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한 바퀴’ 295번째 여정은 두 강을 잇는 북한강철교를 따라 시원하게 떠나본다.
산등성이 아래 작은 집 몇 채 숨어 있는 고요한 동네를 거닐다 담벼락 위를 달리는 자전거 모형을 발견했다. 담장을 시작으로 대문, 마당까지 온통 빼곡한 자전거. 인적 드문 곳에 자전거 세상을 만든 김태진(67) 씨를 만났다.
샹들리에 조명이 밝게 비추는 실내에 이국적인 내음이 퍼진다. 냄새도, 생김새도 보기 드문 향신료를 동네지기에게 권하는 이영예(57) 씨는 3년 차 가게의 사장님이다. 쉰이 넘은 나이에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한 그릇에 온 세계를 담아보겠다는 신념으로 돌절구에 향신료를 직접 빻고 또 빻았다. 재능 한 스푼, 노력 아홉 스푼으로 완성된 커리의 맛이 일품이다.
완연한 가을로 한 걸음 발을 내디딘다. 한 걸음 오를 때마다 삶의 고민과 고통을 하나씩 잊게 되는 이곳은 동방 제일의 풍경을 가지고 있다 불렸던 수종사. 세조가 하사했다는 이야기를 가진 은행나무도 계절을 따라 노랗게 물들었다. 돌계단을 조금 더 오르면 은행나무를 장신구 삼아 더욱 아름다운 두물머리를 마주할 수 있다. 수종사가 내어주는 넉넉한 풍경을 바라보며 근심과 걱정 모두 내려놓는 시간을 가진다.
손수레 가득 볏짚을 쌓고 부지런히 걸음 옮기는 어르신의 뒤를 동네지기가 쫓았다. 키만큼 쌓인 볏짚의 목적지는 다름 아닌 마을회관. 그곳에 어르신 세 분과, 직접 만들었다는 짚풀 공예품이 가득하다. 2007년 장수마을로 선정되며 우연히 시작하게 된 짚풀공예는 어르신 사인방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주었다.
작은 정자 아래 옹기종기 모여 앉은 어르신들을 만났다. ‘읍수정‘이라는 이름의 정자에 모인 네 사람은 ‘오성과 한음‘의 주인공, ’한음‘ 이덕형 선생의 후손이다. ‘오성과 한음‘이라고 하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지만, 막상 이덕형 선생의 성함을 얘기하면 말문이 막히는 게 현실이다. 훌륭한 조상을 알리기 위해 자긍심 가지며 노력한다는 후손들. 음지에서 나라를 위해 일하겠다는 뜻으로 ‘한음‘이란 호를 지은 이덕형 선생의 뜻을 후손들과 함께 헤아려 본다.
황화코스모스 아름답게 흐드러진 물의 정원에서 인상 좋은 두 사람을 만났다. 양손 가득 농산물을 들고도 넉살 좋게 웃는 그들은 알고 보니 사돈지간. 며느리이자 딸인 지은정(39) 씨를 만나니 둘의 관계가 대번에 납득이 간다. 호텔 요리사로 일하다 귀농한 지 어느덧 7년이 됐다는 은정 씨. 반대했던 귀농 행을 택한 건 남편과 아이를 위해서였다. 농사일이 고되고 바빠도 함께 있어 마냥 좋았지만, 남편은 2년 전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었다. 양가 부모님과 아이들이 곁에 있어 다시 씩씩하게 일을 시작했다는 은정 씨. 모진 시련에도 가족이란 울타리는 견고하기만 하다.
이 계절 충만한 가을빛에, 마침표 없이 달리는 꿈이란 세상에, 그리고 힘겨운 시절 나를 버티게 해준 가족의 품에 안긴- 우리 모두의 이야기는 11월 16일 토요일 저녁 7시 10분 ‘동네 한 바퀴’ [295화 그 품에 안기다 – 경기도 남양주] 편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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