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과거에 일어난 특정 사건을 끌어올 때는, 특히 불미스러운 일에 해당한다거나 피해자는 분명 존재하나 관련 상황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못한, 혹은 않은 경우에는 오늘 굳이, 꼭 그 당시의 이야기를 해야 할 확실한 명분이 존재해야 한다. 단순히 화제가 될 것 같다는 생각에, 안줏거리로 꺼내어 놓는다면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옛말의 위험을 몸소 체험할 각오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당연히 바로잡아야 할 과거사라고, 이러한 의도로 언급한 것이라면 문제 될 게 없다. 오히려 해야 하겠지만, 영향력 있는 엔터테인먼트 회사의 대표인 김광수가 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꺼낸 12년 전의 이야기,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그가 양성했던 어느 걸그룹을 둘러싸고 일어난 루머의 전말은 말하지 않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고 말았으니, 문제다. 사실 전말이라고 하기에도 뭐한 게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해석에 불과한 것이어서, 진실에 근접하기는커녕 한쪽으로 더욱 치우쳐 있는 형국이라고 할까. 특히 해당 루머는 그룹 구성원 간의 관계에서 일어난 불화에 관한, 일명 ‘왕따 논란’으로 웬만해선 명명백백히 밝히기 쉽지 않은, 난제 중 하나다. 당사자들이 나서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지 않는 이상 편향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으니, 원형의 기억은 어느 정도 변형이 가해졌을 테고, 이제 와서 당사자도 아닌 소속사 대표가 ‘굳이’ 과거의 사건을 도마 위에 올린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그가 언급한 바를 따라가 보자면, 왕따 논란이 터지고 당사자 중 몇몇과 계약을 해지했는데 너무 섣부른 결정이지 않았나, 후회를 해왔다는 것이다. 더 크고 넓게 뻗어나갈 수 있었던 걸그룹의 앞날을 망친 건 아닌지 내내 마음이 쓰이고 미안했다고. 얼핏, 여기까지만 보면 그의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모, 자신이 정성 들여 키운 아이돌 그룹을 향한 마음이 참 애틋하다고 여겨지는 정도일 터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작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었음을 곧 알 수 있다. “내가 그거 다 안을게, 너네는 가야 돼!” 자신은 그저 해당 걸그룹을 위해 총대를 메고 대중의 모든 손가락질을 받았을 뿐이라는 것. 즉, 자신이 다 안고 갔다는 이야기가 그토록 하고 싶었던 게다. 그리고 이 눈물 섞인 해명 아닌 해명에 이어지는, 진행자의 아주 적절한 반응, “안고 가셨구나.” 어쩌면 이 한마디를 듣기 위해 기어코 옛날 일을 끌고 나왔을지도 모르겠다. 문제는 실제로 그가 다 안고 가지도 않았고, 아니 못했으며 도리어 그때에도 지금도, 누구를 또는 무엇을 위함인지 알 수 없는 그의 섣부른 처신으로 논란의 당사자들은 12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동일한 구설수에 소환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는 데 있다. 공연히 긁어 부스럼 만든다는 옛말이 절로 떠오르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김광수로서는 비드라마 출연자 중, 화제성 3위에 올랐으니 만약 세간의 주목을 받는 게 목적이었다면 더할 나위 없는 성과를 일구었다고 했을 터. 웬만해선 들추려 하지 않는, 그것도 타인이 과거에 겪은 자극적인 루머를 활용하면서까지 대중의 시선에 얹힌 색안경을 벗어내고자 한 그의 시도는, 유감스럽게도 완전히 빗나가 버렸다.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news@tvdaily.co.kr, 사진 = MBN ‘가보자GO 시즌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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