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속 캐릭터의 마음이 뭘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 자연스레 독특한 캐릭터들에 끌리는 것 같다” 배우 이유미가 ‘재미’를 더한 자신만의 독특한 필모그래피들을 이같이 정의했다.
12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Mr. 플랑크톤’에 출연한 배우 이유미와 만났다.
‘Mr.플랑크톤’은 실수로 잘못 태어난 남자 ‘해조'(우도환 분)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이후의 마지막 여행길에서 세상에서 가장 불운한 여자 ‘재미'(이유미 분)와 강제동행 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로맨틱 코미디다.
이유미는 극 중 ‘재미’ 역으로 분했다. 어떤 일을 당해도 밝음을 잃지 않는 순수모습 이면에 종갓집 며느리 자리와 조기폐경 등 제약들 속에서 갈팡질팡하는 모습은 안쓰러움과 유쾌감의 감정 롤러코스터를 느끼게 했다.
또한 전 남친 해조와의 강제(?)동행 이후 자신의 사랑과 갈길을 분명히 찾는 재미의 모습은 작품의 인간적인 기운을 느끼게 했다. 이는 로드무비 수준의 다양한 여행배경과 맞물려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단짠호흡을 새롭게 선사하는 한편, 감성적인 휴먼드라마 호흡마저 느끼게 했다.
이유미는 ‘재미’로서의 ‘재미있는’ 작품 이야기와 함께, 배우이자 인간으로서의 순수한 열정들을 이야기했다.
-후반부 롤러코스터급 감정변화, 어떻게 소화했나?
▲상황에 정말 집중했다. 재미 캐릭터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표현해보고,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기 위해 노력했다.
어떨 때는 자칫 나만 그렇게 느끼는 감정일까 싶어서 때로는 무서울 때도 있는 연기지만, 많은 공부를 하게 되는 것 같아서 기쁘다.
-강제동행 이후 스톡홀름 신드롬 격의 심경변화, 스스로는 의아하지 않았는지?
▲시나리오를 처음 접했을 때부터 재미와 해조의 연애가 어떠한 서사를 지니는지 궁금했고 그에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친해진 막바지 단계에서 촬영된 과거 연애사 장면의 모습과 함께, 애틋하면서도 즐거운 사랑의 느낌이 직접적으로 비치길 바랐다.
물론 실제로 본다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재미-해조의 행동들이 서로를 너무 잘 아는 상태에서 빚어지는 것이기에 캐릭터 흐름상 빠르게 이해되리라 생각한다.
-해조 코를 무는 장면, 반지 씹다가 이기 나가는 장면 등 유쾌한 장면들이 많다. 관련 에피소드는?
▲우선 해조의 코를 무는 장면은 어흥과의 완전한 이별 이후 그를 선택했던 재미가 의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어떻게든 했을 것 같았다.
시나리오 상에서부터 너무 재밌고 신선했지만, 과연 괜찮을까 싶었다. 처음에는 갖다대기만 했는데, 나중엔 티가 난다 해서 양해를 구하고 진짜 물었다.(웃음)
반지를 씹다가 이가 나가는 장면은 찍을 때 검은 색으로 칠하고 촬영했는데, 찍는 것 자체도 웃겼지만 꼭 밥풀과 같이 빼달라고 하셔서 NG가 많이 나왔다(웃음)
-우도환(해조 역)과 오정세(어흥 역), 실제 두 사람과의 현장호흡은?
▲실제 캐릭터의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오)정세 선배에게는 어흥과 같은 따뜻함과 의지할 수 있는 편안한 느낌이, (우)도환 오빠에게는 해조만의 든든함이 느껴졌다.
그러한 호흡들을 통해 친밀해지면서 대사에 얽힌 행동표현들이 좀 더 다양하게 바뀌었다. 그 덕분에 정세선배가 운동화를 씻어서 가져다주는 장면 등 애드리브들이 나왔다. 열정적이신 감독님과 스태프, 두 배우들과 늘 웃음과 수다가 가득했던 편안한 현장이라 계속 생각날 것 같다.
-해조와 어흥 사이 재미의 사랑은 어떠한 접근? 실제 이유미의 연애스타일은?
▲해조에게는 아낌없이 ‘주는’, 어흥에게는 아낌없이 ‘받는’ 사랑이라 조금은 다르다.
실제 저라면 안정감을 추구하는 편이다. 물론 어흥과 맞닿아있지만, ‘고지식’은 싫다. 안정감과 재미를 추구하는 ‘흥조’ 스타일이다.(웃음)
-해조와 어흥, 재미 셋은 각각 어느 정도의 결핍들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누가 제일 불쌍한가?
▲결말을 미처 못보셨다면 해조, 다 본다면 재미가 더 마음이 가지 않을까? 꼭 보셨으면 한다(웃음)
-Mr. 플랑크톤은 로코? 휴먼?
▲촬영 후반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마냥 로코라 하기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담겨있다. 한국의 다양한 지역들을 여행하는 느낌과 함께 로맨틱함을 느끼는 낭만로드무비랄까? 새로운 장르인 것 같다.
-필모그래피 상 독특한 캐릭터감들이 많다. 의도적인 것인가?
▲의도적이지는 않다. 대본 속 ‘캐릭터의 마음이 뭘까’라는 궁금증에서 출발, 자연스레 독특한 캐릭터들에 끌리는 것 같다. 이번 ‘플랑크톤’ 역시 그랬다. 재밌는 시나리오 속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재미캐릭터를 호흡하면서, 그가 지닌 멋짐과 안쓰러움의 중간을 느껴보고 싶었다.
-알고보면 데뷔 15년차 배우다. 오랜 행보를 걸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
▲처음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한없이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포기 없이 꾸준히 하면 원하는 걸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되뇌며 재미를 찾아왔다.
그렇게 하다보니 카메라가 돌아가면 최면에 걸린 듯 힘이 생기는 것 같다. 평소 종이인형처럼 걸어다니다가도 연기할 때만큼은 단단해지곤 한다.
-인간 이유미도 여러 필모그래피와 마찬가지로 발랄한가?
▲평소 궁금증이 많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기타, 피아노, 무용 등 짧게 많은 취미들을 가져본 것도 어쩌면 그 영향일 수 있다(웃음).
다만 요리는 꽤나 잘하는 편이니, 재미처럼 마이너스의 손은 아니다. 최근에는 작품에 대한 궁금증과 함께, 틈틈이 챙겨본 ‘스테이지 파이터’ 속 한국무용의 새로운 모습에 반해서 궁금해하고 있다.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얼굴은?
▲아직 보여주지 않은 모습이 많다. 아직 부족하지만 ‘길복순’ 전도연 선배처럼 액션 느낌도, 멋있는 모습도 보여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박동선 기자 dspark@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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