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 거래로 생활비를 버는 미자(권소현)는 백수가 된 후 집에서 게임만 하는 남자친구 달수(강태우)와 동거 중이다. 계획에 없던 임신을 한 이들은 아이를 키울 수 없다고 판단해 산부인과 의사 귀남(김영민)에게 수술을 받는다. 그러나 웬걸. 아이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귀남을 다시 찾아간 미자는 그곳에서 귀남·우희(권소현) 부부에게 은밀한 제안을 받는다.
# 귀남과 우희 부부는 골머리를 썩고 있다. 우희 아버지 태식(동방우)이 아이를 낳아야만 유산 상속을 해준다고 조건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불임 때문에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상황.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우희는 태식을 속이기 위해 위장 임신 계획을 꾸미던 중 생계 때문에 아이를 포기하려는 미자·달수 커플을 만난 뒤 은밀한 제안을 한다.
영화 ‘딜리버리'(제작 한국영화아카데미)는 각기 다른 절박한 현실에 부딪힌 두 부부가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미자·달수 커플은 돈은 없지만, 아이를 임신했다. 귀남·우희 부부는 돈은 많지만, 아이를 임신할 수 없다. 그래서 이들은 서로의 필요에 따라 거래한다. 생명을 돈과 맞바꾸지만 ‘엄마가 그럴 수 있느냐’ ‘돈과 아이를 어떻게 거래할 수 있느냐’라고 힐난하기 보다 이들이 왜 이런 선택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블랙 코미디의 외피를 둘러 보여준다.
제목인 딜리버리(delivery)는 ‘배달’과 ‘출산’을 뜻하는 단어다. 이 작품을 쓰고, 연출도 한 장민준 감독은 택배 천국, 출산율 지옥이라는 사회적 상황에 영감을 얻어 ‘딜리버리’의 이야기를 발전시켰다. 우리는 하루 평균 1000만 개의 택배(delivery)가 배송(2021년 기준)되는 물질적 풍요의 시대를 살지만,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출산(delivery)은 최저를 거듭하고 있는 현시대상을 반영한 것이다.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유아를 ‘거래’하는 자극적인 설정이지만, 양쪽 부모의 입장을 공평하게 보여주며 관객들에게도 질문을 던진다.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하는 미자와 달수, 아이를 입양해야만 하는 귀남과 우희의 모습을 통해 ‘태어날 아이를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라는 딜레마에 빠지게 만든다. 두 커플이 처한 현실을 통해 사회 계급에 대한 풍자도 곁들였다.
‘딜리버리’는 코미디와 드라마가 아슬아슬하게 줄타기를 하며 물질 만능주의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음지의 문제를 양지로 꺼낸다. 그렇지만 이러한 줄타기가 영화 속에서 성공적으로 구현됐느냐고 질문에는 고개가 쉽게 끄덕여지지 않는다.
물건이 차고 넘쳐나는 세상에서 작은 생명은 소외된다는 아이러니를 담으려고 했지만, 극중 인물이 수많은 택배를 배달하거나 쇼핑을 하는 것만으로 그 메시지를 풀어내기에는 역부족으로 느껴진다. 아이 거래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장르로 풀어내는 과정에서 오는 진입장벽 또한 존재한다. 무책임한 말과 행동을 일삼았던 한 인물의 변화는 갑작스럽다. 캐릭터에 감정을 충분히 이입할 여지를 두지 않아 각 인물들이 내린 선택에 관객들이 얼마만큼 호응할지 미지수다.
그룹 포미닛 출신의 권소현이 임산부 역할을 맡아 임신으로 인해 몸이 변화하면서 겪는 미묘한 감정부터 생생한 출산 장면까지 소화해 눈길을 사로잡는다.
‘파수꾼’ ‘잉투기’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죽여주는 여자’ ‘죄 많은 소녀’ 등 기존 상업영화는 다른 시선과 관점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한 한국영화아카데미가 제작했다. 단편 ‘양장피’ ‘진통제’ ‘화통’을 선보였던 장민준 감독은 ‘딜리버리’로 첫 장편 영화를 세상에 내놓는다.
감독 : 장민준 / 출연 : 김영민, 권소현, 권소현, 강태우, 동방우 외 / 제작 : 한국영화아카데미 / 장르 : 드라마, 가족, 코미디 / 개봉 : 11월20일 /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 러닝타임 : 102분
[맥스무비 리뷰는 ‘포테이토 지수’로 이뤄집니다. 나만 보기 아까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은 반짝반짝 잘 익은 BEST potato(100~80%), 탁월하지 않아도 무난한 작품은 NORMAL potato(79~50%), 아쉬운 작품은 WORST potato(49~1%)로 나눠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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