든페이스’로도 이어진다. 영상 편지만 남기고 사라진 약혼녀 수연(조여정)의 빈자리에 괴로워하던 성진(송승헌) 앞에 미주(박지현)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본격 시작하는 영화는 서로의 욕망에 이끌려 수연의 집에서 걷잡을 수 없는 관계에 빠져드는 두 인물과, 집안 밀실에 갇혀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수연의 심리를 따라간다. 오케스트라를 무대로 젊은 지휘자인 성진, 첼리스트 선후배 관계인 수연과 미주의 관계가 묘한 긴장감을 형성한다.
리메이크를 하는 과정에서 김대우 감독은 원작에서 한 걸음 나아가 각각의 인물들이 겪는 깊은 감정의 파고, 그 관계에서 피어나는 욕망과 고통을 집요하게 다룬다. 개봉을 앞두고 작품을 처음 공개한 시사회 당시 감독은 “원작이 뛰어났다”면서도 “갇히는 행위와 갇히는 걸 안다는 행위, 꺼낸다는 행위 등이 만나 서로 폭발력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리메이크 과정을 설명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각자의 욕망에 빠진 인물들이 얽히면서 빚는 감정과 행동의 소용돌이에 집중했다는 의미다.
‘관음’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다. 원작에서도 비밀의 방에 갇힌 벨렌은 안드레아와 파비아나의 관계를 지켜보면서 고통을 받는다. 원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입장에서 겪는 고통을 벨렌을 통해 표현한다. 이는 조여정과 송승헌, 박지현의 ‘히든페이스’로도 이어진다. 지켜보는 사람이 아닌, 몰래 보여주는 사람이 더 큰 쾌감을 느끼는 상황을 통해 관음의 시선을 뒤바꾸는 시도를 한다.
‘히든페이스’의 원작은 글로벌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넷플릭스를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배우들의 파격적인 연기 도전으로 완성된 김대우 감독의 ‘히든페이스’는 20일 극장 개봉을 통해 베일을 벗는다. 개봉을 하루 앞둔 19일 오전 11시 현재 예매율 13.6%, 예매관객 3만9038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으로 같은 날 공개하는 ‘위키드'(37.8%·10만8954명)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안방과 극장에서 원작과 리메이크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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