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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문소리,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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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꽉 찬 행보를 이어간 배우 문소리. / 씨제스스튜디오
올해도 꽉 찬 행보를 이어간 배우 문소리. / 씨제스스튜디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문소리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1999년 영화 ‘박하사탕’으로 데뷔한 뒤 20년이 넘는 연기 인생 동안 분량이 많든 적든, 규모가 크든 작든 그가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무대가 어디든 주저하지 않고 뛰어들며 독보적인 커리어를 쌓아 올렸다. 

올해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부터 넷플릭스 ‘지옥’ 시즌2, tvN 드라마 ‘정년이’까지 종횡무진 활약하며 꽉 찬 행보를 이어갔다. 특히 세 작품 모두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는데, ‘지옥’ 시즌2와 ‘정년이’는 특별출연임에도 분량을 뛰어넘는 존재감으로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문소리는 “20년 넘게 해온 일이자 일상이고 그것의 연속이었는데, 한 작품 한 작품 고민한 시간이 그래도 좋은 평가를 받게 돼서 감사하다”며 “작품들이 비슷한 시기에 공개돼 조금 더 회자되는 것 같다. 시기를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호평 속에 방영 중인 ‘정년이’에서 문소리는 찬란했던 과거를 외면한 채 갯벌 일을 하는 소리꾼이자 정년(김태리 분)의 엄마 서용례를 연기했다. 세상의 편견에 맞선 강인한 면모부터 딸을 향한 애끓는 모정까지 정교하면서도 섬세한 연기로 시청자를 매료했는데, 지난 10일 방영된 10회에서는 ‘심청가’의 한 대목인 ‘추월만정’을 완벽 소화하며 묵직한 울림을 안겼다. 

연극부터 드라마, OTT 시리즈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문소리는 매 작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 씨제스스튜디오, tvN, 넷플릭스
연극부터 드라마, OTT 시리즈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문소리는 매 작품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 씨제스스튜디오, tvN, 넷플릭스

문소리는 이 단 한 장면을 위해 1년이라는 시간을 쏟았다. 문소리는 “거의 1년을 레슨 받았다”며 “‘추월만정’은 소리하는 사람들에게도 굉장히 어려운 곡이다. 첫 구절부터 소리 공력이 그대로 드러나는 곡이기 때문에 정말 실력이 있어야만 무슨 맛인지 낼 수 있다. 그만큼 어려운 곡이라서 사실 1년도 내겐 부족하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사실 ‘국악’과는 오래 전부터 인연이 있었다. 대학 시절 우연히 찾아간 곳에서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명예보유자인 고(故) 남해성 명창을 만나 소리를 배웠다. 1년 반 동안 소리를 접한 경험은 ‘정년이’에 기꺼이 뛰어들게 한 이유가 되기도 했다. 

문소리는 “선생님(남해성 명창)이 코로나19 시기에 돌아가셨는데 기준이 엄격할 때라 가보지도 못했다”며 “너무 마음에 맺혀있었는데 ‘정년이’라는 작품을 하면서 선생님을 생각하고 자긍심을 담을 수 있어 감사한 작품이었다. 소리를 할 수 있어 고마웠다”고 진심을 전하며 눈물을 보였다.

지난달 25일 공개된 ‘지옥’ 시즌2에서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극 중 세상의 균형을 다시 맞추려는 대통령실 정무수석 이수경 역을 맡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냉혈한 면모를 탁월하게 그려냈다. 연상호 감독 역시 “기묘한 인물을 땅에 붙어 있는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 표현해 줬다”고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계속해서 나아갈 문소리. / 씨제스스튜디오
계속해서 나아갈 문소리. / 씨제스스튜디오

어떤 캐릭터를 만나도 인물 그 자체가 돼 대중을 설득하고야 마는 문소리는 “해답은 시나리오, 감독님 안에 있다”며 “그걸 찾기 위해 여러 질문을 하고 고민하다 보면 잡히는 순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강박처럼 계속 질문하는 게 나의 방식”이라며 “얼마나 많은 질문을 끌어낼 것인가,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연결하고 그 지점에서 더 찾고 버리고 하면서 캐리터를 만들어 나가는 거다. 질문을 많이 찾으면 찾을수록 좋다. 작품을 하는 동안에는 캐릭터, 대본에 대한 질문들로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연극 무대에도 오르고 있는 문소리는 무대가 주는 에너지는 다르다고 했다. 매체 연기가 치열하게 쌓아온 자신의 무기들을 꺼내어 놓는 곳이라면 연극은 채우고 충전하며 배우로서 더 단단하게 나아갈 수 있는 힘을 불어넣어 준다고.

최근 연극 ‘사운드 인사이드’를 성황리에 마친 문소리는 “연극은 끝나고 나면 몸도 마음도 훨씬 더 건강해지는 걸 느낀다”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과 보내는 시간이 많은데 깊이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얻어지는 힘이 있다”며 “참 좋은 과정이다. 그런 것들이 소중하고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배우 문소리에게도, 사람 문소리에게도 가장 중요한 건 ‘인연’ 그리고 ‘과정의 아름다움’이다. 문소리는 “굉장히 용감하고 고집 센 것처럼 보이지만 겁도 많고 정도 많아서 부탁하면 거절을 잘못한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내 인생의 재미를 돈으로 따질 순 없다”며 “돈을 떠나 진짜 아름다운 순간들이 있다. 별것도 아닌 것에 함께 웃고 나누고 하늘에 가득한 별을 함께 보는 그런 순간들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하겠나”라고 이야기했다. 그렇게 앞으로도 문소리는 계속해서 나아갈 것이다. 

시사위크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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