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끝에서 피어나는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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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물건과 공예품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공예는 평범한 일상 속 물건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립니다. 섬세한 손끝을 통해 재료의 물성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끄집어내죠. 그래서 공예는 기술과 예술이 섬세하게 맞닿아 있는 접점이자, 혼과 열정이 빛나는 영역으로 불리곤 해요.
공예가 주는 감동도 바로 그 접점이라는 특성에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손에 남는 온기, 만질수록 드러나는 고유의 결. 그 속에 담긴 전통과 문화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으니까요.
로에베, 공예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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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6년 마드리드의 작은 가죽 공방에서 시작된 로에베는 창립 초기부터 장인정신을 브랜드의 중심으로 두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공예에 대한 논의를 꺼낸 건 2013년 조나단 앤더슨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합류하면서부터였죠. 앤더슨에겐 20세기 영국 도자기를 수집하는 취미가 있었는데요. 합류 이후 브랜드의 방향성을 고민하던 중, 그는 로에베가 가진 유서 깊은 가죽 헤리티지가 공예와 만났을 때 흥미로운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직감합니다.
공예상을 시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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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열정은 이윽고 로에베 재단 공예상 창설로 이어집니다. 2016년에 처음 시작된 이 공예상은 세계 곳곳에서 공예의 진수를 보여줄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들이 빚어낸 작품 속에 담긴 스토리를 전 세계에 알리고자 했어요. 상에 대한 관심이 매년 높아짐에 따라, 출품작의 수준도 더욱 다양해지고 실험적으로 변모했죠.
공예작 선정에 로에베가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두 가지입니다. 작가 나름의 공식을 가질 것, 현실에 존재하지 않던 화법으로 구사할 것.
조선의 말총공예 기법으로 바구니를 만든 정다혜부터 도자기에 예측할 수 없는 거친 돌기를 입힌 안드레스 안자까지. 로에베 공예상은 위 기준들을 상회하는 작품들을 소개하며, 이제는 전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공예 행사로 자리 잡았습니다.
로에베는 공예를 멈출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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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에베는 공예상을 한 시즌에 한정된 일시적인 홍보 전략으로 여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공예 섹션을 지속적으로 키워나가며 문화와 소비의 경계를 허물고, 브랜드의 정체성을 더욱 깊이 새겨가고 있는데요.
서울 플래그십 스토어인 까사 로에베 내부에 정다혜의 〈A Time of Sincerity〉와 타나베 치쿤타이 IV의 대규모 조각 작품을 녹이며, 공예와 패션이 공존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구현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밀라노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 2024에 참가해 24인 아티스트와 협업한 램프 컬렉션을 선보인 건 물론이고요.
로에베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장인이 손으로 빚어낸 공예가 오늘의 우리에게 감동을 주고, 내일에 대한 새로운 영감을 선사한다는 것. 그 감동과 영감을 품은 채 로에베는 오늘도 공예의 가치를 세상에 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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