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덕분에 데뷔했어요”
모두가 깜짝 놀란 ‘아버지’의 정체
가수 은가은에게 ‘아버지’라 불릴 수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와 함께 자란 기억을 떠올리겠지만, 은가은에게 이 특별한 존재는 바로 스무 살에 만난 故 신해철이었다.
은가은은 생애 처음으로 아버지 같은 인연을 만난 순간을 지금도 가슴 깊이 간직하고 있다. 그리움에 눈시울이 붉어진 은가은은 신해철이 남긴 흔적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은가은은 원래 성악을 전공하고 있던 대학생이었다. 음악을 좋아했지만, 가수를 꿈꿨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대학에서 공연을 할 때 우연히 그의 노래가 ‘쇼바이벌’ 작가의 눈에 띄었고, 결국 이 프로그램의 작은 코너에 출연하게 되었다.
당시 600명의 일반인 중 1등을 차지하며 은가은의 가능성이 세상에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만난 심사위원 신해철이 그녀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너 가수 안 할 거야?”라고 묻는 순간, 그녀의 인생은 180도 뒤바뀌었다.
그 한 통의 전화 이후 은가은은 서울로 올라와 신해철의 지도하에 연습을 시작했다. 어쩌면 음악에 대한 꿈조차 없었던 그에게, 가수가 되는 길을 열어 준 신해철은 단순한 음악 멘토 이상의 존재가 되었다.
은가은이 아버지가 없다는 사실을 고백하자 그는 곧바로 “내가 너의 아버지가 되어 주겠다”라고 대답했으며, 이후 실제 아버지처럼 서울에서 고시원 생활을 하며 힘들어하는 그녀에게 “맛있는 거 먹고 예쁜 거 사라”며 용돈을 몰래 챙겨주기도 했다.
또한, 록 음악에 대한 열정을 심어 주며 은가은에게 “넌 록커다. 절대 기죽지 마라”라고 당부하며 강한 자신감을 심어 주었다.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하지만 은가은의 음악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4년간 신해철과 함께 준비한 밴드는 결국 데뷔하지 못하고, 멤버들이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하며 흩어졌다. 은가은은 그때를 떠올리며 “준비가 부족했던 내가 너무 아쉬웠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록커가 되기 위해 무리하게 샤우팅 연습을 하다 성대결절을 겪는 등 고생도 많았다. 원래 맑은 소프라노 톤이었던 그의 목소리는 그 이후로 달라졌다.
음악의 꿈이 흔들리던 시기, 신해철은 끝까지 은가은을 믿어 주었다. 그는 은가은에게 “너는 충분히 할 수 있어”라는 격려의 말을 아끼지 않았고, 그로 인해 은가은은 가수의 꿈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은가은은 이를 회상하며 “해철 오빠가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음악의 길을 걷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마움을 전했다.
신해철이 세상을 떠난 후, 은가은은 무대 위에서 그를 위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2015년 ‘복면가왕’에 출연한 은가은은 故 신해철의 노래 ‘그대에게’를 불렀다.
이 무대를 통해 은가은은 자신의 음악 인생을 이끌어 준 그에게 작은 추모의 마음을 전했다. 은가은은 무대를 마친 후 “그 무대에 선 것만으로도 감사했다. 해철 오빠가 내 곁에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은가은은 여전히 그를 그리워하며 언젠가 그의 뜻을 이어가는 무대에 서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믿어 주던 신해철을 떠올리며 최선을 다해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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