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웃음꽃으로 가득했던 촬영장이
눈물바다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
2001년, 드라마 ‘전원일기’ 촬영장은 비통한 슬픔에 휩싸였다. 극 중 ‘이노인’을 연기했던 배우 정태섭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동료 배우들과 제작진은 그의 마지막을 진심으로 기리며, 극 중 장례식을 실제 장례처럼 연출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다. 드라마와 현실이 맞닿은 이 장면은 모두의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다.
정태섭 배우는 1년간 신장염과 직장암으로 투병하다 2001년 8월 7일, 향년 49세로 생을 마감했다.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출연진과 제작진뿐 아니라 오랜 시간 그를 사랑해온 시청자들에게도 큰 충격이었다.
제작진은 고심 끝에, 이노인의 죽음을 드라마 속에서도 현실적으로 그리기로 했다. 에피소드 ‘날 저무는 하늘에’는 이노인이 아들의 집에서 병환으로 세상을 떠난 설정으로 진행됐다.
그가 없는 촬영장은 이전과 같을 수 없었다. 촬영 당시 배우들과 제작진은 연기가 아닌 실제 애도의 감정을 담아 장례식을 치렀다.
눈물로 얼룩진 현장의 모습은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고인을 기리는 마음을 담아 실제 영정사진이 사용됐다. 극 중 이노인의 마지막은 단순한 연출이 아닌, 정태섭을 향한 진심 어린 배웅이었다.
떠난 그를 그리워하며
정태섭 배우는 20대 후반에 노인 역할을 맡을 만큼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연기로 큰 사랑을 받았다. ‘김노인’ 역할을 맡았던 배우 정대홍은 당시를 떠올리며 “그는 참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었다. 매일 한 차로 이동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그를 그리워했다.
‘전원일기’는 22년 동안 1,088회라는 대기록을 세운 국민 드라마였다. 등장인물들의 소소한 일상과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는 시청자들에게 위로와 공감을 선사하며 사랑받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남긴 가장 특별한 순간 중 하나는 바로 정태섭을 떠나보내는 에피소드였다. 단순한 추모를 넘어선 이 장면은, ‘전원일기’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라 출연진과 제작진이 한 가족처럼 맺은 유대의 기록임을 보여준다.
특히 배우들 간의 끈끈한 우정은 22년이란 긴 시간 동안 쌓여온 특별한 관계였다. 정태섭이 떠난 후에도 동료들은 그를 잊지 않았다. 정대홍은 “박노인 역할을 맡았던 홍민우와도 여전히 주 1회씩 전화하며 지낸다”며 그 시절을 떠올렸다. 전원일기 팀은 단순한 동료가 아닌 가족 같은 존재였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모두가 진심으로 울었던 그날의 촬영은 드라마와 현실의 경계를 허물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시청자들 역시 정태섭의 따뜻한 연기와 마지막까지의 진심을 기억하며, 그의 흔적이 담긴 드라마 속 장면들을 추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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