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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개봉한 ‘하우치’는 제작과 주연을 겸한 개성파 배우 지대한이 부산에서 보낸 자신의 실제 고교 시절을 극 중에 녹인 작품이다. 복고적인 감성의 휴먼 드라마를 표방한 이 영화에서 그는 30여 년 전 첫사랑과 재회하면서 시들해진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하는 중년 남성 ‘하재학’ 역을 연기했다.
1988년 데뷔 이후 100편 넘게 출연했으나 반(半) 자전적인 성격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인공 ‘오대수'(최민식)의 친구 ‘노주환’ 역으로 대중과 평단에 처음 얼굴을 알린 ‘올드보이’도, ‘병진이형’이란 애칭으로 젊은 세대와 가까워지게 된 ‘해바라기’도 모두 자랑할 만하지만 의미 깊기로는 ‘하우치’를 따라오지 못하는 이유다.
톱스타가 아니고는 좀처럼 도전하기 힘든 영화 제작에, 그것도 돈 안되는 독립영화의 제작비를 대고 출연까지 마다하지 않는 사연은 알고 보면 별다를 게 없다. 가진 것이라고는 열정 뿐인 후배들을 돕고, 그들과 함께 하는 현장의 열기를 몸으로 느끼고 싶어서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지대한은 “13년전 ‘철암계곡의 혈투’란 제목의 독립영화에 후배의 권유로 별 생각없이 출연한 적이 있다. ‘올드보이’ 성공 이후 어깨에 조금 힘이 들어가 있을 때라, 독립영화 특유의 열악하기만 한 현장이 처음에는 못마땅하고 적응하기 어려웠다”면서 “그런데 어느새 스태프 이상으로 독립영화 만들기에 푹 빠져있는 제 모습을 발견힌 뒤 ‘이제 내 갈 길을 찾았다’며 속으로 외쳤다”고 독립영화와 인연을 맺게 된 계기를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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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뛰어 10억원의 제작비를 충당한 ‘하우치’를 포함해 이제까지 모두 6편의 독립영화를 제작했다. 앞선 5편으로는 재미를 못 봤지만, ‘하우치’ 만큼은 상영 스크린 100 여개란 악조건을 딛고 관객들의 눈도장을 받았으면 한다. 제 호주머니를 채우려는 욕심보다,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후배들과 계속 뛰기 위한 힘을 얻기 위해서다.
“고물가 시대에 좀 더 많은 분들이 마음 편하게 보시라고 관람료도 1만원으로 일괄 책정했어요. 요즘 한국 영화계가 많이 힘들다고 하지만, 저는 언제나 그랬듯이 ‘피할 수 없다면 즐겨라’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행복하게 살아가렵니다. 아 참, 그리고 내년 초 방영 예정인 TV 미니시리즈의 출연도 준비하고 있으니, ‘병진이형’의 안방극장 복귀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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