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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들여지지 않는 야생마, 이승윤의 ‘역성’ [D: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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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 3집 ‘역성’ 발매

“언젠가 농담처럼 내뱉었던 단어가 이번 앨범의 메인 테마가 됐습니다. 농담으로 넘기기엔 생각보다 진득한 단어였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에게 어쩌면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 되었습니다.”

ⓒ마름모
ⓒ마름모

이승윤은 최근 정규 3집 ‘역성’을 발매했다. 꼬박 1년 6개월에 걸쳐 ‘인투로’부터 ‘역성’ ‘솔드아웃’ ‘폭포’ ‘들키고 싶은 마음에게’ 등을 비롯해 총 15개 트랙으로 구성된 앨범을 내놓은 이승윤은 “음악인으로서의 꿈을 이룬 것 같다”고 말했다. 아마도 그의 음악적 자신감에서 비롯된 소감일 터다.

“처음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작곡을 시작했을 때부터 막연하게 만들고 싶던 영역의 노래가 있었어요. 그걸 실현해내는 데까진 많은 타이밍과 시간, 상황, 여건 시기가 잘 맞아야 하죠. ‘역성’은 딱 이 타이밍에 만들 수 있는 앨범이었고, 기타를 처음 잡았던 꼬맹이가 이걸 만들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후련함과 동시에 이런 앨범을 만들었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타이틀곡 ‘역성’은 우리의 이름, 마음, 고민, 슬픔 그리고 애써 살아낸 하루하루들을 휘두르다 버린 시대와 세상에 대한 ‘역성’의 마음을 담았다. 이승윤은 처박혀버린 얼, 처박힌 이름, 처박힌 리듬, 짓밟힌 넋, 소리를 잃었던 리듬, 도리를 잃었던 이름을 내놓으라고, 그 모든 걸 되찾겠다고 음악으로 소리친다. 소외된 이들은 ‘잡음’으로 비유해 그들을 대변하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역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압도감이 있지만, 사실 개인마다 또 상황별로 역성의 용기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고 생각해요. 동시에 역성이라는 단어가 ‘역성혁명’할 때 역성(易姓)도 있는데 옳고 그름을 떠나 서로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해 주는 일이라는 단어의 뜻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두 가지의 의미를 다 담아서 앨범을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마름모
ⓒ마름모

‘거창해지지 말자’가 모토라고 말했던 이승윤이지만, 또 다시 거창한 앨범이 나왔다. 무려 15개 트랙을 담아낸 중량감 있는 앨범이라는 표면적인 것도 있지만 그 곡들에 담긴 내용도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가 뚜렷한 음악들이 담겨 있다. 이승윤은 이를 “역설적 다짐”이라고 말했다.

“사실 제가 엄청 거창한 사람이라서요. 자꾸만 거창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라서 저를 다독이기 위해 ‘거창해지지 말자’는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제가 저를 현실주의자라고 자꾸 다독이는 것은 제가 너무 지독한 꿈을 꾸는 사람이고 지독한 이상을 바라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거창한 이상론을 계속 이야기할 때가 있어요. ‘내가 하는 말이 너무 뜬구름 잡는 소리는 아니었으면 좋겠다. 땅에 발을 붙이고서 하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에서 ‘거창해지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는데, 어쩌다 보니 또 거창한 노래를 만들게 됐습니다(웃음).”

2013년 데뷔한 이승윤은 2021년 JTBC 오디션 프로그램 ‘싱어게인’ 우승을 기점으로 다시 일어설 힘을 얻었다. ‘음악을 그만둬야 하나’라고 고민하던 그 당시의 이승윤을 다시 일어서게 한 힘이 바로 ‘싱어게인’이었다.

“마냥 좋고, 너무 감사한 프로그램이죠. 대부분의 방송 매체에서는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역할보다는 이미 알려진, 이미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를 여러 가지 음색으로 여러 가지 이미지로 다시 보여주는 게 안전한 방법으로 여겨져요. 그런데 저는 옛날에 버스킹할 때도 커버곡은 안 불렀었거든요. 명곡을 부른 다음에 제 노래를 부르면 듣는 이들로 하여금 감동시키기 쉽지 않은 부분이 있으니까요. 단독 공연을 하면서도 제 노래만 부르면서 이렇게 3집까지 낼 수 있다는 지점이 가장 달라진 것이고, 그런 저와 함께 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에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여전히 감사하고 있습니다.”

앞서 앨범 소개에 언급한 것처럼 이승윤은 내내 자신을 음악 뒤에 숨겼다. “가사에 화자를 ‘너’와 ‘나’로만 쓰는 것은 내가 큰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거창해지지 말자고 이야기하지만, 어쩌다 보니 또 거창해졌다”고, “(존재에 대한) 답을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저렇게 길게 한거라”고, “슈퍼이지리스닝이 되고 싶은데 왜 하드리스닝 곡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마지막 질문엔 슬쩍 자신의 진심을 내비쳤다.

“길들여진 ‘척’하면서 반하는 앨범을 잘 냈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만족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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