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는 배우 김남길이 제작자로 참여한 영화 ‘문을 여는 법’을 오는 20일 단독 개봉하며 관람료를 3천원으로 책정했다. 자립 준비 청년을 소재로 한 이 영화의 러닝타임은 31분이다. 지난 1일 개봉한 영화 ‘4분 44초’에는 관람료 4천원을 받았다. 4분44초짜리 에피소드 8개를 묶은 이 영화의 전체 러닝타임은 44분이다. 이 영화는 개봉 열흘 만에 4만 관객을 돌파했다.
짧은 영화들이 극장 문턱을 넘고 있다. 예전 같으면 영화제 등 특별한 이벤트로만 단편 묶음 형태로 관객과 만날 수 있던 영화들이다. 시작은 지난 6월 개봉한 손석구 제작·주연의 ‘밤낚시’다. 문병곤 감독이 만든 13분짜리 호러 에스에프(SF) 스릴러 영화로, 씨지브이(CGV) 단독 개봉했다. 관람료는 1천원. 4만6천여명이 보고 갔다.
지난 9월5일 메가박스 단독으로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룩백’의 상영시간은 58분. 관람료 조정 없이 평일 1만4천원의 일반 관람료를 책정했지만, 높은 좌석판매율에 힘입어 30만명에 육박하는 흥행 성공을 이뤘다. 당시 메가박스 수입·배급팀은 “짧은 러닝타임이 다소 우려되긴 했으나 대중적으로 소구할 수 있는 감성 애니메이션이고 쇼트폼에 익숙한 시대라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영상 문화의 대세가 된 쇼트폼이 극장 개봉 방식까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엔터테인먼트가 투자·배급한 ‘4분 44초’는 기획 단계부터 쇼트폼에 익숙한 엠제트(MZ)세대를 겨냥해 만들었다. 롯데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2021년 극장보다 쇼트폼에 익숙한 엠제트세대들을 위한 콘텐츠 기획을 시작했다. 이들이 좋아하는 호러 스릴러 장르에,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숫자 ‘4’를 최대한 활용하는 마케팅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편당 4분44초, 전체 러닝타임 44분, 관람료 4천원 등 젊은층의 흥미를 끄는 요소들이 맞아떨어져 전체 관객의 60% 이상이 10~20대다.
‘4분 44초’를 만든 박종균 감독은 “쇼트폼 형식이라도 스마트폰이 아닌 큰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만큼 에피소드마다 상황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기 위해 배경과 소품 하나까지 신경 썼다”며 “1020세대가 즐겨보는 쇼트폼 형식을 극장 상영 영화에도 도입하면 새로운 관객층을 개발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김은형 선임기자 /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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